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잔하고 천천히 다가가고 싶어요"
배우 강형석이 각오를 다졌다. 연극영화과에서 연극 무대를 섰고 지금은 브라운관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강형석은 이번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극본 신하은, 연출 유제원)을 통해 작지만 큰 존재감을 보였다.
'갯마을 차차차'는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을 원작으로 둔 작품으로,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반장(김선호 분)이 짠내 사람내음 가득한 바닷마을 '공진'에서 벌이는 티키타카 힐링 로맨스를 그린다. 강형석은 극 중 공진파출소 순경 최은철 역을 맡았다. 최은철은 융통성이 없고 곧이 곧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누구보다 성실하다. 그는 표미선(공민정 분)과 러브라인을 이룬다.
최은철은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인물. 그러나 강형석은 최은철의 매력을 잡아내 연기했고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극에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 강형석은 "시청자들의 연애 조언이 즐거웠다"라며 '갯마을 차차차'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시청률 12.7%(닐슨코리아 제공)로 유종의 미를 거둔 '갯마을 차차차' 종영 기념으로 스타뉴스와 만난 강형석은 드라마 촬영 현장, 명장면, 숨겨진 비하인드 이야기 등 모든 것을 밝혔다.
◆ 이하 강형석과 나눈 인터뷰 전문.

-먼저 아쉽지만 '갯마을 차차차' 종영 소감 부탁한다.
▶ 좋은 사람들이랑 선배님들, 스태프, 감독님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작품이다. 시청자 분들 마음 속에도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
-'갯마을 차차차'가 1회부터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고, 마지막회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는 소식은 들려왔지만 특별히 느낀 건 없었다. 하지만 팬분들이 촬영 현장에 놀러와 주시고 응원을 해주더라. 날 알아 보는 걸 보며 '확실히 드라마가 사랑받구나'라고 느꼈다. 또 식당을 가면 서비스도 많이 주시더라. 감사하고 신기했다.
-'갯마을 차차차'는 오디션을 보고 참석하게 됐나. 같은 시기에 JTBC 드라마 '인간실격'에도 출연했던데, 이와 관련해서도 한 말씀 부탁한다.
▶ '인간실격'과 '갯마을 차차차' 모두 오디션을 봤다. 특히 '갯마을 차차차' 오디션은 내게 너무 재밌는 현장이었다. 오디션은 보통 다 긴장되지 않나. 그런데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고 마치 친한 형이랑 농담 따먹기 하는 느낌이더라. 너무 좋았고 '떨어져도 후회없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최종 오디션을 보고 결정됐다는 연락이 오니 너무 좋았다. 아마 올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원작 영화도 봤었나.
▶ 어릴 때 영화를 본 기억은 있다. 이번에 다시 봐야하나 고민했지만 완전 새로운 느낌으로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보진 않았다.
-최은철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기했나. 극 중 최은철은 로또 당첨자이지만, 기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서 강직하고 우직한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
▶ 표미선과 엮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많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최은철은 투박하고 경험이 없고 모든 걸 처음한다. 첫 데이트, 첫 뽀뽀, 손도 처음으로 잡는다. 여기서 오는 설렘이 있지 않나. 이 부분을 강조했다.
사실 최은철은 너무 이상적인 인물이다. 은철이가 로또 당첨자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돈을 쓸 수 있을까. 은철이니까 이렇게 하는 구나' 싶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은철이처럼)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생각해봤을 땐 시원하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정직한 부분을 닮고 싶다. 은철이는 자기만의 방식과 표현이 있다. 어색하고 투박하고 어렵지만 진실한 마음은 깊고 진하다. 진국같은 캐릭터다.

