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서

-당시 안무가로서 활동하며 누구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받았나요.
▶먼저 프렌즈 때 제 사수였던 지영하라는 분이 있으세요. 이 분께는 '춤을 배웠다'가 아니라 '몸을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라는 것을 배웠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던) 애니가 있어요. 애니는 사실 외국 안무가인데 가수(타샤니) 활동을 그만두고 한국에서 안무 활동을 하는 것을 옆에서 많이 훔쳤죠. 하하. 아닌 척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이 많았어요. 자존심 때문에 (배워간다는) 티를 못 내다가 점차 친해지면서 안무 작업도 같이 하게 됐고 저 역시 영향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나서는 (영향을 준 분이) 없어요. 저희가 활동했을 때는 다른 무대의 안무 영상을 비디오로 보면서 카피한다는 것이 강했고 (안무가들의) 평상시 제스쳐를 많이 참고했죠. 요즘 말로 스웨그라고 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의 안무를 소개해주세요.
▶손담비의 '미쳤어'와 백지영과 옥택연이 부른 '내귀에 캔디'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먼저 '미쳤어' 안무를 의뢰받으면서 했던 이야기가 '(안무를) 의자에서 할 수 있게만 해달라'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의자에서만 안무를 하는 게 한계가 있어서 인트로 부분에 (손)담비가 혼자 솔로로 춤을 출 수 있게끔 만들었어요. '미쳤어'의 가사가 '(연인에게) 왜 그랬을까' 하다가 자책하는 내용이잖아요. 그런 부분을 생각하며 그런 안무가 나왔죠. 사실 (안무에) 자극적인 요소가 없었다면 대중의 기억에 남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다고 그러한 안무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었는데도 다행히 (손담비와) 잘 어울려서 괜찮았다고 생각하고요. (손)담비가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사실 담비 같은 경우는 데뷔 전에 비보이 대회 주최를 했던 사람에게 제가 게스트 댄서로 추천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반대를 했었어요. 그런데도 제가 우기다시피 출연을 시켰고 반응이 좋아져서 '여자 비'라는 타이틀로 많은 홍보도 됐었죠.
'내귀에 캔디'는 노래 자체가 쇼 적인 무대에서 멋지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안무를 화려하게 완성하고 싶었어요. 두 가수가 (무대에서 각자 솔로 군무를 하며) 치고 빠지는 것이 매력적이었고요. 방송보다 공연에서 멋지게 보일 것 같다는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이 곡을 백지영과 옥택연이 소화하는 걸로 캐스팅된 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였어요.

-공연 안무를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춤으로서 욕심을 부리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안무를 의뢰한) 회사에서 안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팔아야 하는 데 실제로 제 입장에서 욕심을 부리는 것 때문에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K팝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대중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특히나 요즘에는 힘든 게 우리나라처럼 아이돌그룹이 많이 나오는 것에 비해 그에 맞는 안무가 (새롭게) 나올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뭐든 흔해서 (안무를 새롭게) 할 게 없는 거죠. 대중 입장에서도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반응이니까요. 그래서 안무를 구상하면서 함께 서치를 해요. 표절 시비 문제 때문에 그렇죠. 그만큼 공급 포화 상태가 된 느낌이에요.
(안무가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안무를 보여줘야 하고, K팝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이를 봐온 소비층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쉬운 거 말고 기억에 남는, 대중의 뇌리에 꽂히는 퍼포먼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중요해졌고요. 여기에 가수의 소속 회사가 갖고 있는 기획 의도와도 맞아야죠. 회사와 콘셉트에 있어서 안 맞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인터뷰③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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