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news LogoStarnews Logo

"스트레스 받았는데" 군대가 바꿔놓은 황택의, 한선수-유광우 넘어 '우승 세터'를 향해

발행: 2025.03.27 05:41
수정: 2025.03.27 16:18
의정부=안호근 기자
KB손해보험 황택의가 26일 대한항공과 PO 1차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KB손해보험 황택의가 26일 대한항공과 PO 1차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KB손해보험 황택의가 26일 대한항공과 PO 1차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후배들이 군대 얘기하면 무조건 상무가라고 해요."


황택의(29·의정부 KB손해보험)가 전역 후 첫 시즌에 데뷔 이래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다가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황택의는 26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기념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세트스코어 3-1(25-20, 25-23, 18-25, 29-27) 승리를 이끌었다.


대한항공엔 각자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치는 한선수와 유광우(이상 40)가 공존하고 있었고 이는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더 빛난 건 단연 황택의였다.


이날 KB손해보험의 공격 성공률은 51.79%로 대한항공(45%)에 우위를 보였다. 대한항공은 선수층이 두껍기로 유명한 팀이지만 황택의의 영리한 경기 운영에 힘입은 KB손해보험은 오히려 대한항공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승리를 챙겼다.


역대 19차례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무려 89.5%(17/19)에 달할 만큼 KB손해보험이 챔프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23점을 올리며 공격 성공률 58.97%를 기록했음에도 황택의는 비예나 쪽으로 34.82%만 공격을 맡겼다. 나경복(15점)과 모하메드 야쿱(11점)은 물론이고 미들 블로커인 박상하(8점)와 차영석(7점)을 활용한 공격도 고루 섞으며 대한항공을 어려움에 빠뜨렸다. 정작 대한항공은 카일 러셀(31점·53.33%)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보이며 스스로 어려운 길을 걸었다.


황택의(왼쪽)가 토스를 올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황택의(왼쪽)가 토스를 올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황택의(왼쪽)가 토스를 올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경기 후 만난 황택의는 "감독님께서 준비할 때부터 대한항공이라는 팀 자체가 쉽게 볼 수 없는 팀이어서 홈경기여도 초반에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 초반부터 기세를 잡았던 게 끝까지 이길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세트 비예나는 5점을 올리며 공격 성공률 83.33%를 기록했는데 황택의는 "대한항공의 아웃사이트 히터들이 속공 견제를 많이 해주는 걸 알고 있었다"며 "비예나 쪽으로 올렸을 때 원블록 혹은 반블록 정도가 나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비예나가) 잘 때려줘서 높은 성공률이 나온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상대의 노련한 두 베테랑 세터를 상대로 큰 무대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제가 이긴 건 아니고 팀으로 이긴 것이다. 우리 팀이 이런 경기를 매 경기 이기면서 팀으로서도 성장하는 것 같아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며 "(유)광우 형이 있으면 그쪽으로 올리고 싶은 게 세터 마음이다. 블로킹이 낮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때 대한항공전에선 광우 형쪽으로 올리면 우리 공격수들이 직선으로 많이 때렸는데 상대 수비들이 그쪽으로 커버를 하러 갔다. 그래서 거기에 고집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역 후 이렇게까지 맹활약하리라는 전망을 쉽게 할 수 없었다. 황택의는 "1라운드 막판에 복귀했고 그 전에 5연패를 했을 때에도 선수들끼리도 미팅을 많이 했는데 '절대 우리가 꼴등할 멤버가 아니다'라는 말을 나눴다"며 "선수들에게 얘기했던 건 'PO는 무조건 나갈 수 있다. 못 나가면 내가 욕을 먹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워낙 선수들이 좋았기에 믿음이 있었고 선수들도 그런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2등으로 봄 배구를 시작했는데 엄청 놀랍진 않다. 1등은 워낙 격차가 멀어서 생각을 안 했지만 2등은 선수들이 계속 목표로 잡고 했던 순위였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어느 때보다 배구가 잘 풀린다. 3년 만에 봄 배구를 하지만 당시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경기를 하면서도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이없는 범실이 나왔을 때 팀 분위기가 확 가라 앉을때가 있는데 그런 게 많이 줄어든 게 KB손해보험이 성장을 많이 했다고 느껴진다"며 "예전엔 하다가 화도 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장면들이 많이 줄고 다 코트 안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다보니 저도 경기에 더 몰입하고 재밌게 하게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황택의(왼쪽에서 5번째)가 팀 득점 후 비예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상전벽해다. 2016~2017시즌 1라운드 1순위로 데뷔해 신인상을 수상했고 베스트7도 3차례나 수상했지만 입대 전까진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하는 세터, 외국인 선수에게만 토스를 집중하는 세터라는 오명도 따랐다.


당시를 돌아본 황택의는 "군대에 가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공기도 좋아서 머리도 식히면서 바깥 바람도 쐬다보니 머릿속이 정리가 잘 된 것 같다"며 "요즘 후배들이 군대 얘기를 하면 무조건 상무에 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엔) 스트레스도 받았다. 스스로도 답답했다. 요즘엔 공격수들이 잘 때려줘서 세터가 결과론 적으로 좋은 평가를 듣는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격수들이 포인트를 못냈을 때는 '왜 그리 줬냐고'고 비판하는데 우린 공격수들이 잘 때려주고 있어서 분배가 좋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걸 잘 못 때려주거나 안 맞으면 또 비난을 받지 않겠나. 모든 세터들이 다 이겨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답했다.


실력도, 정신적으로도 모두 성숙해졌다. 황택의는 "예전엔 하고 싶은 대로 하다보니 '예측할 수 없는 이상한 짓을 한다, 분석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요즘엔 그렇게 해도 잘 된다. (나는) 코트 안에서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큰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대한항공을 꺾으면 올 시즌 최종보스 천안 현대캐피탈과 만난다. 챔프전에 가더라도 자신이 있다.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더 코트에서 집착이나 열정이 큰 지가 승패를 가른다고 생각한다"며 "현대캐피탈과 만나더라도 우리가 그런 모습이 더 나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현직 변호사가 본 김수현 기자회견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창원NC파크 피해자 사망... 애도 물결]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