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한국 야구 대표팀의 향후 구성을 놓고 베테랑을 중용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정후의 작심 발언과 함께 팬들이 그에게 더욱 열광한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대표팀에 계속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한국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친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제 대표팀이 융화됐으면 좋겠다. 투지 있고 파이팅 넘치는 어린 선수도 필요하지만,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배들도 필요하다. 대표팀은 경험을 쌓으려고 가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국 야구는 2000년대 중반 찬란한 황금기를 보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초대 대회에서 4강에 오른 대표팀은 2009년 2회 WBC 대회에서는 준우승이라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당시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지휘하에 9전 전승 우승이라는 신화를 썼다.
그러나 이후 대표팀은 부침을 심하게 겪었다. 무엇보다 최정예 선수들이 출전하는 WBC 대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3년 대만 타이중 참사, 2017년 서울 고척돔 참사에 이어 2023년 도쿄 참사까지 3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매번 WBC 대회를 한국 야구 부흥의 계기로 삼자는 야구인들이 많았으나, 결국 대표팀은 실력에서 밀렸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국은 6개 팀 중 4위에 그쳤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했지만, 이미 실력은 세계 야구와 멀어져 있었다. '국민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원로자문위원도 "우리가 일본이나 미국에는 실력이 떨어진 것이 맞다. 투수 쪽이 가장 아쉬웠고 투타 밸런스 측면에서도 밀렸다"며 현실을 짚었다.
특히 2023 WBC 일본전은 세계 야구와 더 벌어진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당시 한국 투수들은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남발했다. 반면 일본 투수들은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을 정확히 꽂으며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2023 WBC 참사를 계기로 한국 야구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3 WBC 성적과 경기력에 대해 사과한 뒤 중장기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대교체로 이어졌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 2023년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사상 첫 예선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WBC보다 한 수 아래의 대회로 평가받는 프리미어12 대회였기에, 충격파는 더욱 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야구의 보물' 이정후가 대표팀을 향해 한마디를 한 것이다. 이정후는 빅리그에서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 김혜성(26·LA 다저스)과 함께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뒤 "우리는 나중에 대표팀에서 만나면 된다. (김)하성이 형과 (김)혜성이는 무조건 대표팀에 갈 것이고, 외야에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나만 잘해서 뽑히면 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정후는 "만약 (대표팀에) 가게 된다면 어느 포지션에서 수비를 맡고, 몇 번 타순에서 타격하는지는 솔직히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 느낀 것이 지금 미국 선수들은 (2026 WBC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싶은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야 할 텐데 선수들뿐 아니라 KBO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5년에는 특별한 야구 국제대회가 없다. 그리고 2026년 3월 초, 대망의 2026 WBC 대회가 열린다. 이정후가 밝힌 대로 이미 미국은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 2023 WBC 대회에서 일본과 결승전에서 패배, 준우승을 거뒀다. 이에 2026 WBC에서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둬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정후는 "대표팀이 너무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만 있으면 분위기를 탈 때는 좋은데, 다운됐을 때 누군가 이끌어주지를 못한다.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배와 파이팅 넘치는 젊은 선수가 융화돼야 좋은 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베테랑 선배들을 다 빼버리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대표팀은 경험을 쌓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고 작심 발언을 한 뒤 "정말 그해에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낸 선수들이 우리나라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자리다. 그런데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제일 좋은 퍼포먼스를 낸 선배 대신 어린 선수가 나가는 건 맞지 않는다. 물론 어린 선수가 잘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 선수와 베테랑 모두 가게 되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팬들은 이런 이정후의 발언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끝으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대표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한국 야구팬들이 반가워 할 이야기를 전했으니, 바로 대표팀에 계속해서 뛰며 헌신하고 싶다는 의지였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거라, 실력이 되는 한 계속 나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과거 일부 몇몇 선수들은 군 면제 등 실익이 없는 국제대회에 부상이나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불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달랐다. 이미 군 면제도 받은 그였지만, 대표팀을 향한 자신의 진심을 표현했다. 팬들이 반가워하며 열광한 이유다. 이정후는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대회에 출전해서)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올 시즌도 잘해서 좋은 성적과 함께 대표팀에 가고 싶다"며 재차 태극마크를 향한 뜨거운 사랑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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