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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승 감독 "조여정, 인상 한번 안찌푸린 프로"②

김대승 감독 "조여정, 인상 한번 안찌푸린 프로"②

발행 : 2012.06.05 08:26

김현록 기자

영화 '후궁:제왕의 첩'의 김대승 감독 인터뷰

영화 '후궁'의 조여정 스틸컷
영화 '후궁'의 조여정 스틸컷


<①에서 계속>


-시사회에서도 배우들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했다. 힘든 과정을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방자전'을 했던 조여정은 특히 어떻게 캐스팅한 건가.


▶조여정씨한테는 시나리오를 못 보내고 있었다. 당연히 안 할 거니까. 더 상처받기도 싫고, 스태프한테 보내지도 말라고 했다. 그런데 '여정씨가 관심 있어 하는데요' 하는 거다. '보내지 말라니까' 하면서도 '그럼 일단 만나자' 이렇게 된 거지. 그런데 여정씨는 목표가 확실했다. 내가 배우로 넘어서고 싶은 게 있고 배우이고 싶다는 거였다. 그게 조여정이란 배우의 목표였다. 그 순간 이미 조여정이란 인간에게 감동하고 매료됐을 수밖에.


-실제 베드신 촬영 등에서도 굉장히 프로다웠다고 들었다.


▶촬영에 딱 들어갔는데 얼마나 조심스럽겠나. 스태프 다 내쫓고 '여정씨 근데요, 그러니까요' 이러고 있는데 여정씨가 그러는 거다. '감독님이 확실히 선을 그어주시면 제가 덜 무안하다'고. 그러고선 일사천리였다.


이게 단순히 사랑의 감정이면 몰입하면 되는데 이건 훨씬 다른 이야기가 아닌가. 어느 순간엔가 조여정과 내가 목표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멋진 것 같다. 조여정이라는 사람이. 감독들이 보통 배우 칭찬하지 않나. 그런데 정말 빈말이 아니다. 진짜 프로다. 그 내내 인상 한 번 찌푸린 적이 없다. 사실 여배우가 조금만 인상 쓰면 분위기 살벌해진다. 남자배우 긴장하고 스태프 엉키고. 그런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제가 오히려 노심초사했지, 여정씨는 끝까지 의연했다. 마지막 오케이를 하고 크랭크업 하고 나선 여정씨를 안아주면서 그랬다. '당신은 어른이다. 고맙다'고. 어른이다, 어른.

영화 '후궁'의 김동욱 스틸컷
영화 '후궁'의 김동욱 스틸컷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다. 촬영을 하는데 여정씨가 바들바들 떨더라는 거다. 동시녹음을 해야 하니까 소리 난다고 히터를 끈 거다. 제가 파카 입고 있다고 배우 추운 걸 몰랐던 거다. 얼마나 열불이 나던지, 얼마나 가슴을 쳤는지 모른다. 그러면 '감독님 저 추워요' 그러면 되는데 그 이야기를 안한다. '견딜만했어요' 하고 웃고 넘어가고. 배우가 그러면 눈물난다. 모두를 감동시킨 배우였다.


-김동욱 캐스팅도 절묘했다. 처음엔 동안이라 그런 역할이 어울릴까 했었는데.


▶그게 딱 중요했다. 왕이 된 이전부터 왕이 된 이후를 다룬다. 세월을 입혀가야 하는 거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배우를 어려 보이게 하는 건 어렵다. 어려 보이는 배우에게 수염을 붙이고 바꿔나가는 건 비교적 수월하다. 수렴청정을 하는 이유를 또 설명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래서 좀 어려보이는 배우를 찾았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광기, '똘기'였다. 동욱씨가 했던 '커피프린스 1호점'도 있고 '국가대표'도 봤는데 그런 면이 보이더라. 일단 만나자고 했는데 좋더라. 눈이 맑은 데 힘이 있다. 그게 에너지다. 당시엔 운동을 해서 우락부락 했는데 사극 왕이 몸짱 이러면 이상하지 않나. 그래서 빼기 시작했다. 저는 내심 쾌재를 부른 캐스팅이었다.

영화 '후궁'의 김민준 스틸컷
영화 '후궁'의 김민준 스틸컷


-김민준이 나머지 축이다. 사실 분량도 적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새 카드가 하나 더 있어야 했다. 촬영감독이 드라마 '친구'를 찍은 분이라 김민준이란 배우가 어떠냐고 물어봤다. '사나이죠, 사나이' 이러더라. 보이는 것보다 깊을 거라고. 만나보니 정말 예의바르고 싹싹한데 '똥고집'이 있다. 저는 그게 그렇게 좋더라.(웃음) 할 말은 한다지 않나. 그런데 평소에는 그렇게 예의바른 사람이 없다. 그럼 또 연기를 잘 했느냐가 남는다. 저는 '아일랜드'를 보고 마음을 놨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순박해 보이고. '이런 얼굴이 있는데 됐다' 싶었다. 그래서 질렀다. '난 자신 있으니까 갑시다.'


