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 신준호 기자=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시즌 연속 우승이다. 가뿐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38라운드 최종전까지 리버풀과 숨 막히는 경쟁을 펼쳤다. 최종 기록은 32승 2무 4패, 승점은 98점이다.
맨시티의 시대가 찾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시티는 유독 축구 팬들의 인정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유는 팬들이 자주 언급하는 근본, 즉 역사의 부족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60년대 후반 3시즌 동안 조 머서 감독-말콤 앨리슨 코치를 앞세워 리그, 컵대회, 유럽 대항전을 모조리 휩쓴 후, 추락을 거듭해 2010년도까지 상위권에서 모습을 감췄다.
자연스럽게 축구 팬들의 기억에 EPL 강팀은 90년대, 2000년대를 풍미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지, 맨시티는 아니었다. 맨시티가 2011/2012시즌-2013/2014시즌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의 ‘돈’이 우승을 만든 거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17/2018 시즌 역사적인 승점 100점으로 우승했을 때, 그제서야 오래된 축구 팬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즌이 굉장히 중요한 시즌이었다. 좋은 인상을 심어놓고도 한 시즌 만에 타 빅6 팀에 우승 트로피를 내주면 어렵게 받은 인정을 놓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맨시티는 이번 시즌 역시 우승을 차지하며 강팀의 아우라를 완벽하게 갖추게 됐다. 우승이라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맨시티가 달려온 여정을 S.W.O.T 분석을 통해 알아봤다.
▲ S.W.O.T 분석: 어떤 기업이 새로운 브랜드 혹은 신제품 출시하기 전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 수립 기법으로,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의 줄임말이다.

Strength(강점)
1) 탄탄했던 펩의 3번째 시즌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명장들이 몰려들었다. 아스널은 아르센 벵거 감독의 후임으로 발렌시아, 세비야를 이끌었던 우나이 에메리를 선임했고, 첼시도 나폴리에서 일명 ‘사리볼’을 선보인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을 데려왔다. 맨유에 조세 모리뉴 감독, 리버풀에는 위르겐 클롭 감독이 있었으니, 시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명장 열전’이었다.
EPL은 쉽지 않은 무대였다. 사리 감독과 에메리 감독은 시즌 초반 빠른 속도와 힘을 자랑하는 EPL에 적응하지 못하먀 패배를 거듭했다. 반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달랐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맞은 3번째 시즌, 자신의 색깔이 더욱 짙어진 팀을 선보였다.
4-3-3 포메이션 속 공간을 활용한 측면 연계 플레이는 알고도 막기 힘들었고, 다비드 실바-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베테랑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을 완벽하게 이해하며 경기장을 휘저었다. 리버풀과 더불어 내공이 쌓여 만들어진 팀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 시즌이었다.

2)힘들 때 등장하는 베테랑들의 품격
2010년대 들어서 3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한 맨시티 에이스 선수들은 베테랑으로 성장했고, 이번 시즌도 팀의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다비드 실바, 아구에로, 빈센트 콤파니가 주인공이다.
실바는 이번 시즌도 중원의 사령관이었다. 지난 시즌 케빈 더 브라위너가 역할을 분담했지만, 이번 시즌 더 브라위너의 장기 부상으로 인해 실바의 책임감은 더욱 컸다. 과거 보여주던 매서운 공격성을 조금 줄이는 대신, 중원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도왔다. 리그 기록은 33경기 6골 6도움이었다.
아구에로는 중요한 순간 팀을 여러 차례 이끌었다. 이번 시즌 빅6 상대로 터트린 득점만 8골이었다. 아스널과 첼시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지난 1월 리버풀전 선제골은 팀이 선두로 올라가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피날레는 빈센트 콤파니였다. 사실 콤파니는 이번 시즌 아이메릭 라포르테-존 스톤스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우승의 향방이 불투명할 때 해결사는 콤파니였다. 지난 5일 레스터 시티전 후반 막판 환상적인 중거리 골로 팀의 1-0를 이끌었다. 0-0으로 비기면 리버풀에 선두 자리를 내주는 상황에서 터진 귀중한 득점이었다.

