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무대를 휘저었던 한국 남자배구의 위상이 크게 떨어진 건 이미 오랜 일이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는 재도약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30위)은 12일(한국시간) 대만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저컵 12강전에서 몽골(59위)을 세트스코어 3-0(25-16, 25-21, 25-20)으로 완패, 준결승에 진출했다.
무실세트 행진, 몽골도 셧아웃시켰다
12강전 이후 추첨을 통해 8강전을 건너 뛰고 4강에 직행하는 행운도 따랐다. 오는 14일 준결승을 치르는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 남자대회로 무대를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조별리그 B조에서 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연이어 완파했던 한국은 이날도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갔다.

1세트 상대 리시브 불안을 틈타 순식간에 점수 차를 벌렸다. 세터 황택의의 지휘가 돋보였고 서브에이스로 직접 공격에도 기여했다. 정지석, 허수봉이 버티는 측면 공격의 위력은 황택의 명품 토스로 더욱 빛을 발했다.
2세트 한 때 끌려가던 한국은 18-18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허수봉의 득점과 2연속 서브 에이스 등으로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3세트에도 허수봉의 날카로운 서브를 시작으로 연이어 득점에 성공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암울했던 남자배구, 반등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월드스타' 김세진, '갈색폭격기' 신진식 등이 활약하던 시절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던 한국 남자배구지만 다 옛말이 됐다. 2018년 이후로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나서지 못하는 등 배구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 사이 여자배구가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을 앞세워 올림픽에서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과거 스타들의 명성을 뛰어넘을 만한 스타도 보이지 않았고 그만한 성적도 뒤따르지 않으며 관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그런 면에서 도약을 꿈꾸는 한국 남자배구에 이번 대회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의 4강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필리핀에 셧아웃 승리를 거둔 바레인 혹은 호주-마카오전 승자가 대결해 한국의 상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FIVB 챌린저컵은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튀르키예, 튀니지,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우크라이나, 2023 VNL 최하위 팀, 그리고 AVC 챌린지컵 우승팀까지 총 8개국이 나서는 대회다. 이 대회의 우승팀엔 세계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출전하는 VNL에 다시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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