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연습경기라지만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3연패를 당했다. 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 막판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김경문(67)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3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에서 0-10으로 대패했다.
한화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3승 4패로 마무리했다. 한화는 지난달 22일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 2군을 상대로 8-4로 승리한 한화는 23일엔 지바 롯데 말린스에 2-4로 패했다. 이후 본격적인 KBO리그 팀들과 격돌이 이어졌다. 25일 KIA 타이거즈전 4-1 승리, 26일 KT 위즈마저 7-6으로 제압했다. 그러나 27일 SSG에 0-7로 완패했고 3월 1일 일본 사회인 야구팀인 오키나와 전력(電力)에 3-9 충격패를 당하더니 이날 다시 SSG를 만나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쓰러졌다.
과정이 좋지 않았다. SSG전 단 5안타에 그치며 무득점 패배를 당할 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올 만한 경기였다.
문제는 1일이었다. 오키나와 전력은 사회인 야구팀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실업야구 형태를 갖추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단순한 패배보다도 내용이 너무도 아쉬웠다.
선발로 나선 코디 폰세가 4이닝 동안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물러났는데 이후 불펜진의 방화가 더 뼈아팠다. 김범수가 1이닝 동안 3점을 내줬고 지난 시즌 반등해 대표팀에도 승선했던 김서현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동안 7타자를 상대해 5피안타 4실점하며 무너졌다.

타선 또한 오키나와 전력에 꽁꽁 틀어막혔다. 선발 토우야마에겐 5이닝 동안 2점을 뽑아내는데 그쳤고 이후 4이닝 동안 단 1점만 더 뽑아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활약이 선수단에 특타를 독려했다. 2일 SSG전 만난 김 감독은 "어제는 칭찬 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감독은 메시지를 한 번씩 전달해줄 필요는 있다"며 "프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어제는 2차 캠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메시지를 줬다. 중심타자들은 과감하게 공격을 더 해달라 등의 지시였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칭찬할 게 없었다. 지는 경기에서도 칭찬할 게 나와야 하는데 어제는 사회인 야구에 배워야 하는 경기였다"며 "오늘은 마지막 경기다. 저쪽도 주전들이 나오고 우리도 플로리얼까지 나간다. 부상 없이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서현이는 아마추어 상대로 던지면서 느끼는 게 있었을 것이다. 한국 돌아가면 선수들 마음이 또 달라지지 않을까. 돌아가서가 중요하다 또. 안 좋았던 선수들 돌아가서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특타도, 감독의 일침도 효과가 없었다. 투수진은 20안타를 맞았는데, 반대로 타선은 단 3안타에 그쳤다. 스토브리그에서 무려 4년 78억원에 데려온 엄상백이 2⅔이닝 동안 6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아쉬운 내용을 보였고 5회부터 등판한 류현진은 2⅓이닝 동안 9피안타 2탈삼진 7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6회 2사 1루에서 황영묵이 이닝을 끝낼 수 있는 2루수 땅볼을 처리하지 못했고 이어 3안타를 맞고 류현진의 자책점이 불어났다.
에스테반 플로리얼-노시환-채은성-안치홍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나오지 않은 것도 김 감독의 한숨을 유발하는 결과였다.
물론 안 좋은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다.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사회 생활까지 나섰다가 지난해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한 김도빈이 1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5경기 연속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쾌투를 펼쳤다.
9회엔 전체 2순위 신인 정우주가 등판했다. 첫 두 타자 이정범에게 내야 안타, 김성현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정준재를 시작으로 3연속 탈삼진으로 투구를 마쳤다. 특히 최상민을 잡아낸 시속 153㎞ 강속구는 감탄을 자아냈다. 김경문 감독이 이날 경기에 미소지을 수 있었던 단 두 장면이었다.
3연패를 당한 한화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고 선수들은 조용히 그라운드로 다시 나와 특타에 돌입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한국에 돌아가서가 더 중요해졌다. 한화는 3일 자체 훈련을 치른 뒤 4일 귀국해 8일부터 청주구장에서 열릴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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