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배우 장서연(27)이 MBC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극본 장홍철, 연출 이용석)에서 목소리를 잃었지만 법정에선 절규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알고보니 이 배우, 유학파이자 고학력, 각종 무용까지 섭렵한 재원이었다.
장서연은 극중 의료사고 피해자 길소연 역을 맡았다. 길소연은 아이돌 연습생으로 종양제거 수술을 받던 중 마취가 깨 극심한 고통을 겪고, 수술 후 목소리까지 잃은 사연을 지닌 인물. 장서연은 길소연의 정신적 외상, 신체적 고통을 동시에 표현했다.
장서연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를 전공한 후 현재 국제대학원에 재학하며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는 2020년 웹드라마 '7일만 로맨스2'로 먼저 대중에 얼굴을 알렸고, 최근엔 영화 '비상선언'에서 승무원 동생 역으로도 출연했다.

-소속사 51k에서 활동을 시작한 후 첫 작품 '닥터로이어' 촬영을 마친 소감이 남다르겠다.
▶이번 주가 마지막 방송인데 너무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봤고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소연이가 희소성 있는 캐릭터여서 욕심이 났는데 기회가 잘 온 것 같아서 감사하다. 귀한 역을 맡아서 좋았다.
-소연 역에 해당하는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오디션 지정 대사가 소연이의 등장신이었다. 지문에 '노인처럼 쉬고 탁한 목소리'라고 나와있었다. 오디션 때까지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할지 고민했다.
-소연이의 의료사고 후 목소리를 최종 연기로 표현하기까지 시도가 많았을 텐데.
▶녹음 파일이 백 몇 개 되는 것 같다. 여러 버전이 있었다. 감독님과 작가님께 보여드리고 의견을 반영해서 최종 목소리가 나왔다. 드라마에서 전달하는 톤이 달랐다.
-대본을 처음 받고 캐릭터를 준비할 때 난해하지 않았나.
▶그때부터 걱정이 시작됐다. 목소리 고민이 가장 컸고 목소리 구조를 잘 아시는 분을 찾아갔다. 쉰 목소리에서 건강한 목소리를 찾는 법을 아는 분이었다. 반대의 케이스는 잘 없어서 그걸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을 썼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유튜브를 많이 참고했다. 수술 중 각성 현상에 대한 유튜브도 많이 찾아봤다.
-실제 수술 중 각성 사연은 어떤 게 있던가.
▶수술 중 각성 현상이 드문데 경험자 분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얘길 하시더라. 의사분들의 얘기도 참고했다. 어떤 분이 수술하는 동안에 영혼이 일어나서 자신의 몸을 두고 나갔다고 말하더라. 그 분이 하느님과 대화했는데 몸에서 나가고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거냐, 몸에서 나가지 않고 고통을 계속 안고 갈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런 걸 들으면서 소연이가 얼마나 끔찍했을까 생각했다.
-소연이는 당초 아이돌 연습생이란 설정도 있어서 노래하는 신도 준비해야 했다.
▶'거위의 꿈'을 한 두 달 정도 들었고 연습도 많이 했다. 새벽에 사무실에서 노래를 연습했다가 사람들 앞에서 한 번 불러야겠다 생각하고 회사 분들 앞에서도 노래를 했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고 많이 부끄러웠다.(웃음)

-소연 역을 준비한 과정은?
▶소연이가 목소리뿐만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 있는 캐릭터여서 연기를 할수록 소연이가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마음이 많이 갔고 속상했다. 목소리 연기는 나도 처음이어서 이게 잘 나오는 건지 몰랐는데 감독님이 칭찬해주시는 게 큰 응원이 됐다.
-자신에게 소연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해봤는데 소연이가 정말 당차게 했다. 내 MBTI 유형이 ISFJ라 당황하면 말을 바로 잘 못하고 후회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소연이의 당찬 점을 배우고 싶었다.
-시청자 반응도 많이 찾아봤는지.
▶광고 속 모습을 알아봐주셔서 신기했고 '목 아프겠다'며 목소리에 대한 코멘트가 많아서 뿌듯했다.
-목소리를 쥐어짜내는 연기를 했는데 후유증은 없었나.
▶재판신을 찍고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급성 후두염이 생겼다. 다음날 후유증이 있었다. 그래도 금방 치료했고 지금은 괜찮다.
-'닥터로이어' 현장 분위기는 어떤 편이었나.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감독님이 농담도 많이 해주시고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셨다. 밝은 촬영현장이었다. 칭찬을 해주신 것도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감사했다. 선배님들도 너무 잘 챙겨주셔서 오랫동안 감사함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대선배인 소지섭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소지섭 선배님과 같은 화면에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영광이었다. 이한이란 캐릭터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선배님이 연기해주셔서 몰입이 잘 될 수 있었다. 소지섭 선배님이어서 의지가 됐고 선배님만 따라갔다. 행복했던 기억으로 아주 오래 남을 것 같다.

