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키드 징고가 김대희 회사로 간 이유(인터뷰)

문완식 기자  |  2016.12.18 08:53
슈퍼키드 징고 /사진=이기범 기자 슈퍼키드 징고 /사진=이기범 기자


징고(본병 전진욱, 32)는 지난 2004년 MBC 대학가요제로 가수 데뷔했다. 그는 허첵(전덕호), 헤비포터 등과 '허니첵스'라는 팀을 결성,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허니첵스'는 6인조로 개편됐고 2005년에는 '슈퍼 키드'로 팀명을 바꿨다.


슈퍼키드는 2007년 MBC '쇼바이벌'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멤버들에게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인터뷰의 주인공 징고는 2011년 3월 첫 솔로 앨범을 내고 이어 4월에 군입대했다. 징고는 제대 후 소속사를 나와 멤버들과 독자 레이블을 차려 3년간 활동했다. 하지만 음악만 하던 이들이 회사 경영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슈퍼키드는 올해 개그맨 김대희가 대표로 있는 JDB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징고는 지난 10월 '선댄스'를 발매한 데 이어 지난달 말 '날 사랑하지 마요'와 '널 브러져'를 더블타이틀곡으로 하는 첫 미니앨범 '징고'(Zingo)를 내고 활동에 나섰다. 솔로로 나선 징고는 슈퍼키드의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벗었다. 징고의 노래에선 '슈퍼'도 없고 '키드'도 없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징고는 즐거워 보였다.

"좋아요. 저 혼자 활동하니 차도 혼자 타고. 하하하. 쓸쓸함이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 할 때도 멤버들이 같이 있으면 제가 막내라 눈치가 보이거든요(웃음)."


"이참에 슈퍼키드를 나와 독자 활동하는 건 어떻냐"고 농담식으로 물으니 "그래도 슈퍼키드란 팀은 갖고 가야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슈퍼키드는 밝음, 에너지가 정체성이라면 징고는 소통이랄까, 솔직함이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둘 사이에 보완되는 게 있는 건 확실해요."

징고 그리고 슈퍼키드는 올해 데뷔 10년이었다. '데뷔 10년'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너무 빨리 지나온 것 같아요. 10년 했는데, 내세울 건 없네요. 서글퍼요(웃음)."

슈퍼키드 징고 /사진=이기범 기자 슈퍼키드 징고 /사진=이기범 기자


그 10년 사이 징고는 군대를 다녀왔다. 스물 여덟 늦깎이 이등병이었다. 그는 해군 홍보단에서 홍보병으로 근무했다.

"아마 일찍 군대를 갔다면 깨달은 게 적었을 것 같아요. 운이 좋게 늦게 군대에 가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솔로 앨범을 낼 때 가장 영향을 준 게 군대 시절이었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항상 '슈퍼키드'란 팀으로 활동하다 혼자 조용히 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죠."

징고는 "해군 홍보단에서 가수병으로 근무했는데, 슈퍼키드 활동이 있어 홍보단으로 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슈퍼키드가 라이브에 감정이 있어 홍보단 오디션을 볼 때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징고에게 슈퍼키드가 지난 10년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면, 앞으로 10년 중요한 의미가 될 존재는 현 소속사 JDB엔터테인먼트다. JDB엔터테인먼트는 김대희가 공동대표로 있으며 김준호, 김준현, 김지민, 유민상, 김민경, 박나래, 홍윤화 등 다수의 개그맨들이 소속된 기획사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예전에 있던 기획사랑 계약이 끝나자 저희끼리 회사를 차려 운영을 해봤어요. '선샤워뮤직'이라는 레이블이었죠. 처음에는 너무 좋았어요. 음악적으로 자유롭고 뭔가 되게 즐거웠죠. 그런데 가면 갈 수록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자본력이 투입되거나 큰 매니지먼트에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였죠."

먼저 손을 내민 건 JDB엔터테인먼트였다.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발돋움하려는 JDB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필요했다.

"처음엔 우리가 거기 왜 들어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곱씹어 볼 수록 일을 것보다 얻을 게 많더라고요. 큰 회사잖아요. 음악하는 사람이 저희 밖에 없기 때문에 저희에게 집중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웃음)."

징고는 "슈퍼키드만의 음악적 고뇌와 정체성이 분명했기에 어떤 회사에 들어가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다"고 했다.

슈퍼키드 징고 /사진=이기범 기자 슈퍼키드 징고 /사진=이기범 기자


김대희 대표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솔직히 저희를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얼마 전 슈퍼키드 쇼케이스에서 김대희 대표를 만났는데 직접 솔직하게 얘기하더라고요. '잘 몰랐는데 음악을 보고 들으니 영입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10년 간 변치 않은 슈퍼키드 멤버들의 신뢰, 그리고 새 소속사에 대한 믿음은 솔로 활동에 나선 징고를 한결 편하게 했다.

