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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이팅+기타+베이스+드럼, 밴드가 통했다

송라이팅+기타+베이스+드럼, 밴드가 통했다

발행 : 2013.09.25 10:22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버스커버스커 /스타뉴스
버스커버스커 /스타뉴스


버스커버스커가 또 일을 냈다. 25일 0시 정규 2집 전곡 9곡이 공개된 후 멜론 엠넷 등 주요 음악사이트 실시간차트를 휩쓸고 있다. 타이틀곡 '처음엔 사랑이란게'를 필두로 인스트루멘털곡 '가을밤'까지 9곡 모두가 톱10에 들었다. 소위 '음원 줄세우기'다.


팬들은 왜 이처럼 버스커버스커를 쌍수를 들어 반기는 걸까.


아날로그 밴드, 그것도 기타(+보컬), 베이스, 드럼으로 짜여진 가장 원초적인 밴드 사운드의 싱싱함이 이들 매력의 처음이자 끝이다. 전문 세션 연주자들보다는 뒤떨어지더라도 이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사운드와 화성과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 이는 특히 10팀 내외(최대로 잡아도 20팀)의 유명 직업 작사작곡가들이 만들어낸 엇비슷한 혹은 브랜드화한 노래들의 홍수속에서 단박에 귀에 박힌다. 물론 장범준의 작사 작곡, 송라이팅 능력은 버스커버스커만의 유일무이 바코드를 달게 한 일등공신이고, '슈스케'를 통한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 지난해 1집에 대한 만족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자신들의 곡을 자신들이 연주해서 자신들의 목소리에 담을 수 있는 밴드는 버스커 버스커만이 아니다. 기타+베이스+드럼, 이 구성으로만 봐도 가자미소년단, 게이트 플라워즈, 국카스텐, 노브레인, 더문샤이너스, 델리 스파이스(이요한 탈퇴 후), 락타이거즈, 로다운30, 로맨틱 펀치, 로켓 다이어리, 마리서사, 마이앤트메리, 몽니, 불독 맨션, 브로큰 발렌타인, 비둘기우유, 서울전자음악단, 소란, 슈퍼키드, 아폴로18, 악퉁, 얄개들, 옐로우 몬스터즈, 이스턴 사이드 킥, 자우림, 텔레플라이, 피아, 3호선 버터플라이, 24아워즈 등 그야말로 강호의 제현 급이다. 이들의 개성 넘치는 사운드와 노랫말은 인디 팬들을 강력한 팬덤으로 벌써 20년 가까이 똘똘 뭉치게 했고, 엠넷 '밴드의 시대'나 KBS '톱밴드', 아니면 수많은 록페에 온몸으로 열광케 했다.


여기서 버스커 버스커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키보드 혹은 신시사이저를 배제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렉트로닉 장르를 이끌어가는 주요 악기로서 키보드가 빠졌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아날로그 사운드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줬다. 지난해 1집이 겨냥한 봄(만남의 시작으로서), 올해 2집이 겨냥한 가을(만남의 끝으로서), 이는 우연이 아니다. 여름철 중첩된 디지털 사운드, 신스팝, 팝 록, 댄서블 힙합에 지친 팬들을 위한 힐링 사운드. 맞다. 아날로그 사운드에 아날로그 감성이 담기는 법이다.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이번 2집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리는 것은 브래드의 드럼 사운드다. 2번 트랙 '잘할 걸' 중반에서 터져나오는 드럼이라는 악기의 예의 묵직한 타격음은 무게감이 넘쳐난다. 멤버들의 합이 가장 로큰롤스럽게 펼쳐진 7번 트랙 '줄리엣'에서는 신나게 드럼을 연주하는 브래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러한 '베이스 부스트'는 요즘 스마트폰의 음악플레이 기능이 고급화되고 이에 따라 고품질 헤드폰이 널리 보급된 청취환경과도 무관치 않다. 예전 번들 이어폰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중저 타격음이 이제는 웬만한 음원 소비자들한테도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타와 보컬을 맡은 장범준도 1집 때보다 '세졌다'. 3번트랙 '사랑은 타이밍'은 장범준의 기타 솔로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곡. '시원한 여자'와 '그대 입술이'의 서주 역시 맛깔스럽다. 보컬의 경우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스타일은 여전하지만 '처음엔 사랑이란게'에서는 보란듯이 진성 고음을 펼쳐보이는 영리한 전술까지 동원했다. 그래도 장범준의 보컬은 부드럽게 읊조릴 때가 더 맛이 난다는 게 중평. 이밖에 김형태의 베이스도 1집 때보다 더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8번트랙 '아름다운 나이'는 자신감 충만한 베이스로 문을 연, 이번 2집의 숨은 명곡이다.


그러면 노랫말은? 비록 타이틀곡은 '처음엔 사랑이란게'지만 가을 감성 물씬 묻어나는 숨은 한 곡을 꼽으라면 단연 '사랑은 타이밍'이다. 템포는 빠르지만 슬프다. 다름 아닌 이 대목 때문이다. '..내가 있어야 할 순간에 내가 있었더라면 그때..' 이 저릿한 가사야말로 장범준이 이번 앨범에 숨겨놓은 신의 한수라 할 만하다. 이밖에 장범준 특유의 '~군요'체가 여전해 반갑다. 지난해 '벚꽃엔딩'에서 갑자기 터져나온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군요'에 팬들은 얼마나 화들짝 놀랐던가. 올해도 마찬가지다. '거리에 오 겹쳐진 그녀 모습 속에는/ 오 난 그 어떤 그리움도 찾아볼 순 없군요'('처음엔 사랑이란게').


역시 장범준의 어법이나 작법은 '올드'(좋은 의미에서)한 구석이 있다. 요즘 20대답지 않은 '고어풍' 단어들의 출몰과 '식상한' 표현의 반복('난 그녀의 파란 하늘에 떠오르는 저 별이에요/ 저 별을 따준다면 왜 이리 좋나요-줄리엣')도 그렇고. 이는 버스커버스커가 40, 50대 팬들의 감성까지 건드리게 한 숨은 주역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 묘한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솔직함('그녀의 짧은 치마 스타킹마저 날 설레게 만들어-줄리엣' '그대 입술이 다가오기를 멈추지 않아 나는 어떡하죠-그대 입술이')은 역시 이들이 20대 밴드임을, 그래서 더 많은 변주와 더 싱싱한 곡들을 쏟아낼 수 있음을 확인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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