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26)은 차(車)가 없다.
동네에선 '애마' 스쿠터로 다니고,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올 때는 지하철을 탄다. 그는 최근 지하철 타기가 힘들어졌다. 인사할 일이 많아져서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김기범 일병으로 출연하면서부터다.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는 일일이 인사를 하고 사진 부탁이 오면 함께 찍어준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가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태후 신드롬'이 불면서 인사하기 힘들어졌다. 너무 많은 이들이 그를 알아봐서다.
"죄송스러울 때가 있어요. 알아봐 주시는데 다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다 보니 지하철 스무 정거장 이상을 인사만 하면서 가야할 것 같더라고요(웃음)."

"'태양의 후예' 같은 작품, 다시 못 만날까 두렵다."
김민석은 지난 2012년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데뷔했다. 2011년 엠넷 '슈퍼스타K3'에 출연, '꽃미남'으로 얼굴을 알린 후 바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웹드라마 '후유증', KBS 2TV '하이스쿨: 러브온', '후아유-학교 2015', MBC에브리온 '상상고양이'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았다.
'태양의 후예'는 그런 김민석에게 "또 다시 만나지 못할까 두려운 작품"이다.
"지난해 촬영할 때는 사실 이렇게까지 잘될지 몰랐어요. 촬영하면서 방송하면 다음에는 이런 부분을 좀 더 잘해야겠다 이런 게 있을 텐데 사전제작이라 방송할 때까지 제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모르니까요.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고, 속 편하게 보고 있습니다(웃음)."
김민석은 '태양의 후예' 1회부터 비중 있게 출연했다. 극중 김기범이 중국집에서 돈을 훔치다 휴가 나온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 서대영 상사(진구 분)에게 걸렸고, 이후 강모연(송혜교 분)이 근무 중인 병원에 실려가면서 '송송커플'의 인연이 시작됐다. 김기범은 이후 군에 지원, 우르크까지 파병됐다.

"아직 군대 안가..송중기·진구 형님께 군인 연기 배워"
'양아치' 연기에 대해 언급하자 김민석은 대뜸 "소시민으로 봐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1회라는 부감이 컸죠. 머리카락을 잘라야 해서 방송 순서대로 쭉 찍었거든요. 게다가 (송)중기 형, 진구 형, (송)혜교 누나와 처음 연기하는 거라 부담이 컸어요. 1화부터 많이 나와서 제가 망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죠. 제가 유시진 대위, 강모연 중간 다리 역할도 하면서 제 감정선도 가져가야 해서 부담이 컸어요. 이 로맨스에 내가 중간에 껴서 방해하는 게 아닌가 하고요. 시청자들이 볼 때 째 뭐야, 쟤 뭔데 나와 하실까봐요. 근데 김기범 일병 되고 머리카락 자르니까 걱정도 없어지고 속이 시원해지더라고요. 하하하."
김민석은 "방송을 보면서 저 부분에서 내가 좀 더 가도 됐는데 절제했나 하는 부분도 있고, 내가 너무 과했나 할 때도 있다"며 "근데 돌이킬 수 없으니까 고민도 필요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극중에선 일병이지만 김민석은 아직 군미필자다. 군인 연기는 현장에서 배웠다고 했다.
"촬영 전에 현장에서 형들에게 군대 연기를 배웠어요. 사전에 많이 배워가려고 했는데 결국 현장에서 배우게 되더라고요.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어요. 출연진들이 거의 다 군필자들이라 많이 보고 배웠죠."
'태양의 후예'는 '우르크'라는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스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부대원의 일원인 김민석은 그러나 그리스 촬영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주연들만 갔어요. 그리스에는. 서운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일하러 외국 가는 거 별로 인 것 같아요. 돈 많이 벌어서 쉴 때 편하게 가고 싶어요. 하하하."

"'슈스케3' 출연 후 연기자 데뷔..교복 입은 드라마만"
김민석은 유쾌했다. 대답에 막힘이 없었다. 10대 후반부터 그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서 그런지 목표도 명확했다. 그는 10대 후반에 일식집에서 주방장으로 일했고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했다. 20대 초반에는 '슈퍼스타K3'에 도전하기도 했다.
"'슈스케'는 당시 유행 같았어요. 아마 대한민국 젊은이의 5분의 1은 '슈스케'에 도전했을 거예요. 저도 정말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대회 끝나고 연기자 연습생 생활하는데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출연하게 된 거죠. 연기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요. 대본 받고 딱 일주일 후에 촬영을 시작했으니까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 거죠."
김민석이 '태양의 후예' 전에 출연한 작품은 모두 학원물이다. 20대의 그는 항상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생긴 게 이렇다 보디 교복이 잘 어울린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성인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기분이 좋죠. 솔직히 교복 좀 벗고 싶었어요(웃음). 교복을 벗고 나니 제일 좋은 게 고민을 덜 해도 된다는 거였어요. 제가 10대가 아니다 보니 대본을 봐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이해 안되는 학생들만의 사고방식이 많아서 힘든 점이 많았어요."
그래도 '꽃미남'이니 학원물에 많이 출연한 것 아니겠냐고 하자 "예전에는 '꽃미남'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넓은 세상을 보니 저는 일반인이었다"며 "연기를 하면서 연예인, 배우, 방송인들을 많이 보니 제가 못 생긴 건 아닌데 평범한 얼굴이라는 생각을 했다. 숍(미용실)에만 가도 잘 생긴 분들, 예쁜 분들이 정말 많다"고 했다.

