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news Logo

'럭키' 이계벽 감독이 밝히는 #유해진 #84년생 #코미디(인터뷰)

'럭키' 이계벽 감독이 밝히는 #유해진 #84년생 #코미디(인터뷰)

발행 : 2016.10.15 08:00

김현록 기자

영화 '럭키' 이계벽 감독 인터뷰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살린 영화 '럭키'(Luck-key). 냉혹한 킬러가 공중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기억을 잃은 뒤 바뀐 열쇠 때문에 자신이 무명배우인 줄 알고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따뜻한 터치로 그려낸 코미디다. 당당히 원톱 주인공을 맡은 유해진과 함께 웃음과 긴장감, 드라마와 로맨스를 그려보인 연출자는 이계벽(45) 감독. 들뜨지 않아도 유쾌한 감독처럼 '럭키'는 흥미로운 상황극을 이어가며 배우들의 매력까지 듬뿍 담아낸 코미디로 탄생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유해진이 더 잘생겨 보일 정도다. "유해진 형님이 내겐 행운의 열쇠였다"는 이계벽 감독은 '유해진의 대표작이 될 것 같다'는 평에 " 만족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음 지었다.


-2005년 '야수와 미녀' 이후 굉장히 오랜만의 연출작이다. 그간 각본 작업 등에 많이 참여했는데.


▶연출을 준비하던 작품들이 어그러지며 기회가 닿아 각본에 참여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 전에도 스릴러, 공포, 물론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를 썼는데 '야수와 미녀'가 괜찮다고 생각하셨는지 코미디 각본이 많이 왔다.


-'럭키'에는 어떻게 참여했나.


▶영화 '커플즈'의 각본을 썼는데, 일본 우치다 겐지 감독의 '운명이 아닌 사람'이란 작품이 원작이다. 연출도 겸하려다 각본만 하게 됐는데 그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우치다 겐지 감독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신작 '열쇠도둑의 방법'을 보고 괜찮다 했는데 용필름에서 리메이크 제안이 왔다. (영문 제목이 '키 오브 라이프'인 '열쇠도둑의 방법'은 '럭키'의 원작이다.) 인연이 이렇게 또 되려나 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바꿔나갔나.


▶작품을 만들 때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열쇠도둑의 방법'을 보며 굉장히 재미있었던 부분이 목욕탕에서 넘어졌다가 아주 큰 사건이 일어난다는 대목이다. 그 장면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일이 어떻게 풀려나갈까 자연스럽게 그려나갔다. 우치다 겐지 감독의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 안에 범죄가 섞여 있는 특징이 있다. 저는 로맨틱 코미디로는 너무 평범할 것 같아 기억을 잃은 사람의 심리에 집중해 선이 굵게 그리려 했다. 원작에선 무명배우 쪽이 더 비중이 크지만 저는 킬러가 더 마음에 들어 킬러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기억을 잃어 혼란스럽고 막막해 하는 쪽이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중목욕탕에서 킬러 형욱이 비누를 밟고 붕 뜨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와이어라도 쓴 건가.


▶그 곳이 실제 공중목욕탕이다. 그 장면은 점프해서 떨어지는 대역이 있었는데 그 분이 정말 천장에 닿도록 뛰시더라. 점프대도 따로 없었고 특별한 장치가 없는데 그게 가능하더라. 심지어 몇 번 닿기도 했다. 기가 막힌다. 찍으면서도 너무 놀랐다. 원작에 있는 장면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 오마주를 담아 살렸다. 우치다 겐지 감독이 보면 아마 '아' 그러실 거다.


사진=영화 '럭키' 포스터
사진=영화 '럭키' 포스터


-킬러 역을 맡은 유해진의 캐스팅이 절묘하다. 영화의 톤 자체에도 지대한 공을 끼쳤다.


▶처음엔 막연하게 킬러로서 멋있는 사람만 생각을 했다. 그러다 제작사에서 '유해진은 어때'라고 했을 때 '내가 너무 평범하게 생각했구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유해진이라면 킬러라는 직업보다 기억을 잃었을 때 혼란스러운 그 사람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 확 왔다.


