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마주한 안무가 곽귀훈(43)은 안무 업계에서는 이른바 '베테랑'이었다. 아이돌과 댄스가 대한민국 가요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1990년대 초반 백업 댄서로 처음 발을 들인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곽귀훈 안무가는 자신이 좋아하던 장르의 음악과 잘 맞았던 안무 팀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계속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제 K팝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아이돌 댄스가 세계 여러 각지에 있는 팬들을 열광시키며 인정을 받고 있지만 곽귀훈 안무가의 이러한 꾸준한 활동과 열정이 없었다면 세계 음악 시장에서의 K팝의 존재감은 더욱 그 빛이 바랬을 것 같다.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프리마인드라는 댄스팀에서 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리인이라고요?) 아. 그게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하하. 이 팀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저 혼자 안무를 짜고 관련된 비즈니스도 직접 했는데 이제는 팀 내 동생들도 많아졌고 저보다 안무 활동량이 많아져서요. 저는 이 팀을 관리해주는 역할도 하면서 현역 안무가로도 활동 중이어서 그렇게 말한 거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여전히 (안무 의뢰를 위해) 저희 팀을 찾아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안무가 활동을 한 지 올해로 얼마나 됐나요.
▶음. 일단 1994년 처음 방송을 시작했던 때가 생각나요. 춤을 추기 시작한 건 중학교 때부터였고요. 그때 백업 댄서로 활동했는데 DJ DOC의 '슈퍼맨의 비애' 활동 막바지에 합류했었죠. 그때가 18세 때였습니다. 중학교 때도 춤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롤러장에 자주 나타나는 동네 형들과 어울리다 춤도 따라 추면서 호기심이 생겼죠. DJ 앞에서 춤을 추고 하다가 그 자체로 재미있어 보였어요.
사실 방송에 출연한 것이 백업 댄서를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나 MC 해머 등의 공연을 보면서 막연하게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고요. 원래는 DJ를 하고 싶어서 이태원 쪽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DJ 보조 가방을 들고 다녀보려고 했는데 중학교 때 춤을 좀 췄던 친구가 백업 댄서 팀으로 들어가서 저도 거기에 합류하게 됐어요. SBS 등촌동 공개홀 무대였었고 프로그램은 아마 '인기가요'였던 걸로 기억이 나요.
-그럼 그 팀에는 계속 있었나요.
▶일단 DJ DOC 댄서는 우연히 하게 됐었고 이후 그 팀에서 정식으로 하게 되다가 안무 연습을 해야 해서 2개월 정도 준비하고 무대에는 딱 2번 섰었는데 그때 도저히 안 맞는 것이 있어서 결국 그 팀을 떠났어요. 그러고 나서 합류한 팀이 박남정과 프렌즈였어요. 여기서 제대로 춤을 춰봐야겠다고 생각하고 7개월 정도 활동을 했어요.
프렌즈라는 팀은 굉장히 어렵고 멋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이었어요. 당시 잘 나갔던 또 다른 댄스팀이 박미경, 강원래가 소속된 라인이었는데 이 팀보다 더 역사가 오래됐고, 굉장한 분들이 모여있던 곳이었어요. 이 팀에 들어가서 춤을 제대로 배웠죠.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쓰는지에 대해 처음 제대로 알았던 것 같아요.
-프렌즈라는 팀에서는 어떤 가수들의 안무를 맡았나요.
▶박남정은 물론이고 R.ef도 했어요. 그 당시의 R.ef는 서태지와 아이들 버금가는 인기를 갖고 있었죠. 이후 H.O.T.가 데뷔를 하면서 팬들의 이동이 많아졌었고요.
-그 이후에도 프렌즈에는 계속 있었나요.
▶아니요. 1997년 프렌즈를 떠나고 잠시 떠돌았었어요. 그때 뭘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어요. 결국 어릴 때 일로서 해온 건 이게 처음이다 보니 결국 춤추는 곳으로 돌아왔고 아는 사람 통해서 스타시스템이라는 팀에 합류했어요. 여기에는 4년 반 정도 있었고 제이, 애즈원, 업타운 등 교포 출신 가수들의 안무를 맡게 됐죠. 특히 여기에서는 제가 좋아했던 장르의 춤과 잘 맞았어요. 사실상 안무가로서 제대로 활동을 하게 된 곳이었죠.

-블랙 뮤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프렌즈에서 활동했을 때는 재즈 느낌의 댄스 장르가 더 강했는데 클럽에서 (이 장르의 음악에 맞춰서) 못 놀겠더라고요. 다리를 찢을 수도 없었고 턴을 할 수도 없었죠. 원래의 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힙합 장르의 댄스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춤을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롤러장에서 유행했던 스타일이 뉴 잭 스윙 장르였었어요. 디스코바지를 입고 양말을 짧게 보이게 착용하고 뽀글머리를 한 채 토끼 춤을 추는 걸 좋아했어요. 바비 브라운 스타일의 스텝이라고 하죠. 그런 모습들이 신이 났고 재미가 있었죠. 전 K팝의 영향을 준 것이 블랙 뮤직이라고 생각해요.
-프리마인드는 정확히 언제 결성됐나요.
▶스타시스템 활동을 관두고 난 이후 몸이 안 좋아져서 수술도 받다 보니 1년 반 정도 쉬게 됐어요. 이후 이 팀을 만든 게 2002년 5월이었어요. 저를 좋아하는 동생들과 연습할 곳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습실을 만들었고 그로부터 1년 후에는 동생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저는 학원 레슨을 했죠. 이 학원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압구정 댄스학원인데요. 홍영주 선생님과 그룹 타샤니 멤버로 활동했던 애니와 함께 이 학원을 운영했죠.
팀 이름은 동생들과 함께 활동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걸 생각하면서 이곳에서는 말 그대로 '프리한 마인드로' 해보자는 뜻을 담아서 짓게 됐어요. 하하.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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