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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오리엔탈리즘이 마블과 만났을 때

[리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오리엔탈리즘이 마블과 만났을 때

발행 : 2021.08.30 15:43

전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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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최초의 아시안 슈퍼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의의다. 그 정도로 만족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열개의 신비한 링 덕에 천년을 살며 어둠의 세계를 지배한 웬우. 전설적인 조직 텐링즈로 역사를 뒤편에서 조정한다. 14년 전 토니 스타크를 납치했던 세력의 배후도 텐 링즈였다. 텐 링즈 전설을 빌려 만다린이란 가공의 인물까지 만들려 했을 만큼 웬우는 어둠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존재였던 터.


웬우의 아들 샹치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6살부터 암살자 훈련을 받았지만 평범한 삶을 택했다.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친구 케이티와 호텔 주차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런 샹치를 쫓아 텐링즈 암살단이 찾아온다. 그들은 샹치의 팬던트를 노렸다. 샹치는 아버지에게서 떠날 때 조직에 남기고 온 여동생을 찾아 텐링즈가 쫓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런 그들 앞에 나타난 웬우. 알고보니 웬우는 자식들에게 남겨진 아내의 팬던트를 이용해 전설로 남아있는 아내의 고향을 찾으려 한 것. 웬우는 죽은 아내가 도원향 같은 그곳에 갇혀 있다고 믿고 있다. 샹치는 아버지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며 동생, 그리고 케이티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에 한 걸음 먼저 도착한다. 그리고 비밀에 쌓인 그곳에서 싸움이 시작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의 최초 아시안 슈퍼히어로 영화를 표방한다. 이를 위해 홍콩 무협영화와 쿵푸영화 전통을 적절히 짜집기 했다. 홍콩영화 황금기를 이끈 양조위와 양자경을 출연시킨 건, 그러니 신의 한수였다. 두 배우가 없었다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그저 그런 할리우드 오리엔탈리즘 영화가 될 뻔 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는 할리우드의 오리엔탈리즘이 뿌리 깊게 박혔다. 신비한 열개의 팔찌 덕에 천년을 사는 남자. 온갖 전설의 요괴들과 사람들이 신선처럼 살고 있는 세상과 단절된 도원향. 신비한 무술과 전설 그리고 전통. 그야말로 서구 시선에서 보는 동양의 신비가 기본 설정이다. 동양의 신비도 적절히 할리우드화했다. 동양 전설에 등장하는 혼돈의 신 제강이 날개 달린 애완 동물쯤으로 등장한다.


새로운 세계관과 마블의 기존 세계관을 연결해야 하니 설명도 장황하다. 서사가 널뛰는 건 기본이다. 전설적인 조직의 수장이 동네 양아치들에게 복수를 당하고 복수를 한다. 텐링즈가 천년간 세상을 뒤에서 조정했다고 하지만 어설퍼도 너무 어설프다. 인공위성에서 날아오는 드론이 공격하는 세계관에서 칼 들고 활 쏘는 조직이 어둠을 지배한다니, 오리엔탈리즘도 이런 오리엔탈리즘이 없다. 뜬금 없는 설정과 인과는 동양의 신비로 다 해결된다.


이런 오리엔탈리즘을 희석시키는 건, 웬우로 출연한 양조위와 샹치의 이모 역을 맡은 양자경의 존재다. 두 배우는 홍콩 무협영화와 쿵푸영화의 전통을 훌륭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녹여냈다. 특히 양조위는 말도 안되는 인과를, 애절한 눈빛과 연기로 납득시킨다. 멜로빌런의 탄생이다.


샹치 역을 맡은 시무 리우는 액션은 홍콩 쿵푸영화 전통을 잘 이어받았다. 전성기 성룡과 이연걸의 액션을 적절히 오마주했다. 다만 빈 말로도 매력적이진 않다. 더욱이 아버지 역의 양조위와 비교하면, 안타까울 지경이다. 홍콩 무협영화와 쿵푸영화 이해도가 높은 관객에게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양조위와 시무 리우 캐스팅은, 마치 '사도'에서 송강호가 영조 역을 맡고 스티븐연이 사도 역을 맡은 것처럼 이질적이다. 스티븐연은 연기라도 잘하지, 시무 리우는 그냥 안타깝다. 양조위가 '쿵푸허슬'의 팔찌 같은 텐 링즈를 끼고 액션을 해도 우아한 것과는 천지 차이다. 전형적인 영웅 탄생 서사인데도 수제비보다 연기 깊이가 얇다.


샹치 친구 케이티 역의 아콰피나는, '스파이더맨'에서 스파이더맨 친구 네드 역의 제이콥 배덜런과 비슷한 역할이다. 아콰피나라서 매력적이긴 하다.


'블랙팬서'는 아프리칸 미국인의 역사를 적절히 녹여내 마블세계관에 안착했다. 반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오리엔탈리즘의 마블 세계관 어설픈 착륙으로 기억될 것 같다.


9월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쿠키 영상은 두 개다. 두 번째 쿠키를 보고 열광했다는 외신 반응은 안 믿는 게 좋을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 @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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