"이번 앨범은 3년 정도 준비 했어요. 병장 시절에 곡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당시에는 모든 초점을 슈퍼키드에만 맞췄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 곡을 슈퍼키드가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왜 슈퍼키드만을 위한 곡을 써야 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내가 여기에 갇혀있었구나' 라는 깨달음이 들면서 나, 징고 혼자 불러도 되는 곡을 쓰기 시작했죠."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날 사랑하지 마요'는 힘들었던 지난 날에 대한 징고의 하소연 같은 노래다.

나에게 맘을 주지 말아요

괜히 또 나만 설레게

기다린다는 말도 하지 말아요

괜히 또 나만 나쁜 사람 되게

날 사랑하지 마요 -'날 사랑하지마요' 中-


"혼자 노력을 많이 했어요. 데모 테잎도 만들어 기획사에도 돌리고, 음악 하시는 분들에게도 돌리고 했어요. 음악 좋다 같이 하자고 해서 계약서까지 만들었는데 도장 찍을 때 등을 돌리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어요. 그게 2년 동안 계속 된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허탈함을 반어적으로 풀어냈죠."

또 다른 타이틀곡인 '널브러져'는 일종의 '힐링' 노래다. 앨범을 내기 전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곡이기도 하다. '널브러져'는 "오늘 하루 출근하지 마/이대로 내 품에 잠든 채/알람은 꺼둘게 화는 내지 마/달콤한 그 꿈에서 깨지마"란 가사로 시작한다. 이 시대 힘든 직장인들 혹은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곡이다.

슈퍼키드 징고 /사진=이기범 기자 슈퍼키드 징고 /사진=이기범 기자


'버스 드라이버'는 동화 같은 노래다. 징고는 이 노래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너의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넌 너무 예뻐 시집보내기가 아깝다

커다란 버스나 사서 전 세계를 누비며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아라


널 닮은 아들과 딸도 좋지만

예쁜 강아지도 나쁘지 않아

너만 원한다면

뒷바라지는 네게 안 어울려

평생을 주인공처럼

자유롭게 행복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모티브로 삼고 싶었어요. 이건 '자뻑'이 아니라 이런 가사는 저만 쓸 수 있는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할머니'나 '강아지', 이런 소재가 들어가면서 노래가 밝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얼마나 좋은 내용이에요. 너와 내가 이뤄질 수 있는 사랑이라면 내가 너의 종처럼 살 수 있다..하하하."

'느닷없이 걔'는 징고가 후딱 써내려간 곡.

느닷없이 생각이 났어

바람결에 스쳐 지나갔던

무인도에 떨어뜨려 놔도

잘 살 것만 같던 느닷없이 걔

쓸데없이 예뻤던 게 생각이 나

너 좋다고 줄 섰던 애들 몇 명이었는데

날 좋다고 하는데 나야 뭐 감사할 따름

그때부터 매일매일 너 위한

이벤트 나 지금 어디게?


징고는 "노래 하나 쓰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데, '느닷없이 걔'는 골방에서 곡을 받자마자 바로 써내려갔다"고 했다. 그만큼 '필'(feel)이 꽂혔다는 얘기다.

'버스 드라이버'이 대척점에 있는 노래도 수록돼 있다. '로드 킬'이다.

잠시만 잠시만이라도

멈춰 서 나를 바라봐 줘

잠시만 잠시만이라도

나의 노랠 들어 줄 순 없니

넌 나를 밟고 지나가겠지

모른 척 그냥 지나치겠지

차갑게 식어버린 아스팔트 위로

새빨간 꽃잎처럼 흩날리겠지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 나의 곁에..


"'로드 킬'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을 맡고 있어요.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시절에 만든 노래죠. 그렇게 데모 테잎을 돌리고 그랬는데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안 올 때 정말 힘들었죠. 제발 내 노래 좀 들어봐 달라고 애절하게 외치는 곡이에요. 차 불빛만 봐도 반가워서 길에 나섰는데 차는 모르고 저를 밟고 지나가는 거죠. 제 딴에는 그 불빛을 보고 용기를 내서 조심스럽게 다가섰는데 말이에요."

징고는 인터뷰 내내 '아픔'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은 그 아픔들을 잊었냐"고 물으니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그래도 많이 떨쳐냈어요. 지금 아픔을 노래하는 곡들을 담은 앨범을 내놓는 건 그 한 곡, 한 곡이 제 자식 같아서요. 대중들에게 조금이라도 그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은 거죠."

징고는 "스스로 별 5개에 별 4개 반을 주고 싶다"며 "반을 뺀 것은 조금 느끼한 것 같아서"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조금 더 힘들 빼야 할 것 같다"며 "그건 반성의 의미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숙제로 남기도 싶다"고 했다.

"솔로 징고에 대해 좋게 반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솔로 앨범이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슈퍼키드 그리고 징고의 음악 세계를 보여드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창이 됐으면 해요. 다음에는 밝은 노래들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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