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들이 잇따라 중국 시장에 무릎을 꿇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 출연한 배우 존 시나가 25일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어로 사과글과 영상을 올렸다. 존 시나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관련해 인터뷰를 많이 하다가 잘못을 했다. 이에 사과한다. 나는 중국과 중국인을 사랑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존 시나는 중국어로 같은 내용을 말하며 거듭 사과했다.
존 시나가 이렇게 굴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과 사과글을 올린 건, 최근 대만 매체 TVBS와의 인터뷰 때문이다. 그는 해당 인터뷰에서 "대만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를 볼 수 있는 첫 번째 국가"라고 말했다. 대만 개봉일은 당초 중국 개봉일보다 3일 전인 5월 18일로 예정됐지만, 현지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됐다.
대만을 국가라고 표현한 데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존 시나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며 비난을 쏟아낸 것. 중국 네티즌들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글들을 남기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불매 운동 움직임을 보였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러시아, 홍콩, 대만,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등 단 8개 국가에서 개봉하자마자 약 1억 6240만 달러(한화 약 1832억 원)의 글로벌 흥행 수익을 거두며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최고 흥행 오프닝 수익을 달성한 영화 '고질라 VS. 콩'이 2021년 3월 29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으로 전 세계 38개 국에서 개봉한 흥행 수익 1억 2200만 달러(한화 약 1376억원)를 가뿐히 뛰어넘는 기록이다.
특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중국에서 1억 3560만 달러 흥행 수익을 기록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중국에서 펜데믹 시대 최고 외화 오프닝 흥행 신기록및 IMAX 신기록까지 석권했다. 이 같은 중국 흥행 성적은 전세계 박스오피스의 83%를 차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존 시나가 발빠르게 중국어로 사과를 표시한 것이다.
앞서 밀라 요보비치 주연 영화 '몬스터 헌터'가 인종 차별 논란으로 개봉 이튿날 중국에서 상영이 전면 중단됐기에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측이 더 발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몬스터 헌터'는 지난해 12월4일 중국에서 개봉했지만 다음날인 5일 상영이 전면 중단됐다. 극 중 "Look at my knees. What kind of knees are these? Chinese(내 무릎을 봐. 어떤 종류의 무릎이니? 중국인)"라는 대사가 영어권 국가에서 불리는 인종 차별적인 노래인 "Chinese, Japanese, Dirty knees, Look at these"에서 가져왔기에 중국 관객에게 거센 항의를 받은 것. 이후 제작사와 밀라 요보비치 등이 사과했으나 중국 극장에선 '몬스터 헌터'를 찾을 수 없게 됐다.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리는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은 커녕 흔적조차 지워지기에 중국 개봉으로 큰 돈을 벌고 싶어하는 할리우드 배우, 제작자들의 저자세는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중국에서는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가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개봉은 커녕 검색조차 할 수 없다. 클로이 자오가 과거 인터뷰에서 "중국은 도처에 거짓말이 널려 있는 나라"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중국에선 클로이 자오 수상이 유력해지자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하지 않은데 이어 '노매드랜드' 개봉을 무기한 연기시켰으며, 웨이보 등에서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등이 검색되지 않는다.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마블영화 '이터널스'가 중국에서 개봉을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마블의 또 다른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도 개봉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극장 대부분이 정상 영업이 어려운 가운데 중국에선 대체로 정상 영업을 하고 있어, 할리우드의 중국 영화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커지고 있다. 때문에 할리우드의 중국 눈치 보기는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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