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무지 질 것 같지 않다. 한화 이글스가 선발 투수의 이른 강판에도 끝내 경기를 뒤집으면서 1999년 우승 시즌 이후 26년 만에 10연승을 내달렸다.
한화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7-5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10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25승 13패로 경기가 없던 2위 LG 트윈스(23승 14패)와 격차를 1.5경기 차로 벌리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키움은 7점 차도 뒤집었던 전 경기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13승 28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1999년 이후 첫 10연승이다. 당시 한화는 1999년 9월 24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10월 5일 대전 삼성전까지 10연승을 했었다. 한화 프랜차이즈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은 1992년 5월 12일 대구 삼성전부터 5월 26일 부산 롯데전까지 해냈던 14연승이다. 또한 한화는 이날 승리로 시즌 16번째 역전승을 거두면서 해당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2위 KIA 타이거즈의 9승과도 현격한 차이다.
승부처는 키움 마무리 주승우가 등판한 9회였다. 양 팀이 4-4로 맞선 8회 1사 2, 3루에 올라와 실점 없이 막아낸 주승우는 9회에도 황영묵과 에스테반 플로리얼을 범타 처리하며 이대로 이닝을 끝내는 듯했다.
그러나 문현빈의 한 번의 스윙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시속 141㎞ 포크가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됐다. 문현빈은 이 공을 놓치지 않고 우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한화의 5-4 역전. 여기서 노시환이 중전 안타에 이은 2루 도루로 또 한 번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채은성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대형 1타점 3루타를 때려냈고 이상혁 역시 우익수 키를 넘기는 대형 2루타로 데뷔 첫 타점을 올렸다. 9회 등판한 마무리 김서현은 이주형에게 홈런을 허용했으나, 역전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시즌 12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한화 선발 투수 엄상백은 3⅔이닝 5피안타(4피홈런)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볼) 2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으나, 팀 타선에 힘입어 패전 투수를 면했다. 평균자책점은 5.06에서 5.6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조동욱(1이닝)-김종수(1⅓이닝)-박상원(1이닝)-한승혁(1이닝)이 실점 없이 막아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무리 김서현은 1이닝 1실점 세이브를 올렸다. 타선에서는 좌타자를 전진 배치한 김경문 감독의 작전이 주효했다. 1번 황영묵은 5타수 2안타 1타점, 플로리얼이 5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으로 판을 깔았고, 문현빈이 결승포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클러치 히터 역할을 했다.
키움은 선발 투수 하영민이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제 몫을 했으나, 불펜이 무너지면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타선에서도 송성문, 이주형, 김태진, 야시엘 푸이그가 각각 홈런포를 가동했으나, 모두 솔로포에 그치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한화는 황영묵(2루수)-에스테반 플로리얼(중견수)-문현빈(지명타자)-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이진영(우익수)-최인호(좌익수)-이재원(포수)-심우준(유격수)으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엄상백.
이에 맞설 키움은 송성문(3루수)-최주환(1루수)-이주형(중견수)-루벤 카디네스(우익수)-임병욱(좌익수)-김태진(2루수)-야시엘 푸이그(지명타자)-김재현(포수)-어준서(유격수)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하영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피홈런 하나에 불과했던 한화 엄상백은 키움 타자들에게 혼쭐이 났다. 1회 선두타자 송성문이 높게 들어온 시속 144㎞ 초구 직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25m의 시즌 7호포이자 개인 통산 첫 1회말 선두타자 초구 홈런이었다. 1회말 선두타자 홈런 자체는 지난달 9일 고척 LG 트윈스전에 이어 2번째였다.
이날 1군으로 복귀한 이주형도 자축포를 날렸다. 1회말 1사 주자 없는 2B1S 볼카운트에서 낮게 떨어지는 시속 132㎞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의 시즌 3호포.
한화도 반격에 나섰다. 0-2로 지고 있는 3회초 1사에서 황영묵이 우전 안타로 치고 나갔다. 플로리얼이 중전 안타로 1사 1, 2루를 만들었고 문현빈이 우전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엄상백은 또 한 번 홈런을 얻어 맞았다. 키움이 2-1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 김태진이 몸쪽으로 들어오는 엄상백의 4구째 시속 133㎞ 체인지업을 건드려 우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10m의 시즌 3호포.
뒤이어 푸이그가 몸쪽 높게 들어오는 시속 131㎞ 체인지업을 통타해 좌월 솔로 아치를 그리면서 백투백 홈런이 탄생했다. 비거리 120m의 시즌 5호포. 키움의 올 시즌 첫 번째 백투백 홈런이었다. 결국 엄상백은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3⅔이닝 5피안타(4피홈런)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볼) 2탈삼진 4실점으로 강판당했다.


마운드가 난타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한화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5회초 2사에서 플로리얼이 하영민의 높은 쪽 시속 120㎞ 커브를 강하게 때렸고, 이 공은 우측 담장을 넘어 비거리 130m의 시즌 3호 포가 됐다.
하영민이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피칭으로 물러난 7회, 한화는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2-4로 뒤진 7회초 이재원 대신 나선 이도윤이 선두타자로서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대타 김태연이 우전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고 황영묵이 강한 땅볼 타구로 타점을 올렸다. 황영묵의 타구는 마운드를 맞고 2루 베이스 위로 향했다. 키움 2루수가 몸을 날려 간신히 막아냈으나, 1루에 던졌을 땐 이미 타자 주자 황영묵이 1루 베이스를 지나친 뒤였다.
황영묵의 적극적인 플레이는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플로리얼의 중견수 뜬공 타구에 주자가 모두 한 베이스씩 진루해 1사 2, 3루 득점권 찬스가 생성됐다. 문현빈이 초구를 공략해 좌익수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노시환이 초구에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것이 아쉬웠다.
키움도 7회말 재역전 찬스를 잡았다. 최주환과 이주형이 연속 안타를 때려내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카디네스의 타구를 황영묵이 잡아 2루를 찍고 1루로 송구해 병살을 만들고 찬물을 끼얹었다. 임병욱이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김태진이 2루 땅볼로 물러나며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마무리 투수의 퍼포먼스에 희비가 엇갈렸다. 키움 마무리 주승우가 9회 2사에서 문현빈에게 우월 솔로포를 맞았다. 구원 등판한 이준우 역시 채은성에게 중전 1타점 적시 3루타, 이상혁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맞으면서 대량 실점했다.
반면 한화 마무리 김서현은 이주형에게 솔로포 허용 뒤 카디네스를 3구 삼진, 임병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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