"대본 받고 너무 재밌어 한번에 쭉 읽어"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 '신드롬'에 가까운 사랑을 받는 기분은 어땠을까.
"상상도 못했어요. '태양의 후예'는 너무 지난 추억이어서 방송되는 것 자체가 실감이 안났죠. 지난해 3월 캐스팅이 돼서 5월부터 촬영을 했어요. 저희 출연자들끼리는 방송이 왜 이렇게 안하냐 그러고 있었어요. 별생각이 없었죠. 그런데 이게 큰 사랑을 받으니까 출연자들끼리 깜짝 놀랐어요."
출연자로서 '태양의 후예' 인기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하자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 작가님이 말씀하셨듯이 현실에 있을 법한 최고의 판타지라고 생각한다"며 "메디컬과 군대 이야기의 조화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작가님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6부까지 대본을 받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제가 책을 잘 못 있는 편인데 대본을 끝까지 한번에 다 읽었을 정도에요."
성공 뒤에는 늘 고민이 따르기 마련이다. 출연작이 큰 사랑을 받았을 경우 배우들도 그렇다.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할지,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어요. '태양의 후예' 김일병 이상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회사(울림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해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에서도 걱정을 하겠지만 제 인생이니 제 스스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태양의 후예' 김일병 이상은 없을까봐요. 그런데, 방송 끝나기 전까지는 일단 시청자들의 사랑을 즐기려고해요(웃음)."
김민석은 지난 1월부터 영화 '소중한 여인'을 촬영 중이다. 범죄 조직의 실질적 보스(최무성 분)의 아들 역을 맡았다.
"센 캐릭터에요. 말이 별로 없고, 눈으로 얘기하는 친구죠."
영화 촬영이 없는 날은 여느 20대와 똑같다. 절권도는 그가 즐기는 운동 중 하나. 그는 "헬스는 재미가 없어서 못하겠는데 절권도는 재밌다"고 말하며 웃었다.
요리도 잘한다. 18살부터 일식집에서 일을 했다. 19살 때는 초밥을 만들고 회를 떴다고 했다. 호텔 조리학과에 진학, 일식, 양식,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요리는 '태양의 후예' MT에서 제대로 써먹었다고.
"김은숙 작가님, 이응복 감독님, 그리고 주인공 4인방이 촬영 전 MT를 간 적이 있는데 제가 회를 떠드렸어요. 초밥도 만들어드리고요. 다들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촬영 중 이응복 PD의 사랑도 많이 받은 듯 했다. 김민석은 '신인급'임에도 '원샷'을 많이 받아서 기뻤다고 했다.
"제가 생각해도 제 바스트샷이 왜 필요할까 생각들 정도로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주인공들이 대사 하는 장면이 있는데 따로 신을 만들어 주신 적도 있었어요. 주인공들 대사 끝나고 '기범이 리액션 한번 가자' 이러신 적이 있는데 솔직히 저는 그 장면을 쓰실지 궁금했는데 방송에 나오더라고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고 싶다."
송중기, 진구는 연기를 '지도'한다기보다 상황에 대한 '설명'을 그에게 조언해줬다. 극중에서 그가 입대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진구는 막상 촬영에서 함께 하는 장면은 별로 없었다.
"진구 형이 그러더라고요. 내가 너를 챙기지도 않는데 넌 날 왜 따라온 걸까, 이러면서 웃은 적이 있어요. 하하하."
배우로서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한 그는 '진짜'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항상 가짜 같지 않고 진짜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화면에 나왔을 때 가짜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쟤는 정말 저 사람 같다, 뭐 이런 느낌요.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고 싶습니다."
김민석은 "올해 목표는 좋은 작품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목표는 없다. 정말 '태양의 후예'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소원이다"고 했다.
"'태양의 후예'는 꿈 같은 작품이죠. 얼마 전 식당에 갔는데 된장찌개를 서비스로 주시더라고요. 드라마 잘 봤다고 하시면서요. 이런 드라마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