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가 개봉을 앞뒀다. 비장미 가득한 홍콩 느와르 영화 '무간도'에서 주요 설정을 빌려 왔지만 '유감스러운 도시'는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으로 이어지는 출연진에서 알 수 있듯 '두사부일체'의 맥을 잇고 있는 조폭 코미디 영화다.
'유감스러운 도시'는 지난해 조폭 코미디 영화의 맥이 끊기다시피 한 상황에서 오랫만에 등장한 조폭 코미디 영화로, 설 유일의 한국영화로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한국 조폭 코미디 영화는 어떤 변천사를 거쳤을까.
1997년 개봉한 송능한 감독의 '넘버3'은 이른바 '조폭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의 효시로 불린다. 조직 폭력배 넘버3과 깡패 못잖은 검사의 대결을 그린 '넘버3'은 '깡패수업', '초록 물고기' 등 1990년대를 주름잡던 무거운 조폭 영화들을 코믹하게 변주해 전복의 재미를 안겼다. 일자 무식인 불사파 두목 조필을 능청스럽게 연기한 송강호는 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넘버3'은 일종의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이후 1999년 김상진 감독이 연출한 '주유소 습격사건'이 신선한 설정과 파격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2000년 '자카르타'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조폭 코미디'의 잠재된 흥행력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결국 2000년 각종 조폭 코미디가 기획됐고 2001년 들어 한국 조폭 코미디 영화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조폭 마누라'와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등 이 해 개봉한 조폭 영화들이 크게 흥행에 성공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친 것이다.
흥행 스코어도 만만찮다. '조폭마누라'가 525만, '신라의 달밤'이 440만, '달마야 놀자'가 376만, '두사부일체'가 35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1년 흥행순위 2위와 4위, 6위와 7위를 휩쓸었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조폭 코미디'의 성공과 한국영화의 성공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흥행 1위가 800만을 돌파한 '친구'였고, 3위가 로맨스 영화 '엽기적인 그녀'였던 탓도 크다. 조폭 영화의 성공보다는 흥행 10위권에 한국영화 6편이 낀 것이 더욱 주요하게 평가됐다. 더욱이 5위에 오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제외하고 1위부터 7위까지를 한국영화가 휩쓸었다.
오히려 조폭 코미디의 끈질긴 힘은 그 뒤에 더욱 눈에 띄었다. 이듬해인 2002년 '가문의 영광'은 52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조폭 코미디'의 식지 않은 기세를 확인시켰다. 조폭 코미디보다는 '투캅스'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공공의 적'은 조폭과 싸우는 경찰을 등장시켜 흥행에 성공했고, '보스 상륙작전', '네발가락', 외연을 넓히면 '광복절 특사' 등이 줄줄이 개봉했다.
2003년부터는 흥행한 조폭 코미디의 후속작이 줄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엔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이 2004년엔 '달마야 놀자'의 후속인 '달마야 서울가자'가 개봉했다. 그러나 두 영화의 성적은 전작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전작에 비해 초라한 성작표를 받는 게 드쳤다. 이 와중에도 조폭 영화는 계속 등장했다. '목포는 항구다', '시실리 2km' 등이 개봉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조폭 코미디 후속편의 위력 역시 되살아났다. 2005년 개봉한 '가문의 위기'가 563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역대 조폭 코미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기록한 것이다. '가문의 영광'의 조폭 집안 토대만 따왔을 뿐 출연진 등이 모두 바뀐 후속작이었지만 관객수는 더 늘어났다. 2006년 '투사부일체'는 그 정점이었다. '두사부일체'의 멤버들이 모두 모인 '투사부일체'는 무려 610만 관객을 불러모으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후 조폭 코미디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문의 영광' 3탄을 표방한 '가문의 부활'이나 '투사부일체'를 이은 '상사부일체', '조폭마누라' 시리즈의 3탄 '조폭마누라3' 모두가 신통찮은 성적을 거뒀다. 조폭 코미디 시대의 종언을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다.
추석과 설 시즌조차 패배했던 조폭 코미디는 '유감스러운 도시'로 부활을 노린다. 조폭 코미디의 시대는 과연 끝난 것일까? 부쩍 가까이 다가온 짧은 설 연휴, 관객의 판단에 따라 그에 대한 해석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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