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두산 베어스 토종 에이스다웠다. 초반 난조에도 6이닝 동안 112구 혼신의 역투를 펼치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끝내 팀은 패했다. 에이스의 어깨가 한 없이 무거워지는 경기였다.
곽빈은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3피안타 5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미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긴 곽빈은 10승(6패)을 유지했고 평균자책점(ERA)은 2.74에서 2.58로 낮췄다. 다만 에이스로서 연장 끝에 2-3으로 패한 팀을 지켜보며 웃을 수 없었다.
2018년 입단해 첫해를 보낸 뒤 부상으로 좀처럼 복귀하지 못하던 곽빈은 2021년 선발로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8승 9패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믿고 보는 토종 에이스로 등극했다.

다만 LG전에선 에이스의 면모가 보이지 않았다. LG전 3경기에서 1승 2패 ERA 6.14로 작아졌다.
그럼에도 이승엽 두산 감독의 믿음은 확고했다. "과거이지 않나. 시즌 초중반이었고 종반전이 돼 간다"며 "(곽)빈이도 아시안게임 가기 전 몇 경기 안 남았고 시즌 후반 중요성, 승리에 대한 매 경기 중요성을 알기에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령탑의 기대와 달리 경기 초반부터 다소 흔들렸다. 1회말 첫 타자 홍창기에 볼넷을 내주며 시작했고 김현수와는 11구 승부를 벌였다. 실점은 없었지만 4타자만 상대하고도 무려 26구를 던졌다.
2회에도 선두타자 문보경에게 볼넷을 내줬고 3회에도 첫 타자 문성주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5회까지 매 이닝 볼넷을 허용했다. 피안타가 3개에 불과했음에도 투구수가 불어났던 배경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회 곽빈은 피안타율 0.273로 불안했다. 홈런도 2개나 내줬고 볼넷을 7개 허용했다. 2회엔 피안타율이 0.234까지 낮아졌으나 사사구는 10개로 더 많았다. 이날도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최고 시속 152㎞, 평균 145㎞의 속구(40구)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낙차 큰 커브(29구)와 슬라이더(36구),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7구)까지 고루 섞으며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LG 타선으로선 좀처럼 방망이 중심에 맞히기 어려운 공들이었다.
95구를 던진 곽빈은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김현수에게 안타를 맞고 다시 한 번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했으나 오스틴 딘과 문보경을 외야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오지환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에도 박동원에게 낙차 큰 커브를 던져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이날 경기를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8회초 한 점을 더 달아나며 승리를 기대케 했으나 오스틴에게 내준 추격의 솔로 홈런과 정철원의 뼈아픈 판단 실수로 2-2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연장에 돌입했고 10회말 박해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3연패에 빠졌다.
곽빈은 이날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다만 초반 3연속 선두 타자 볼넷을 내주며 투구수가 불어나지 않았다면 더 완벽한 결과였을 것이다. 단순히 이날 결과를 떠나더라도 초반 불안함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떨쳐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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