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부 집에는 쌀이 서 말, 홀아비 집에는 이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홀아비로 표현했지만, 혼자 사는 남자의 삶이 어떤지 실상 내지 편견을 보여주는 속담이렸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파일럿 프로그램 '남자가 혼자 살 때'(연출 이지선)는 그 속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혼자 사는 남자들끼리 모여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기러기 아빠 독신남과 짝 없는 솔로 독신남들의 집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로 담아낸 이야기는 비극과 희극을 오갔다.
절대로 밥을 해먹지 않는다고 밝힌 이성재가 식탁도 없는 집에서 침대에 신문지를 깔아 중국집에서 배달 온 아침밥을 먹을 때, 잘나가는 20대 솔로남 서인국이 '청소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너저분한 집에서 어슬렁거릴 때, 자취경력 15년 김광규가 "혼자 사는 내게 손을 내밀어준 친구"라며 일어나자마자 홈쇼핑 채널을 돌릴 때, 덩치 큰 데프콘이 끈끈이 클리너로 앙증맞은 키티 이불의 먼지를 털어낼 때…. 곳곳에 반전이 숨겨진 남자들의 삶은 단순한 관찰기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리얼버라이어티를 능가했다.
시시각각 폭소가 터지지만 그저 웃기만 할 수 없었던 건 그 독신남들의 삶이 우리 이야기이자 이웃 이야기, 친구 이야기, 가족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연출자 이지선 PD가 앞서 밝혔듯 '남자가 혼자 살 때'는 전체 가구 중 25%에 달하는 1인 가구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는 '진지한' 의도로 시작됐다. 교양국에서 만들었어도 손색 없었을 이 독신남 버라이어티는 예능국의 손으로 태어난 덕분에 의미와 재미가 모두 담긴 파일럿이 됐다.
실제 사는 집을 가감없이 공개하고, 방귀 뀌고 내복 입고 꾸밈없이 사는 모습을 드러낸 배우와 가수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더없이 가까운 우리 주변 사람들로 보였다. 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저 처량한 개그로만 그리지 않고 담담한 토크를 통해 사람에 대한 그리움, 평범한 사람의 애환까지 담아낸 제작진 섬세한 접근과 연출 솜씨 또한 돋보였다.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라"는 열띤 반응으로 화답했다. 시청률은 6.3%.(닐슨코리아 전국가구시청률 기준) 이만하면 합격점이다.
그래서 '과부 집에 쌀이 서말, 홀아비 집에는 이가 서 말'이라는 독신남 실상 내지 편견은 확인됐느냐고?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마다 달랐다. 그저 우중충하지만은 않았다. 디테일에 대해서라면 '궁금하면 700원!'을 외치고 싶지만 아직은 불가다. 파일럿 '남자가 혼자살 때'는 방송 이틀이 지난 12일 오전까지도 MBC 다시보기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더욱 정규 편성을 기다려 볼 밖에.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