-유해진의 코미디지만 개인기는 없는 느낌이랄까. 유해진은 마치 코미디를 하지 않는 듯한 연기를 펼친다. 독특한 포인트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유해진을 두고 코미디 연기를 했다거나 개인기라고들 한다. 그런데. 본인은 절대 개인기를 한게 아니라고 한다. 자기가 중요한 인물이 돼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이야기를 해준 것 뿐이지 코미디를 한 게 아니라고 자신도 그런다. '럭키'에서도 기억을 잃은 채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을 그리려 한 것일 뿐 코미디를 하려 하지 않았다. 저 역시 바라지 않았다. 전작들을 봐도 유해진이란 배우는 코미디를 위해 개인기를 하는 분은 아니었다. 영화 속 인물은 굳이 과장하지 않아도 그가 놓인 우스운 상황 때문에 관객들이 재미있어 하실 것이다, 이렇게 사전에 이야기를 하고 들어갔다. 흐름과 톤에 대해 제가 주문할 필요가 없는, 그저 뛰어난 배우다. 감독으로선 든든한 파트너, 지원군 같달까. 애정을 갖고 '이렇게 해보자' 말하는 열정적인 동반자, 동료를 얻은 느낌이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위해서 같이 노력하는 관계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성실한 노력파인 영화속 형욱이 마치 본래 유해진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와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삼시세끼'에서 보여주는 꾸밈없는 자기 모습을 시청자들도 고스란히 느낄 것 같다. 실제로도 그러시니까. 무명배우지만 늘 연습하고 노력하는 부분은 실제 성격이나 비슷할 것 같다. 제가 봐도 무서울 정도로 열심히 하신다. 액션조차 대역이 없었다. 대역을 쓰면 액션이 화려할 수는 있어도 부실해질 수 있다. 직접 해주시니 다행히 장면을 잘 잡을 수 있었다.


-유해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도 든다. 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액션, 스릴러가 다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대목이 있다면.


▶다 재미있었지만 리나(조윤희 분)와 걸어가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반복인 것 같아 빼낸 게 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지는. 그런 장면을 찍을 땐 '해진이 형님 정말 멜로 하셔도 되는데' 하는 느낌을 받는다. 묘한 게 있다. 예쁜 배우가 하는 멜로의 감이 있는 반면 굉장히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멜로가 있다.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유해진이 자신이 84년생이라고 하는 대목이 절묘하다. 반복해 나오는데 다 터진다. 더도 덜도 말고 84년생이라고 설정한 이유가 있다면.


▶같이 각본을 쓴 작가의 아이디어다. 유해진 형님이 하신다니까 이런 걸 넣으면 어떨까 해서 만들었다. 포인트 마다 나오다보니 몇년생으로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처음엔 87년생으로 할까 생각도 했다. '형 어때' 했더니 '정말 양심상 내가 할 수 있는 지점이 84 같아', '32살까지는 어떻게 가지 않겠니' 해서 이렇게 됐다.(웃음) 마지막 71년생은 제 나이에 맞췄다.(웃음)


-유해진의 이름이 처음 타이틀에 올라가는 대표작이 될 듯한 느낌이다.


▶만족하실까? 그런 이야기는 잘 안 하신다. 보시는 대로, 자화찬 이런거 안 하시는 겸손한 분이다. 마음에 들어해 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다.


어떤 기사에 '이계벽 감독이 유해진이란 복덩이를 얻었다'는 글이 있더라. 맞다. 저에겐 유해진 형님이 행운의 열쇠다. 해진이 형님이나 제게나 큰 무게가 있는 작품이지만, 굉장히 인간미 어린 인물을 그릴 수 있게 된 건 유해진이란 사람 덕분이다. 감정의 디테일이나 표정이나 말투를 다 직접 만들었다. 제가 그려왔던 것보다 많은 걸 얻게 해주신 것 같다. 행복하다.


사진='럭키' 스틸컷
사진='럭키' 스틸컷


-다른 배우들 이야기도 궁금하다. 삶이 바뀐 무명배우 재성 역의 이준이나 구급대원 역 조윤희, 의문의 여인 임지연 등등.


▶배우가 캐릭터와 일치되는 감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연기하기가 힘들다. 조윤희는 드라마 '넝쿨당' 때 건강한 단발머리 느낌이 있다. 그런 선한 느낌의 구급대원이 필요했다. 실제로도 유기견을 돕는 일도 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한다. 그 선한 기운이 리나에게 맞겠다 했다.


이준도 그게 필요했다. 재성은 '내가 정말 연기를 하고 싶은데 왜 기회가 안 올까' 하는 괴로움을 가진 인물이다. 이준도 실제로 만나보니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 매니저 없이 직접 차를 몰고 오디션을 보기도 했고. '배우는 배우다'를 하며 우연찮게 잡은 기회에 얼마나 기뻐했는지도 알게 됐고. 재성과 합일하는 데가 있다고 봤다.


임지연은 전작에서 묘하게, 느낌있는 캐릭터들을 맡았다고 봤다. 재성이 화면만 보고 반해야 하는 인물이라 뭔가 사연이 있을 듯한 묘한 느낌을 전달하는 인물이 필요했다. 실제로도 묘한 느낌을 전달하는 친구다.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상황과 캐릭터, 배우가 잘 어우러진 쫀쫀한 코미디인 반면 센 한 방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센 한 방을 주려다 보면 어떤 고민이 생기냐면, 뭔가를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 '하나 해야하나'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의 흐름과 웃음이 이어지는 게 맞지 그저 '이 장면 너무 웃겼어' 하는 기억만 갖게 하는 건 아니다.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럭키'란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겠나.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 인간미를 느껴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다. 누군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그걸 응원하는 가족들의 모습,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희망 이런 것들을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력한다면 작은 것에서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

    연예

    김수현, 대중 마음 돌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