-앞서 공민정이 인터뷰에서 "최은철과 포옹씬은 진짜 데이트한 거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연인 호흡은 어땠나. 서브 커플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알았나.
▶ 표미선과 첫 뽀뽀하는 장면있다. 당시 바닷가 앞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바람도 잔잔하게 불고 밤 시간이라서 켜져있는 조명도 아름다웠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인기 많을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서브커플'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소소한 에피소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고 귀여워해주시더라.
-최은철을 닮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실제로 캐릭터와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 처음엔 (최은철이) 바보 같고 답답하고 속터진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걸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촬영을 진행하면서 보니 비슷한 부분이 꽤 있더라. 진중하거나 흔들리지 않은 중심이 닮은 거 같다. 나도 그런 걸 지향하기 때문이다.
-최은철은 마을 사람들과도 자주 마주쳤다. 마을 사람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 선생님들부터 아역 배우까지 있지 않나. 내가 곁에서 보고 있으면 각자 자기의 역할 이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 간의 앙상블이 중요하니 누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의 여유가 보였는데 그걸 닮고 싶었다. 또 너무 배려해주셔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신민아 선배님은 현장에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많이 사주시기도 하고 잘 챙겨주시고 얘기도 많이 들어주셨다. 앞으로 해 나아갈 것에 대한 고민도 같이 얘기해주시고 잘 챙겨주셨다.
-혹시 마을 사람들 캐릭터 중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누구인가.
▶ 여화정, 이봉련 선배님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여화정을 너무 잘 표현하시더라. 드라마를 보면서 한 명의 시청자로 몰입해 봤다. 화정 캐릭터에 애정이 가고 응원하는 마음이 들더라. 또 나와 부딪히는 장면이 없어서 더 여화정 캐릭터를 시청자 입장에서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같이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팬이 됐다.

-'갯마을 차차차'엔 많은 선배가 있는데 혹시 연기 조언을 얻은 것도 있었나.
▶ 촬영 분위기 자체가 같이 만들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님들도 있어서 어려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많은 배려를 해주시더라. 그런 분위기가 어떤 조언보다도 많은 걸 느끼게 했다. 나도 나중에 선배님들 나이나 연차가 됐을 때 저런 멋진 선배가 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꼽는 '갯마을 차차차'의 명장면은 무엇인가.
▶ 감리(김영옥 분) 할머니가 돌아갔을 때 맏이(이용이 분) 할머니 대사가 생각난다. 눈물이 나는 장면이었다. (돌아가신 걸) 소풍을 간다고 표현했다. '먼저 소풍 좋은 데 가 있으면 금방 가겠다'라고 했는데 정말 아름답고 슬프고 마음이 적적하게 표현해주는 거 같다.
-배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아버지의 제안이었다. 아버지가 연극영화과였는데 일찍 (배우를) 그만두게 됐다. 그래서 아들이 해주길 바란 거 같다. 처음엔 '재밌겠다'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어려웠다. 그러나 평생 공부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꿈이 생겼다. 배우를 시작하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오면서 일이 정말 쉽지 않다고 느꼈다. 난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잘 해내야 했다. 그래서 엄청난 목표를 갖고 있진 않다. 그저 오랫동안,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또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 어디에도 있을 법한 그런 배우 말이다. 이 직업은 나이 제한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늙어가면 늙는 대로 자여스러운 나를 보여주고 싶다. 잔잔하고 천천히 조금씩 전달됐으면 한다.
-아버지가 권유한 만큼, 이번 작품이 잘돼 뿌듯한 반응을 보일 거 같다.
▶ 전부터 응원해줬고 주말에 열심히 드라마를 잘 챙겨보셨고 너무 좋아하시더라. 내가 엄마, 아빠의 자랑이 된 거 같아서 뿌듯하고 스스로 좋았던 거 같다. 드라마를 같이 모니터링하기도 했는데 난 부끄러웠다. 아직 부모님과 함께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같다.
시청자 반응도 여러 개 기억난다. 연애 조언을 해주더라. 내가 마치 아는 사람인 것처럼 '답답하게 이게 뭐냐'라고 하면서 말하는 게 꼭 날 은철이로만 얘기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도 은철이를 보고 '남자가 대범하게 해야지, 뭐하냐'라고 하더라.(웃음)

-2021년을 돌아보면, '인간실격'과 '갯마을 차차차'로 가득 채웠다. 두 작품에 배우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 배우 생활에서 중요한 한해가 됐다. '인간실격'과 '갯마을 차차차'가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 동료들, 선배님들을 보면서 도움을 얻었고 내가 앞으로 일할 때 당시 기억과 추억을 꺼내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너무 행복한 한 해였다. 오랫동안 간직할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실격'은 어떤 특별한 사건과 장면이 일어나는 것보단 언젠가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들이다. 누구든 잔잔하게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드라마다. '갯마을 차차차'는 너무 아름다고 따뜻하다. 요즘같은 시국에선 모두가 힘들고 지쳐있지 않나. 온 가족이 이 드라마를 보면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정주행을 꼭 추천한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갯마을 차차차'와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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