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전드'가 된 자들과 '레전드'가 되어가고 있는 자들의 감동적인 한판승부였다.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은 '배드민턴 리턴즈-올스타 슈퍼매치' 편으로 한국 배드민턴계 전설들이 출연해 대결을 벌였다.
청팀(강호동, 찬성, 닉쿤, 이동수, 박주봉, 김동문)과 홍팀(존박, 최강창민, 이만기, 하태권, 이용대, 유연성)으로 나뉘어 배드민턴 경기를 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박주봉·김동문 대 이용대·유연성의 경기. 이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박주봉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로 현재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김동문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로 당시 무적 박주봉을 누른 전설이다.
이에 맞선 이용대와 유연성 조는 2013년 중국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남자 복식과 홍콩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남자 복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두 사람은 각종 국내외 메이저 대회에서 수상하며 현재 배드민턴 최강으로 손꼽히고 있다.
쉬운 승리를 예상했던 이용대·유연성 조는 고전을 거듭했다. 레전드의 허를 찌르는 공격에 실수를 하며 아쉬움이 담긴 탄성을 내뱉기도 했다. 현역의 자존심을 건 두 선수는 레전드 선배들의 추격을 힘겹게 따돌리며 겨우 승리 했다.
경기에서 아쉽게 진 박주봉과 김동문. 두 사람은 경기 내내 패기로 달려드는 후배들의 매서운 공격을 노련함으로 받아치며 재미를 높였다. 이들은 종종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매섭고 강력한 공격으로 후배들의 혼을 쏙 빼놨다. 90년대 한국 배드민턴사(史)에 한 획을 그었던 두 사람의 경기는 노장의 투혼과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이들에 앞서 벌어진 경기 역시 레전드 간의 대결로 이목을 끌었다. 전 국가대표 이동수 선수와 하태권 선수가 맞붙었다. 이동수 선수는 닉쿤, 하태권 선수는 이만기와 각각 팀을 이뤄 경기를 펼쳤다. 좀처럼 승패를 예상할 수 없었다.
하태권과 이동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라이벌이다. 당시 하태권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라이벌 대결에서는 이동수가 승리했다.
이번 레전드들의 경기는 '예체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스포츠가 함께 한 예능은 단순 경기 대결이 아닌 감동과 추억, 짜릿함까지 안길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승패를 떠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전드들의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단순 대결에서 성장해 가고 있는 '예체능'. 다음에는 또 어떤 감동과 재미로 '예체능'만의 재미를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예체능'은 9.2%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4월 9일 첫 방송 이후 9개월 만이다. 직전 자체최고시청률은 지난해 8월 20일 방송분이 기록한 8.4%다.
이경호 기자s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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