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리그 등록명을 '카데나스'에서 '카디네스'로 바꿔 돌아온 루벤 카디네스(28·키움 히어로즈)의 얼굴에선 전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와 삼성 팬들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을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다.
키움 구단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청백전을 치렀다. 올 시즌 영입된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30)와 지난해 국내 1선발로 올라선 하영민(30) 두 동갑내기가 선발 투수로 나선 6이닝 경기였다. 첫 3이닝은 수비까지 갖춘 경기였고, 마지막 3이닝은 수비를 뺀 라이브 배팅 형식이었다. 미국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청백전이었던 만큼 선수들은 수비가 없는 상황에서도 살벌한 타구를 날리며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심사 중 하나는 지난해 삼성에서 꾀병을 부리고 태업을 했다며 많은 비난을 받은 카디네스의 첫 실전이었다. 카디네스는 지난해 7월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첫 6경기 만에 타율 0.348(23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으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으나,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에 모든 것이 물거품 됐다.
계속 통증을 호소한 카디네스와 달리 검진 결과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이 반복됐다. 삼성 구단 입장에서 꾀병, 카디네스는 억울할 만했다. 여기에 열흘 공백 뒤 올라온 외야 수비에서 태업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삼성은 르윈 디아즈를 대체 영입하는 것으로 카디네스와 인연을 7경기 만에 끝냈다.
논란 당시 일부 삼성 팬들은 카디네스의 개인 SNS에 비난을 쏟아냈다. 함께 뛰었던 절친이자 삼성 소속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SNS에 실망감을 표출할 정도로 그 수위가 높았다. 그러나 카디네스는 한없이 담담했다. 그저 삼성과 자신의 인연이 거기까지인 것으로 짧게 정리했다.

청백전을 앞두고 만난 카디네스는 "지난해 많은 경기에 뛰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그 부상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2주 동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삼성과 팬들의 결정에 전혀 분노를 느끼지 않고 있고, 원망도 하지 않는다.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려 한다. 올해 가장 큰 목표가 건강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지 고심 끝에 내린 복귀 결정임에는 분명했다. 그는 "키움에서의 영입 제의는 내가 생각해도 흥미로웠다. 키움에서 처음 연락 왔을 때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아내랑 많은 상의를 했다. 한국 복귀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과거의 일은 과거일 뿐"이라고 전했다.
건강한 카디네스는 확실히 기대할 만했다. 이날 카디네스는 그를 향한 주변의 찬사를 모두 경기에서 보여줬다. 청팀의 3번 타자 및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첫 타석에서 제구가 좋은 로젠버그의 볼 4개를 모두 골라내 출루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지난해 마무리 주승우를 상대했다. 2회초 주승우의 공이 다소 안쪽으로 몰리자, 이 공을 벼락같은 스윙으로 좌측 담장 앞까지 날렸다.
카디네스 영입 직후 한 KBO 구단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에 "한국으로 오기 전(2024년) 카디네스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속 180㎞의 빠른 타구를 곧잘 생산해냈다. 건강하다면 그만한 타자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 중견수로서 우익수 카디네스와 호흡을 맞출 이주형 역시 "이렇게 어깨가 좋은 선수는 처음 봤다. 카디네스 어깨는 정말 좋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청백전을 앞두고 만난 오윤 키움 1군 타격코치는 "카디네스는 생각 이상으로 공을 더 잘 본다. 그동안 다른 건 다 좋은데 공을 판단하는 능력이 아쉽다 느꼈는데 직접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타자였다"고 감탄했다.
그만큼 본인도 올해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카디네스는 올 시즌 각오를 묻는 말에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가장 큰 목표는 건강 유지"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건강한 나는 필드에서 보여드릴 것이 많다"고 건강한 풀 시즌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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