민준씨한테는 지금도 미안한 게 있다. 뭔가 연기를 할 만한 마당이 별로 없었다. 민준씨는 자기 방 하나만 만들어주면 안되냐고, 그럼 성격이 나오지 않겠냐고 했지만, '내시가 무슨 자기 방이야' 하고 넘겼다. 그러고 나니 표현할 수 있는 게 눈밖에 없는 거다. 그 순간을 포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감정이 변화하는 순간을 담은 눈, 그 디테일이 마음에 든다. 팔다리 다 잘린 채 제한된 속에서 감정을 만들어갔다. 그 것도 좋고, 세 배우 중에 맏이라 큰 오빠처럼 형 노릇도 잘 해줬다.


사진


-감독으로서도 만족스러운가.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부끄럽고, 조금 더 여유있고 세련되게 만들었다면 더 좋겠다 싶기도 하고. 늘 만족하는 경우는 없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렇다고 '후져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저 인간들(옆에서 인터뷰하고 있던 김민준의 뒤통수를 가리키며) 때문이다. 그 고생이 눈 앞에 선해 눈물이 난다. 그걸 다 의연하게 겪어 준 사람들이다.


-여자들은 괴물이 되어가고 남자들은 희생자가 된다는 느낌도 든다.


▶그것도 그 사람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대비는 자기 아들을 왕위에 앉히면서 꿈꾼 나라가 있었을 거다. 성군이 돼 나라를 잘 다스릴 거란 포부가 있었다. 화연도 마찬가지다. 자기 새끼를 지키기 위해 마음에 품은 행동을 옮긴다. 그런데 그런 지극한 모성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게 옳을까.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엄마들도 물론 아이들을 지극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겠지만, 거기에 부모의 욕망이 조금도 없는 걸까. 저는 아니라고 본다. 10대, 20대에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은 언제 행복하라는 이야기인가. 그런 식으로 우리 삶 속에 드러나는 욕망들이 무지하게 많다.


-그게 '후궁'으로 현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 지점들인 건가.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욕망들이 무지하게 많다. 누구를 사랑한다면 순수하게 사랑만을 주고받는 걸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뭔가를 계속 끌어들이게 된다. 사랑조차 탐욕에 물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이야기를 던져보고 싶었다. 너무 많이 간 건가요?(웃음) 큰 애가 6살인데 아이들이 시들어가는 게 어른의 탐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춘을 공부하는 데 다 쏟아붓고, 그러면 안될 것 같은데 안 그러면 안될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 또 있고. 그런 게 곳곳에 있다. '해고는 죽음이다'고 하는 사람들을 몇 달씩 방치하는 사이 주주들을 몇십억씩을 나눠갖는다. 그런 일이 수없이 많다.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에 그런 대사가 나온다.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영화가 현실을 못 따라가.' 맞는 말이다. 종국에는 그렇게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행간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낙동강 치수'를 잘못해서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4대강 비판으로 보는 관객도 많다.


▶그게 바로 대비가 꿈꿨던 나라다. 치수를 잘 하는 사람이 성군 아닌가. 대비는 명쾌하게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를 한다. 그런 사람이다. 아들과 관련된 데서 악마가 되어가는 거지 그런 데서는 좋은 사람이다. 그 와중에 왕이라는 아들은 실실 딴생각 하면서 좋아하고 있지 않나. 물론 비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뭐 그걸 뭐라고 하겠나. 그게 다 보는 사람 마음이지.


-사랑에 대한 묘사라든지 '후궁'에서 보여준 변화에는 감독 자신이 그간 변한 모습이 담긴 건가.


▶제가 변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번지점프를 하다'는 그런 숭고한 사랑, 동성애조차 어쩔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는 거고, '가을로'도 백화점이 무너진 '쪽팔린' 사건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야기였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그 참혹한 사건이 우리 사회의 현대사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게 멜로에 뭐를 하나 얹은 거라면 '혈의 누'나 '후궁'은 멜로가 아니라 '다 확 제끼고 한번 보자' 하는 거다. 대신 그 과정에 멜로를 썩은 거다. 이 쪽이 셀 뿐이지, 저도 기본적으로 멜로가 좋고, 사람이 좋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좋다. 잘 만들고도 싶다. 허진호, 박흥식 감독을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제일 부러운 사람들이다. 아우, 유지태가 이영애 차를 긁을 때는 제 가슴이…. 사랑관이나 멜로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게 아니라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흥행 부담은 어떤가. 임권택 감독은 뭐라시던가?


▶잘 돼야 한다. 감독 생명이 연장된다. 목표를 세운다고 잘 되는 건 아니지만, 내 돈 만원도 아까운데 남의 돈 몇십억 손해 안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야말로 간절하다. 임권택 감독님은 원래 별 말 안하신다. '수고했어, 흥행이 좀 돼야할텐데잉' 하셨다. 그 말이 그래도 잘 보셨다는 느낌이 들어있어 기분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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