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삼성의 레전드 염기훈(40)이 감독대행으로서 지휘봉을 잡았다. 첫 지도자 경력부터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수원 구단은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 대행체제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구단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원은 대위기에 빠졌다. 시즌 성적 5승 7무 19패(승점 22)를 기록하고, 리그 최하위(12위)에 머물러 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지만, 강등을 걱정해야할 위치에 놓였다.
지난 해에도 강등 위기 속에 가까스로 1부에서 살아남았는데, 다시 한 번 악몽에 빠진 것이다. 올해 초반부터 수원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두 번이나 사령탑을 교체했다. 지난 4월 팀 레전드 출신 이병근 감독을 경질했고, 이번에는 김병수 감독이 부임 4개월 만에 팀을 떠났다.
수원은 파격 승부수를 던졌다. 플레잉코치로 있던 염기훈을 감독대행으로 앉혔다. 플레잉코치를 맡고 있었다고 해도, 한 팀을 이끌고 책임져야 하는 감독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염 대행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게다가 수원이 처한 현실을 놓고 보면, 그 부담감이 더 크다. 리그 최하위, 또 시즌 막판 팀을 맡았다. 자신의 축구 색깔을 드러낼 틈도 없이 강등을 피하기 위해 매 경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원은 당장 상위권 인천유나이티드, 포항스틸러스를 만난다. 현실적으로 승점을 따는 것 자체가 힘겨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하위스플릿 일정에 들어가면 조급함도 커지게 된다. 만약 수원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이렉트 강등을 당한다. 그만큼 염 대행은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리빙 레전드 앞에 놓여진 현실이다.
염 대행은 누구나 인정하는 수원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10년 수원에 입단해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13년 동안 수원 한 팀에서만 뛰었다. 수원 선수로서 332경기에 출전, 49골 87도움을 올렸다. 올해부터는 플레잉코치까지 맡아 팀에 여러모로 플러스 요인을 안겼다.
올시즌 7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염 대행은 지난 26일 선수단 미팅을 진행하고, 첫 훈련에 돌입했다. 수원은 염 대행 선임뿐 아니라, 주장 김보경, 부주장 고승범, 불투이스, 이종성 등 주장단을 교체했다. 또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의 역할을 조정하는 등 팀 분위기 일신에 나섰다. 어떻게든 강등을 피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낸 셈이다. 수원의 마지막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염 대행은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염 대행은 "오랫동안 수원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해야 팀이 좋아질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강등탈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선수들에게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다 함께 서로를 도와서 단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가자'고 주문했다. 지난 일은 잊고 오늘부터 앞으로 달리는 일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또 팬들을 향해 "혼을 내시더라도 시즌을 마치고 내셨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는 오로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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