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레이 히터, 선구안, 장타력과 수비 소화력. 두산 베어스가 4년 동안 뛴 '효자 외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5)를 대신해 호세 로하스(30)를 데려온 이유였다. 일발 장타와 수비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 문제는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인 타격이 전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산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로하스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승엽 감독은 "퓨처스(2군)에 가서 조정을 하고 완벽하게 준비가 됐을 때, 스타팅으로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 되면 올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로하스는 10홈런으로 이 부문 팀 내 최다이자 리그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수비에서도 외야에서 286⅔이닝을 소화해 정수빈 다음으로 많은 기회를 얻었다. 특출나다는 평가를 하긴 어렵지만 김인태의 부상, 김재환의 부진, 김대한의 늦은 합류 속에서 코너 외야 한 자리를 맡길 수 있다는 건 큰 힘이었다.
문제는 한 번씩 터뜨리는 대포 외엔 타격에서 기대치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율은 0.205로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들 중 뒤에서 3번째인 54위다. 볼넷(15개)도 삼진(35개)의 절반 수준이다.

나쁜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 선구안, 이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타격은 온데간데없다. 좀처럼 맞히질 못하니 위치를 가리지 않고 타구를 날릴 수 있는 '스프레이 히터'라는 별칭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승엽 감독은 시즌 초부터 로하스에 대한 질문엔 "나아질 것"이라며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때론 튀어나오는 한숨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지만 많은 기회를 주며 살아나길 바랐다. 팀이 치른 55경기 중 49경기에 나섰다. 규정타석을 채울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젠 이 감독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시범경기에서 손 부상을 당한 김대한이 돌아오며 입지가 더 줄어들더니 결국 2군행을 통보했다.
이 감독은 "김재환과 정수빈 등이 있기 때문에 사실 외국인 타자가 스타팅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좀 힘들다"며 "타격감도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로하스의 2군행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일단 선구안이 되지 않는다. 나쁜 공에 손이 나오고, 좋은 공이 왔을 때도 인필드 타구가 아닌 파울이 되고 하다 보니까 카운트가 몰리고, 그러면 당연히 심리적으로도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또 스윙이 소극적으로 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점도 분명한 선수이기에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당초 장점으로 평가를 받은 점들이 살아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범경기 때도 타율 0.400, 출루율 0.486, 장타율 0.667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이승엽 감독도 이천 2군 캠프로 향하는 로하스에게 당부를 했다. "예전에 미국에서 뛰었을 때, 그리고 올 시범경기 때 좋았던 감을 찾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이 감독은 "하이패스트볼이 좀 약하기 때문에 그 부분도 보완을 해야 될 것 같다. 여기서 대타로 잡아가는 것보다 퓨처스에 가서 연습을 많이 해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두산은 28승 26패 1무로 5위다. 팀 타율(0.248) 8위, 팀 평균자책점(4.11) 7위로 투타가 모두 불안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운드는 희망적이다. 선발진엔 곽빈이 돌아왔고 장원준도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대체 외국인 투수의 합류도 가까워오고 있다. 불펜에선 학폭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영하가 큰 힘을 보태고 있고 음주 파문을 일으킨 셋업맨 정철원도 징계를 받은 뒤 복귀를 앞두고 있다. 김민규도 이날 전역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문제는 타격이다. 양의지와 양석환 정도를 제외하면 기대만큼 활약을 펼치는 타자를 찾기 어렵다. 타선이 전반적으로 살아나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1년차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액 100만 달러(12억 8900만 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만큼 로하스의 어깨가 무겁다.
100만 달러 타자를 2군에 내려보낸 이 감독의 발언에서 씁쓸함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하스의 각성을 기다리는 것 외엔 두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쩌면 지금까지 인내한 것처럼 오랜 시간을 주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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