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 감독 이준익이 상업영화에서 은퇴하겠다고 공표해 영화관계자들과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26일 트위터를 통해 "'평양성', 250만에 못 미치는 결과인 170만"이라며 "저의 상업영화 은퇴를 축하해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준익 감독은 '평양성' 개봉에 앞서 언론과 인터뷰에서 "손익분기점인 250만명을 넘기지 못할 경우 더 이상 상업영화를 연출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평양성’은 27일까지 170만5000여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돌풍으로 10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며 이른바 ‘국민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 등 전작들에서 루저들의 삶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준익 감독은 역사 속 약자를 통해 현재를 그리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를 스타감독으로 만들어준 '왕의 남자'을 비롯해 '황산벌'과 '평양성',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 남들이 가지 않는 사극이란 길을 걸으며 과거와 현재를 소통하려 했다. 스스로 최고작으로 꼽는 '님은 먼곳에'는 베트남전쟁이란 근현대사를 남편을 참전시킨 한 여인의 오딧세이로 그렸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을 좌절시킨 것은 자신의 뜻과 달리 관객과 소통에 계속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라디오스타'와 '즐거운 인생'은 처음부터 주요 관객층인 20대 여성보단 중년 관객들과 소통을 예상했기에 큰 좌절은 없었다. 하지만 '님은 먼곳에' 흥행 실패는 이준익 감독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는 '님은 먼곳에'의 흥행 실패 이후 "관객과 소통에 실패했다"고 자인하며 "새 영화는 상업영화 틀에서 소통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익 감독은 한편으론 의기 의식도 느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흥행에 실패하고 '평양성'마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더 이상 투자자에 면목이 없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은 한국영화계에 강우석 감독을 포함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몇 안되는 50대 감독이다. 감독들이 조로하는 한국영화계에 이준익의 존재는 그 자체로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강우석 감독은 "나외에 한국영화에 50대 감독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은 은퇴 발언 철회를 요청한 스타뉴스에 "관객이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데 미련을 갖고 끈을 붙잡고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의 은퇴 발언은 감독으로서 그를 믿어준 투자자와 스태프, 배우 등 동료들에게 대한 사죄의 뜻으로 진정성을 담고 있다. 또 관객들과 더 이상 소통하지 못한다는 감독의 씁쓸한 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준익 감독은 한국영화계에 필요하다. 이준익 감독은 현역이다. 더 이상 관객이 이준익이 필요 없다고 결정하는 것은 이준익이 아니라 관객의 몫이다. 이준익 감독의 은퇴 발언은 '평양성'을 본 170만 관객들과, 지금껏 그의 영화를 본 관객들, 앞으로 그의 영화를 볼 관객들에 대한 배반이다.
그의 은퇴 발언 이후 트위터와 각종 게시판에 "은퇴는 절대 안된다"는 글들이 쏟아지는 건 단지 이준익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은 아니다. 이준익 감독이 만들어낼 영화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이준익 감독은 후배들에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서라도 은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분명 이준익 감독은 흥행 부진에도 끊임없이 투자를 받은 몇안되는 감독이다. 그렇다고 그가 물러난다고 해서 후배들에 영화 제작비가 골고루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이준익 감독이 투자를 받은 것은 그의 이야기가 투자자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이준익이란 이름값도 크긴 했지만.
이준익 감독은 축구나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아니다. 그가 양보한다고 다른 감독이 그를 대체할 수 있지 않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노"를 외친다면 이준익 감독이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준익 감독이 과거처럼 수입사 대표가 돼야 할지는 의문이다. 그는 이미 영화를 만드는 맛을 알았고, 관객도 그의 영화를 보는 맛을 알았다.
이준익 감독이 후배를 위해 해야 할 것은 101번째 영화를 만든 임권택 감독이 가는 길을 쫓는 것이다. 이준익 감독, 그가 은퇴 발언을 철회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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