Weakness(약점)
1)생각보다 얇았던 선수층
많은 지원을 받는 것으로 유명한 맨시티지만, 이번 시즌 선수층은 생각보다 두껍지 않았다. 왼쪽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가 특히 불안했다. 왼쪽 수비는 주전 벤자민 멘디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하며, 파비안 델프와 올렉산드로 진첸코가 번갈아 자리를 메웠다. 두 선수 모두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실수한 횟수도 적지 않았다.
중원은 페르난지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시즌이었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믿을 만한 후보가 없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페르난지뉴가 빠지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수비수 존 스톤스,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이 번갈아 자리를 메워봤지만, 페르난지뉴의 중원 장악 능력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페르난지뉴가 결장했을 때, 크리스탈 팰리스-레스터 시티에 연달아 패한 것만 봐도 그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Opportunity(기회)
1)빅6 상대 성적
EPL 우승을 원하면 빅 6팀과 승부에서 승리해야 한다. 맨시티는 성공했다. 이번 시즌 빅 6 상대 전적은 8승 1무 1패, 1무는 리버풀(0-0)을 상대로 기록했고, 1패는 첼시(0-2)에 당했다. 특히 지난해 1월 리버풀전 2-1 승리와 지난 4월 맨유전 2-0 승리는 이번 시즌 우승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구단의 믿음과 든든한 지원
흔들리는 팀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번 시즌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시즌 초반 EPL의 템포에 적응하지 못한 첼시 사리 감독이 부진을 거듭 하자, 경질설이 휘몰아쳤다. 경기장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재정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맨유도 마찬가지였다. 모리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구단 수뇌부와 마찰, 선수단 불화로 인해 경기장 안팎에서 시달렸다.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맨유는 지난해 12월 모리뉴 감독을 경질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을 선임하며 팀이 나아지는 듯했지만, 이내 추락을 거듭하며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부임한 이후 경기장 밖으로 어떤 잡음도 겪지 않았다. 첫 시즌 무관에 그쳤을 때도 그를 향한 구단의 신뢰는 두터웠다. 이번 시즌도 구단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줄곧 원했던 리야드 마레즈를 선물했으니,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장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음 시즌도 이미 선수가 부족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로드리(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왼쪽 수비에 벤 칠웰(레스터 시티) 영입설이 등장한 상황이다. 신뢰와 지원이 구단의 탄탄대로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Threat(위협)
1)맨시티도 피할 수 없었던 박싱데이의 늪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펼쳐지며 순위가 요동치는 EPL 늪의 시기, 박싱데이에서 맨시티도 미끄러졌다. 맨시티가 12월 한 달 동안 치른 리그 경기만 7경기. 평균 4.42일 간격으로 펼쳐진 빡빡한 일정 속에서 4승 3패를 기록했다. 첼시에 0-2 패배를 당하며 리그 무패 기록이 깨졌고, 크리스탈 팰리스와 홈경기에서 2-3 충격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연이어 펼쳐진 레스터 시티 원정에서는 1-2로 무너지며 아쉬움을 삼켰다.
2)상상 이상의 리버풀 저력
이번 시즌 맨시티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팀, 리버풀의 저력은 맨시티에 가장 거대한 위협이었다. 12월까지만 해도 EPL은 리버풀 세상이었다. 맨시티가 12월 박싱데이에서 3번 무너질 동안 리버풀은 무패 기록(17승 3무)을 유지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
맨시티는 지난해 1월 초 리버풀전 승리로 추격을 시작했고, 1월 말부터 리버풀이 무승부를 거듭하며 주춤하자,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이후 선두 경쟁은 순탄할 줄 알았다. 대다수 시즌에서 1월 넘어 꼬꾸라진 팀은 막판 추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버풀은 3월부터 9연승 행진을 달리며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종전에서 맨시티가 무승부를 거두고, 리버풀이 승리할 경우 우승 트로피는 리버풀의 몫이었다. 맨시티는 38라운드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전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안도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고, 한 시즌 승점 90점대가 2팀이나 있는 것은 EPL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번 시즌 최다 기록 보유자■
최다 득점: 세르히오 아구에로 (21골)
최다 도움: 르로이 자네, 라힘 스털링 (10도움)
최다 출전 시간: 에데르송 (3,330분)
최다 패스: 아이메릭 라포르테 (2,997회)
최다 슈팅: 세르히오 아구에로 (118회)
최다 경고: 빈센트 콤파니 (6회)
최다 터치: 아이메릭 라포르테 (3,355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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