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을 버리면 다르게 보인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겐 선입견이 따라다닌다. 연기력 검증도 안 된 가수들이 인기를 앞세워 쉽게 캐스팅 기회를 얻는다는 이유에서다. '연기돌'이라는 꼬리표 아닌 꼬리표도 따라 붙는다.
아이돌 그룹 2PM의 준호(이준호·28)의 행보는 그래서 남다르다. 지난 2013년 영화 '감시자들'에서 작은 조연으로 연기를 시작해 차근차근 기반을 닦았다. 가수 활동 중 어깨 관절와순 수술로 무대에 설 수 없어 좌절하던 순간 찾아온 기회라 더욱 값졌다.
2017년은 준호의 필모그래피에 커다란 획을 그은 시기였다. 상반기 KBS 2TV 드라마 '김과장'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고, 하반기엔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통해 첫 주연으로 열연을 펼쳤다. '연기돌'에 대한 선입견도 단번에 뒤집었다.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있는 3월 초, '차한잔합시다'의 주인공은 준호다. 가수와 배우로서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준호는 올해도 시작이 좋다. 최근 2PM 멤버들과 함께 현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마쳤다. 그는 "후배들에게 영감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조금씩 실현하고 있었다.
-인터뷰①에 이어서
-'그냥 사랑하는 사이' 종영 소감도 얘기해주세요.
▶우선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하게 된 작품이죠. 다른 캐릭터에 비해 몰입을 많이 했어요.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주인공 강두 캐릭터가 상처가 많은 인물이라 연기하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배우로서 작품을 접근하는 좋은 스트레스이긴 한데, 생각보다 심했어요.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죠. 쉽게 접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최대한 저를 가뒀어요. 피폐하게 살아 봤죠. 원룸에서 커튼도 안 걷고 정리도 안 하고,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고, 노래도 안 듣고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때는 주위 결혼식이나 분위기 좋은 행사장에 가도 적응을 못하겠더라고요. 늘 상 보던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하는데 잘 인사도 못하겠고, 어지럽고, 말도 안 나오고요.
-첫 주연을 맡았는데 부담은 없었나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면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기대가 되더라고요.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누구와 함께하게 될지, 작품이 방송에 나오면 어떤 느낌일지 설렘이 컸어요. 제가 배우로서 이름값이 있었더라면 오히려 부담이 생겼을 것 같아요. 뭔가 큰 기대에 부응해야 하니까요.
-결과물은 만족스러워요?
▶음…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은 해요. 노력한 만큼은 결과가 나와줬던 거 같아요. 100%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열심히 했어요. 물론 보고 있으면 많이 부족하죠. 누구나 그럴 거예요.
-첫 주연작이었는데, 몇 점 주고 싶어요?
▶하하. 10점 만점에 5점 정도요. 짜게 주고 싶지만, 마냥 줄 수만은 없는 게, 제 연기에 자신감을 갖고, 제 캐릭터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뒤돌아 봤을 때 아쉬울 수 있지만, 보통은 주고 싶어요. '나쁘지 않았다' 정도요. 겸손하고 싶지만 자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작품에 대한 예의라고 봅니다.
-작품 함께 한 배우들과 케미는 어땠나요
▶다 좋았어요. 워낙 대선배인 나문희 선배님도 계시고 윤세아 누나, 태인호 선배, (이)기우 형, (김)강현이 형…기우 형과 강현이 형은 전작에서 한 번씩 같이 했었어요. 그때 당시엔 우리가 같이 붙어있진 않았어요. 다른 팀이거나 숙적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같이 주위에서 호흡을 맞추는 배우로 만나 즐거웠고 재미있었어요. 처음으로 맞춘 (원)진아 씨도 되게 잘해줬고, 완벽히 문수로 잘 있어줘서 강두 역할에 저도 잘 몰입을 한 것 같아요.
-촬영 대부분이 부산에서 진행됐죠? SNS로 봤는데 날씨가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바람이 되게 많이 불었어요. 머리가 많이 휘날려서 연기를 못할 때도 있었어요. 원진아 씨한테 매번 머리카락으로 뺨을 맞았죠. 하하. 저도 막 슬픈 대사하는데 앞머리가 뚜껑 날라 가듯 올라가고 그랬어요. 야외 촬영도 많아서 주변 소음도 생각보다 많았어요. NG는 웬만하면 다들 안 내려고 했죠.
-결말에서 강두가 간 이식을 받고 살잖아요. 시청자들 사이에선 '강두가 죽었어야지' 반응도 있던데요.
▶어쨌든 희망적인 메시지를 위해 제일 좋았던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강두가 떠나는 게 현실과 더 가까울 수는 있지만 희망을 주자는 저의 생각과는 다른 느낌이 되니까요. 개인적으론 되게 마음에 들어요. 마지막에 강두가 내레이션으로 '살아남아서 다행이다'고 대사를 하며 끝이나는데, 여운이 많이 남더라고요.
-시한부 연기를 할 때, 너무 아파 보여서 못 보겠다는 반응도 많았어요.
▶분장은 없었어요. 입술의 핏기를 죽인 것 밖에는요. 신기하게도 강두가 시한부가 되는 상황을 대본으로 받고 나서는 모든 게 슬퍼지고 괜히 눈물이 나고 그랬어요. 몰입이 자연스레 되니까 금세 적응을 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③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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