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수지(배수지)가 선의로 유튜버 양예원의 '성범죄 피해 호소'를 지지했다가 뜻하지 않게 역풍을 맞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3일 오후 원스픽쳐 스튜디오(이하 원스픽쳐) 이모씨가 수지와 국가, 청와대 청원글 게시자 강모씨,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번째 판결을 내렸다.
원스픽쳐는 지난해 5월 양예원이 노출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한 뒤 해당 스튜디오로 지목돼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양예원은 당시 "2015년 7월 합정역 인근 한 스튜디오에 피팅 모델로 지원했다 남성 20여 명에게 성추행과 성희롱, 강제 노출사진 촬영을 당했으며, 당시 억지로 찍은 누드 사진이 음란물 사이트에 유출됐다"고 폭로했다.
이후 국민청원 게시판에 '합정 원스픽쳐 불법 누드 촬영'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수지가 이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서 수사를 촉구한 뒤 청원 참여 인원이 1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1월 원스픽쳐를 인수했다는 이씨는 이 사건과 자신이 무관하다며, 지난해 6월 원스픽쳐 관련 국민 청원글 게시자 강씨와 이씨, 청원글을 공유한 수지, 게시글에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선고 판결에서 서울남부지법 민사12단독 반효림 판사는 "강씨, 이씨, 배수지 등 피고 3명이 공동해 원고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가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원스픽쳐' 상호명을 그대로 청원글로 노출한 강씨와 이씨, 이를 공유한 수지가 배상 책임을 물게 되면서 원고가 일부 승소했다.
앞선 변론에서 원스픽쳐는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스튜디오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이 일로 정신적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원스픽쳐 측은 "수지 역시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지 않고 청원글에 동의를 했다는 점에서 고의성 여부와 무관하게 과실이 발생했다"며 "수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200만 명에 육박하고 인스타그램 게시글 조회 수만 최소 30만뷰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분명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수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원스픽쳐'에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도 수지의 법률 대리인은 "연예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도의적 책임은 갖고 있지만 금전적 배상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 배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은 '연예인 표현의 자유' 이전에 '연예인의 영향력'에 무게를 두고 판결을 내렸다. 선의로 대중에게 '양예원 사건'을 알렸지만, 그 뒤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해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일 터. 수지의 사례는 연예인 SNS 활동의 파급력을 생각하게 만드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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