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합 자격증 만듭시다."
스윙스가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남긴 글이다. 스윙스는 4일 뒤인 14일에도 "어느 분야든 리얼들이 없어지기 시작할 때 가짜들이 많아져서 자신이 그 사람들 행세하고 다니는 걸 매일 느낀다"라고 전했다.
스윙스의 인스타그램 이후 얌모와 애쉬비 등이 '프로듀서비를 후려쳤다' '나에게 사과할 것이 있다'며 스윙스를 저격했다. 그러나 세우, 오르내림 등의 프로듀서는 스윙스를 옹호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다만 이런 후폭풍과는 별개로 이번 스윙스의 비판은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을 짚어봐야 그 안에 담긴 뜻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본토 힙합과 한국 힙합에 관한 루피와 쿤디판다의 설전에 스윙스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국 힙합 어워즈 2022(이하 KHA 2022)' 심사위원에 불만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KHA 2022의 심사위원은 음악 업계 종사자 10명, 미디어 종사자 10명, A&R 종사자 10명으로 이루어졌다.
루피는 "나는 여기서 힙합이 보이지 않는다" "오해하지말라. 나는 아무 상도 원하지 않는다" "내가 더 많이 알기 때문에 당신들은 나를 판단할 수 없다"며 심사위원 구성에 불만을 나타냈다.
함께 활동하는 오왼 역시 "큰 팬덤을 가진 대중가수를 후보로 선정하고 상을 주고 하면서 음악적 성취를 선정 기준으로 경계 없이 시상하는 유일무이한 음악"이라며 루피의 의견에 동조했다. 루피도 "지켜야돼 이 나라에 힙합 진짜로…아예 없었다면 새로 만들던가 누군가는 해야지"라고 맞장구 쳤다.
반면 쿤디판다는 인스타그램으로 루피의 발언을 비판했다. 쿤디판다는 "한국 힙합을 위해서 희생한 척하지 말라. 몇 년간 보여준 행보에 과연 이 문화를 살리기 위한 행동이 뭐가 있냐"며 되물었다.
이어 "한국 힙합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 한국/힙합/문화 라고 말하면서 본인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줬나. 아쉽게도 이곳은 서울이지 hollyweed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마 흡입 혐의로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긴 루피를 은유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손심바 역시 루피의 발언을 지적하며 "미국물 맛보여준다느니 하면서 한국힙합 내리깔아보지 말라고 몇 년 전부터 이야기했는데 이제 와서는 왜 지킴이 행세냐. 그 키워드에 진심인 사람이 보기에는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당신이 혁명 일으킨 척 희생해온척 하면서 얻어내고자 하는 게 뭔지 전혀 관심이 없으나 그게 왜 한국힙합이 그간 없었으니 재창조해야겠다는 숭고한 결론을 도출한 건지는 더더욱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다소 공격적인 태도로 발언을 시작한 이들은 점차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가다듬으며 발전적인 토론을 이어갔다.
루피와 오왼 등은 "미국의 힙합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발전적인 부분을 한국에도 적용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라는 주장을 펼쳤고 쿤디판다와 손심바 등은 "오리지널리티의 본질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멋'이다. 힙합의 본질적인 가치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이니 너도 같이 힙합으로 살자'가 더 멋지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건전한 토론이 이어지는 와중에 나온 것이 스윙스의 '힙합 자격증 발언'이다. 사실 스윙스의 전체적인 발언은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편에 가깝다. 오히려 이어진 '리얼 힙합' 발언이 힙합 신 전체에 주는 메시지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깊게 생각해보면 스윙스의 '힙합 자격증' 발언과 루피-쿤디판다의 토의는 한국 래퍼들이 꾸준히 가져온 문제 의식을 다시금 끄집어낸 것이다.
국내에서는 '힙합=랩'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힙합은 사실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말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나고 자란 힙합을 그대로 한국에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힙합은 부모님도 없냐' '마약을 해야 힙합이냐' 등 대중과의 괴리감이 생기는 지점이 바로 이부분인 것이다.
루피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토에서 힙합이 발전되고 시장을 형성하는 부분을 적용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친 것이다.
반대로 쿤디판다와 손심바 등은 힙합이 비록 미국에서 만들어진 문화라 할지라도 그것과 별개로 한국의 문화를 접목해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힙합이라는 취지로 반박한 것이다.
스윙스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고 규정짓지 말고 이 문화를 사랑하고 끊임없이 허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문제에 정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렇게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토의가 계속될수록 한국힙합이라는 거대한 문화가 굳건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덕행 기자 dukhaeng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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