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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 사회초년생의 매혹적 패션판타지

'악마는 프라다..' 사회초년생의 매혹적 패션판타지

발행 : 2006.10.13 13:43

김현록 기자
사진

'당신이 걸친 것이 당신을 말한다.' 적어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세상에서는 그렇다. 주욱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어질어질한 명품 패션의 향연을 그려냈던 원작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보다 의상감독 패트리샤 필드가 먼저, 더 비중있게 소개되는 영화 광고와 기사들을 보라. 기


자가 되고싶어 뉴욕으로 상경했다 졸지에 까탈스럽기가 악마와도 같은 패션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의 제 2 비서가 된 앤드리아(앤 해서웨이 분)가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입는 것이 당신을 말한다. 그리고 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세상 밖에서도 종종 그대로 적용된다.


나름 괜찮은 대학을 졸업한 대학신문사 편집장 출신 예비 저널리스트 앤드리아에게 패션에 미친 잡지사 사람들은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다. 그녀는 제 눈에는 멀쩡한, 그러나 패션리더의 눈에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패션을 고수한다. 그러나 세계인의 선망을 받으며 최고와 첨단을 위해 삶을 바친 이들에게 그런 앤드리아는 열정을 무시하는 '똑똑한 뚱보'에 불과하다.


영화는 극과 극을 달리는 두 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과연 패션은 속물의 사치인가? 적어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세계에서는 틀렸다. 영화는 집착과 허영 만큼이나 무지와 무관심도 위험하다고 당당히 주장한다.


앤드리아는 그 머나먼 간극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절망하는 대신 화려한 변신을 택한다. 살을 빼고 명품을 입고 적절히 주위 사람들을 이용해가며 세계 최고 패션잡지사에서 일하는 특권을 맘껏 즐긴다.


더욱 즐거워지는 것은 관객들의 눈이다. 변신 후 앤드리아나 미란다의 차림은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와 그 친구들의 옷을 책임졌던 패트리샤 필드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짜맞춘 '작품'. 초 단위로 별쳐지는 첨단의 패션쇼는 샤넬과 프라다와 발렌티노의 차이를 결코 감지하지 못하는 패션 문외한의 눈에도 황홀경을 선사한다.


영민하게도 감독은 단순한 명품 패션쇼만으로 프라다를 입은 악마를 치장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는 꿈을 안고 독립한 사회초년생의 슬픔, 재수없는 직장 상사에 대한 반감, 성공한 여성에 대한 선망이 균형있게 실렸다. 책으로 세계 27개국에서 번역돼 수백만의 열성팬을 만들어낸 원작의 힘이 크겠지만 영화는 앤드리아의 삶에 끼어 든 남자친구와 바람둥이 매력남의 이야기를 살며시 가지치기하고 두 여자의 대결에 힘을 실으면서도 독자들의 판타지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혹독한 사회를 경험한, 패션에 관심있는 20대와 30대 여성이라면 장면장면마다 공감할, 화려한 오락영화가 되었다. 때맞춰 불어닥친 44사이즈 열풍과 된장녀 논란의 소용돌이가 공감도를 더욱 높인다.


5kg을 찌웠다 뺀 앤 해서웨이의 노력도 평가할 만 하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악마같은 편집장으로 돌아온 메릴 스트립의 열연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연기파였으나 미모와 패션으로는 샤론 스톤, 미셀 파이퍼 등 당대의 경쟁자들에게 훨씬 못미치는 평가를 받아온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단단히 설욕전을 펼친다. 원작에서 그려진 금발대신 세련된 은발을 휘날리며 온갖 명품옷을 걸치고 '앤드리아∼'를 부르는 우아하지만 깐깐한 자태라니. 도도하게 치켜뜬 눈매까지, 메릴 스트립 아닌 미란다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멋지다. 최고의 배우이니 더욱 그랬겠지만, 역시나 당신이 걸친 것이 당신을 말한다.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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