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성적이 너무 안 좋아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7개월에 거쳐 132경기를 치러 치렀다. 유망주들이 주로 나서는 마무리 훈련에도 참가했다. 반등의 열쇠를 찾은 35세 베테랑은 그 감각을 잃어버릴라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짐을 싸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재환(35·두산 베어스)이 누구보다 뜨겁게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두산의 중심 타자로 자리매김한 이래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의 제안으로 1대1 특별 과외를 받은 김재환은 올 시즌 내내 보였던 어두운 표정과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를 풍겼다. 거의 한 달 가깝게 1만 8000개의 공을 때리며 많은 걸 깨닫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곰들의 모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며 "연습하면서 나도 좋다는 느낌도 들고 자신감도 생겼다. 감독님도 좋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진정성 있게 느껴져 더 좋았다"고 밝혔다.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하면서도 2018년 44홈런을 날려 팀 선배인 김상호(1995년), 타이론 우즈(1998년) 이후 3번째 잠실홈런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내림세에도 20홈런 이상은 쏘아올린 그는 좌타 홈런왕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승엽 신임 감독과 만났다.
지난해 9위에 머문 두산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은 '왕가의 재건'을 위해서는 김재환이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고 4번에서 시작해 많은 타순을 거쳤음에도 타율 0.220 10홈런 4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74로 시즌을 마쳤다.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3위(3.92)임에도 팀 타율 9위(0.255)에 그치며 5위에 만족해야 했고 이 중에 김재환이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했다. "내 자신에게도 미안했다"고 밝혔을 만큼 실망감이 큰 시즌이었다.
시즌 종료와 함께 내년 시즌 숙제로 '타선 강화'를 목표로 내걸었고 이를 위해선 김재환의 부활이 전제돼야 했다. 이 감독은 김재환에게 1대1로 붙어 특별 지도에 나섰다. 김재환은 "훈련 첫날부터 7박스를 쳤다. 근육통이 일주일은 갔다. 나중엔 무의식 중에 쳤다"고 했다.
맹목적으로 타격 훈련에만 몰두한 건 아니다.선수 생활 내내 감독과 단둘이 이토록 오랜 시간 함께 한 적이 없었다는 김재환은 이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재환은 "너무 감사했다. 영광스러운 대우를 받았다"며 "연습을 많이 했다고 좋아질 것이라는 것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연습했다는 기분에 그래도 좋아지지 않을까. 나름대로의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타격폼 변화'라는 표현에는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재환은 "바꾼다기보다는 '원래 이렇게 연습했었지', '그동안 안 좋은 폼을 배웠구나' 그런 걸 많이 느꼈다"며 "훈련 기간은 3주였지만 거의 1년 동안 칠걸 배웠다. 느낌도 몸에 익었다. 어차피 애들 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고 감각 유지를 위해 훈련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어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이었다. "사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미국에 간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는 프로야구의 비활동기간이다. 야구 선수들이 1년 중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러나 김재환은 휴식마저도 반납하고 훈련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초 출국 일정은 더 빨랐으나 팬들과 만남을 위해 최대한 미룬 게 이날이었다. "빨리하고 와야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도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즌까지 남은 시간은 길고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겨날지 또 모른다. 그럼에도 김재환은 "확신하는 건 불가능하자만 느낌이 너무 좋다. 시즌 때 잘할 것 같다는 것도 함부로 말하면 안 되겠지만 느낌은 좋다. 자신감도 생긴다"며 "확정적으로 뭘 말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캠프 때도 똑같은 폼으로 할 순 없다. 그 사이에 또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더 좋아질 수도 있기에 오히려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등이라는 목표 뒤엔 팀이 자리하고 있다. 김재환은 "두산은 순위가 어떻든 간에 가장 윗자리를 보고 가는 팀이다. 매년이 기회가 되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년 시즌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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