-소지섭에게 들은 연기적인 조언이 있다면?
▶선배님이 현장에서밖에 못 배우는 연기팁을 많이 알려주셨다. 촬영 시작하기 전에 재판신 때 '오늘은 소연이의 날이야. 잘 해보자'고 응원해주셨다. 선배님이 시선 보는 법 등을 알려주셨는데 후배로서 정말 감사했다. 나도 나중에 이런 선배가 돼야겠단 기준점을 만들어주셨다. 선배님이 후배들 분위기 풀어주려고 농담도 해주시고 장난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웃으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밖에 다른 선배에게 연기적으로 배운 게 있다면?
▶소연 엄마 역으로 나오신 박선혜 선배님이 심적으로 의지가 많이 됐다.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스타일도 몰입을 많이 하고 계셨다. 그래서 나도 선배님이 만든 분위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재판 장면이 내 첫 세트 장면이었다. 처음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어서 긴장했고 배우분들도 많아서 긴장했다. 소연이도 격앙돼야 하니 오히려 긴장감이 도움이 됐다. 소지섭 선배님이 제 변호사로 있어서 든든하게 믿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엄마 역인 박선혜 선배님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선배님을 잘 못 쳐다보겠더라. 제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고 소중한 캐릭터였다. 또 소연이가 등장하는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병원에서 제시한 10억을 소연이 엄마가 안 받는다고 뿌리쳤을 때도 재미있게 촬영했다. 우리 엄마도 소연이 엄마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말해주셨기 때문에 연기할 때 더 몰입됐다.
-'닥터로이어'에서 연기하며 배운 점은?
▶리액션 하나하나 많은 게 필요없겠구나란 걸 깨달았다. 나도 대본을 보면서 상상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현장 연기가 달랐던 적이 많아서 큰 공부가 됐다. 역시 선배님들 연기는 다르구나 싶었다. 표은실 선배님(우현주 역)이 소연이에게 10억을 제안한 후 거절당하자 차안에서 껌을 씹으며 조롱하는 대사를 한 게 기억에 남는다. 껌 씹는 모습은 대본에 없었는데 선배님께 물으니 직접 생각한 아이디어였다고 하셨다. 짧은 순간인데 너무 강력하게 기억된 연기였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생 때부터 꿈이 연기자였다. 학창시절을 영국에서 보내고 막연하게 생각만 갖고 있다가 15세 때 3년 동안 먼저 아이돌 연습생을 했다. 그때 연기 트레이닝을 조금씩 했다. 그러면서 연기에 관심이 커졌다. 그래서 아이돌 캐릭터에 공감대가 있었다. 수술을 받고서 하루아침에 꿈을 잃은 소연이를 생각할 때 더 이입할 수 있었다. 매일이 확실하지 않은데 간절하게 연습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소연이가 꿈을 잃었다는 것에 마음이 더 아팠다. 배우를 한 것에 후회는 없고 너무 행복하다. 하고 싶었던 일, 원하던 일을 해서 좋다.
-연기 외의 특기는?
▶중학교 때 예중에서 무용을 했다. 어릴 때부터 발레, 현대무용, 탭댄스를 했다. 운동은 계속 하고있고 무용은 몇 년 전까지 취미반으로 했다.

-향후 해보고 싶은 역할은?
▶다채롭게 다 해보고 싶다. '7일만 로맨스2'는 밝은 대학생, '로이어'는 어두운 아픔이 있는 역할이었다. 앞으로는 액션도 해보고 싶고 소연이 같은 캐릭터를 또 해보고 싶다.
-롤모델이 있는지.
▶서현진 배우님 좋아한다. 선배님이 화술 연기를 많이 하시는데 그런 연기를 많이 배우고 싶다.
-대중에게 자신을 소개한다면?
▶저는 성실한 사람이다. 묵묵히 제 일을 하면서 걸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이어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꾸준함을 믿기 때문에 꾸준히 매일 뭐라도 하자는 주의다. 이게 겹겹이 쌓여서 크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학교 다닐 때는 벼락치기가 안 돼서 한 페이지라도 봐야 했다. 또 나는 집순이여서 시간날 때 청소를 하는데, 청소를 함으로써 힐링을 얻는다. 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한다.
-나가고 싶은 예능은?
▶기회가 된다면 '불후의 명곡' 방청객으로 출연해보고 싶다. 리액션에 자신이 있다. 자취를 5, 6년 하고 있어서 '나 혼자 산다'도 기회가 되면 출연하고 싶다.
-'닥터로이어'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너무 감사하다. 이번 주가 마지막 방송인데 소연이가 16부에도 출연하니 많은 시청 부탁드린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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