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자들이 좀 각성해야 한다."
4연속 루징 시리즈. 타선의 동반 침묵이 심각했다.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시리즈를 앞두고 타자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1승 1패를 기록한 뒤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방문경기. 최근 10경기 2승 8패에 그친 두산 타선은 이 기간 30득점했다. 경기당 3득점에 그친 꼴이었으니 승리를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특히나 이 기간 타율 0.189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중심타자 양석환(32)의 부진이 뼈아팠다.
팽팽한 경기에서 양석환의 홈런 2방이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놨다. 잠잠하던 두산 타선은 올 시즌 단일 경기 팀 최다 안타(20)와 득점(17점), 선발 전원 안타까지 작성하며 키움에 17-2 대승을 거뒀다.

4월에만 6홈런을 날리며 중심타선에서 외로이 제 역할을 했던 양석환은 이날 전까지 5,6월을 통틀어 홈런 2개에 그쳤다. 모든 타자들이 그랬지만 양석환이 버티는 중심타선이 꽉막히자 승리를 기대키 어려웠다. 이 감독이 "투수들은 잘 견뎌주고 있다. (타격) 사이클이 너무 안 좋아졌다"며 "타선이 조금만 올라와 분위기를 타면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타자들이 터져줘야 투수들도 힘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양석환이 힘을 냈다. 첫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날리며 팀 승리를 도왔던 양석환은 전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팀은 패배. 이날 제대로 타선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1회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맥없이 물러났던 양석환은 3회 내야안타로 감각을 조율하더니 팀이 2-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이명종을 맞아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한 대형 타구였다.
팀이 4-0으로 앞선 6회 1사 1루에선 양현의 투심패스트볼을 통타, 다시 한 번 2점을 달아나는 좌월 아치를 그렸다. 시즌 10호째이자 개인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기도 했다.
이후 이승엽 감독이 바랐던 타선의 동반 각성 효과로 이어졌다. 7회 강승호로 시작한 타순은 5안타 2사사구를 몰아치며 빅이닝을 만들어 5점을 더 달아났다. 사실상 승부가 완전히 기운 순간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회에도 다시 한 번 타자일순하며 불을 뿜었다. 9회엔 침묵하던 김대한마저 2루타를 날리며 팀 20안타와 동시에 선발 전원 안타까지 동시에 달성했다.




라울 알칸타라의 6⅔이닝 1실점 호투까지 더해지며 이리도 승리가 쉬운 것인가 느껴질 만큼 편안하게 1승과 함께 우세 시리즈를 장식했다. 이 감독의 말처럼 타선이 살아난 효과였다.
경기 후 만난 양석환은 "지난주에 사구를 맞고 다리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타격할 때 밸런스가 많이 깨져 있었고 그걸로 인해 슬럼프가 길어져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아내의 한마디가 양석환을 바꿔놨다. "아내가 '때로는 다 내려놓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할 때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얘기를 해줬다"는 양석환은 "조금 내려놓고 (경기를) 했는데 결과가 오늘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후 23일 만에 터진 홈런포다. 갈증을 푼 양석환은 내친 김에 멀티홈런까지 작렬했다. 지난해 9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9개월 만이다. 소중한 홈런포 한 방이 팀 분위기까지 완전히 뒤바꿔놨다.
지난해 9위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두산이지만 이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써냈던 팀이다. 늘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양석환을 비롯해 선수들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너무 오랜 만에 홈런이 나왔다. 기분이나 몸이나 다운돼 있었는데 반가운 홈런"이라는 양석환은 "최근에 계속 (팀 타선이) 방망이를 잘 못 쳤기 때문에 선수들 내에서도 아무래도 분위기가 가라앉은 게 있었다. 오늘을 계기로 해서 지금보다 충분히 더 잘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나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개인적으론 아직 만족하기 이르다. 타율 0.282 10홈런 37타점으로 팀 내 타점과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으나 5,6월 부진이 컸다. 그렇기에 이미 홈런 2개, 4타점을 올리며 팀 타선까지 완전히 되살려놓은 뒤에도 7회 내야 뜬공으로 물러난 뒤 커다란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웃이 되더라도 타점을 올리는 배팅이 나왔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다"고 팀을 생각하는 마음을 나타냈다.
홈런이 보약이다. 양석환은 "이전에도 슬럼프가 있었지만 홈런이 나오면서 좀 풀리는 스타일이다. 홈런이 한 번 나오면 몰아서 치는 유형이기 때문에 홈런이 반가웠다"며 "시즌을 치르면서 홈런을 많이 치려면 멀티홈런을 한 두 번씩 쳐야 개수가 많이 늘어나는데 그런 부분에서 반가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대해선 시큰둥했다. 스스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두 자릿 수 홈런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매년 20개 이상을 쳐야 의미가 있는 선수다. 10개도 못 친다고 하면 매력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코 의미가 적지 않은 결과다. 2021년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기록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양석환은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3시즌 동안 58홈런을 몰아치고 있는 양석환이기에 올 시즌 20홈런, 나아가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린다면 우타 거포가 귀한 FA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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