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시장은 갈수록 불황이지만 새 음반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 톱가수들이 음반을 대거 발표하면서 음반 출시가 줄을 이었지만, 올들어서는 더욱 더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음악프로그램 출연은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고, 방송출연을 포기하는 가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수와 음반은 넘쳐나지만 정작 대중의 머리에 남는 히트곡, 국민가요가 없는 게 가요계 현실이다. 지난해 초 발표된 백지영의 '사랑 안해' 이후 전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들어 이루의 '까만안경'과 이기찬의 '미인'이 온라인에서 반응이 좋았지만, 전국민이 따라부를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 너도나도 가수 데뷔..양적 팽창만
최근 가요계에는 '회사원 다음으로 흔한 직업이 가수'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가수가 많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월 평균 50개의 음반이 쏟아질 정도로 가수와 음반이 홍수다. 이는 싱글시장의 기형적 발전에 따른다.
제작비가 기존 앨범의 4분의1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디지털 싱글을 제작하게 되면서 그 만큼 가수데뷔도 쉬워졌다. 싱글을 몇 장 내고 그 싱글을 모아 앨범을 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국내 가요계는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음악 강대국'에서 자리잡은 '싱글 발표 후 앨범 출시'가 아니라 그저 가수활동을 위해 디지털 싱글을 내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연기자나 방송인, 체육인 등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이 기념앨범삼아, 가수겸업 혹은 전업을 선언하면서 싱글을 내고 손쉽게 가수가 되고 있다. 애초 싱글 시장이 없었던 국내 가요계는 온라인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디지털 싱글의 기형적 팽창만을 초래한 것이다.
◆ 히트곡만 좇다보니 그 노래가 그 노래
가수와 음반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발표되는 노래도 그만큼 많아졌지만 정작 히트곡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온라인 대박'을 노리며 컬러링용 혹은 벨소리용 히트곡만을 좇는 경우가 많아진 것을 큰 요인으로 꼽는다. 이는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온라인형 음원'을 만들게 되는 것이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가요계의 고질적 병폐인 '잘되는 곡 따라하기'가 비슷비슷한 노래를 양산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부터 sg워너비가 미디엄 템포, 소몰이 창법으로 인기를 얻은 후 수많은 제작자들이 이와 비슷한 음악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쉽게 대중의 귀를 싫증나게 만들었고, 결국 장르와 창법만 히트를 쳤을 뿐 정작 히트곡으로 남은 노래는 없었다.

◆ "유행 좇지않는 작가주의 절실"
'광화문연가' '시를 위한 시' '가을이 오면' 등 이문세의 히트곡을 발표했던 작곡가 이영훈 씨는 이같은 국내 가요계 현실에 대해 "음악을 비즈니스로만 접근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영훈 씨는 "벨소리, 온라인 음악서비스에만 맞는 미디 사운드 수준의 음악이 넘치고 있다"며 "한류가 커지고 있지만 국제 경쟁력 갖추기 위해서는 더욱 품질을 높여야 한다. 영화의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이태원 제작자처럼 가난한 시인들, 창작을 선(善)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영화는 마케팅의 발전으로 급성장했고, 시스템이 생겼지만 가요는 그렇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울러 "오락성, 유행성만 쫓아쓰면 금방 곡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곡들, 가사도 정제된 곡을 원한다. 어른들이 들어도 아이들이 들어도 좋은 곡, 그런 곡을 공급해야할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음반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음반사들의 '사고의 전환'과 장기적인 투자 등 각고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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