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바른 청년? 브로맨스 전문? 뭔가 잘못됐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6.12.18 11:35
김우빈/사진제공=싸이더스HQ 김우빈/사진제공=싸이더스HQ


"제 소개부터 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우빈입니다."

김우빈이 자리에 앉자마자 건넨 말이다. 그러면서 시익 미소를 지었다. 안면이 있는 기자에게 "잘 지내셨어요?"라는 인사도 했다. 건실한 청년이란 평판대로다. 김우빈은 드라마나 영화에선 건들건들한 모습으로 나오곤 했지만 실제로는 건실한 청년이란 평이 자자하다. 오죽하면 '마스터'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이병헌이 "듣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청년"이라고까지 했을까.


그는 인터뷰에서도 최대한 정중하면서도 신중하게 말을 뽑았다. '기술자들'과 '스물'에서 익히 본 껄렁한 청년은 간 데 없다. 그는 '마스터'에서도 껄렁한 역할을 맡았다. 21일 개봉하는 '마스터'는 희대의 사기꾼과 그를 쫓는 경찰, 둘 사이를 오가는 또 다른 사기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우빈은 천재적인 컴퓨터 실력은 갖고 있지만 껄렁껄렁한 말투로 사기조직 안에서도 견제를 받고, 밖에서도 경찰의 사주에 시달리는 역할을 맡았다. 익히 본 캐릭터 같지만 김우빈이 생생하게 살렸다.

그런 칭찬에도 그는 "왜 저렇게 했을까란 후회를 가끔 한다"고 토로했다.


-'마스터'를 하기 전에 중국 블록버스터 제안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를 택한 이유는 뭔가.

▶중국영화는 외부에 알려지진 않은 일이고, '마스터'는 시나리오를 읽고 꼭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맡은 박장군 역할에 욕심이 나더라. 하루 만에 읽고 바로 답했다. 그 만큼 매력적이다.


-'마스터'의 박장군과 '기술자들'에서 한 역할이 비슷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나.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르다면 전혀 다르다. 일단 난 새로운 인물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비슷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내 탓이다.

-이병헌과 강동원이 먼저 캐스팅됐는데 그것도 출연에 한 원인이 됐나.

▶물론이다. 두 선배들과 한 작품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주 큰 영향이었다. 두 사람에게 배우고 싶었다. 사석에서도 좀처럼 만난 적이 없었다. 이병헌 선배는 나이와 경력 차이도 많이 나서 무서울 것 같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위트 있고 밝게 분위기를 이끈다.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많이 배려해줘서 정말 감사했다. 강동원 선배는 모델 선배라 통해 통해서 들었는데, 듣던 것보다 훨씬 밝고 재밌었다. 8살 차이지만 편하도록 배려를 해줬다. 필리핀 촬영할 때 한달 동안 붙어있었다. 같이 수영하고 밥 먹고 농구하고 테니스 하고 족구도 했다.

-'마스터'는 '베테랑' 같은 거악을 응징하는 영화다. 대리만족의 쾌감을 주는 영화고. 어떤 점이 끌렸나.

▶나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대리만족하는 기분을 맛봤다. 강동원 캐릭터에 이입이 되더라. 내 상상보다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시나리오 속 캐릭터들이 오달수, 진경, 엄지원 선배 들을 통해 살아서 움직였다.

-이병헌과 팽팽하게 부딪히는 장면들도 있고, 쟁쟁한 선배들과 같이 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

▶조의석 감독님과 술을 먹으면서 나만 잘하면 된다고 했었다. 이병헌 선배는 내가 가장 앞에서 연기를 보는 사람이었잖나. 소름이 돋더라. 마법 같은 순간들이 그대로 전해졌으면 했다. 카메라를 통해 한 번 걸러지는 게 아깝더라. 그래도 너무 긴장을 하거나 생각을 많이 하면 오히려 선배들의 리액션에 일일이 반응할 수 없을 것 같아 편하게 하려 노력했다.

-전작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큰 화제는 얻지 못했기에 '마스터' 흥행에 더 부담이 가진 않나.

▶글쎄.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그 드라마를 좋아해주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힘을 많이 얻었다. 특히 이경희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응원해줬다. 더 좋은 시청률과 더 많은 관객이 들면 좋겠지만, 두 작품 모두 촬영하면서 즐거웠기에 그게 가장 중요하다.

김우빈/사진제공=싸이더스HQ 김우빈/사진제공=싸이더스HQ


-'마스터'에서 어떤 점을 중점에 두고 연기했나.

▶내 캐릭터는 모든 등장인물을 다 만난다. 그래서 흐름을 깨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단 인물을 만날 때마다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계들도 다 다르니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야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 열어두고 선배들의 연기에 반응하면서 연기하려 했다. 이 인물은 말하자면 천재다. 컴퓨터에 빠져 사는 인물이다. 멋진 옷과 멋진 차도 이병헌이 맡은 진회장이 선물한 것이다. 본인은 고시원에 살지 않나. 주위에 미술이나 음악 하는 천재 같은 친구들을 관찰했다. 평소에는 허당인데 일에 들어가면 변하더라. 그런 부분을 참고했다.

-이병헌이 애드리브를 많이 해서 당황하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다. 나는 애드리브를 잘 안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이런저런 제안을 많이 했다. "이 형 잘한다"란 대사도 마찬가지다. 중간 중간 흐름을 환기 시켜야 하는 캐릭터라 대사들을 조금씩 변용했다. 이병헌 선배의 애드리브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진행했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이병헌 선배가 키 차이를 고려해서 내놓은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장면이 힘들었나.

▶오달수 선배 앞에서 가짜로 우는 장면이었다. 가짜를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워낙 오달수 선배가 시나리오 속 인물로 앉아 계셔서 할 수 있었다. 뭔가 돋보이려 하지 않았다. 튀려 하면 그 순간 무너지는 것이니깐.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했다.

-다른 캐릭터,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없나.

▶물론 있다. 기다리고 있다. 특히 휴먼드라마에 관심이 많다. 워낙 생긴 게 파이팅있게 생겨서 그런지, 그런 장르가 잘 안들어 온다. 저도 제 맬로영화를 보고 싶다.

-바른 청년이란 이미지가 많은데 불편하지는 않나.

▶그 이미지는 과장된 것 같다. 뭔가 잘못 됐다. 딱히 바른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현장에서 당연히 후배로서 해야할 일들을 하는 걸, 선배들이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답답하게 살지도 않는다. 동네에서 슬리퍼 신고 돌아다니고 주민들께 인사드리고 다닌다. 너무 움츠리고 살면 성격상 힘들다.

-강동원과 브로맨스 장면들이 더러 있는데.

▶딱히 브로맨스 서비스컷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현장에서 이병헌 선배가 아예 '뽀뽀를 시켜라'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남자배우와 케미가 더 좋다기보다는 남자배우가 더 편하긴 하다. 남자배우들과 함께 한 경험이 더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어릴 적부터 남자 선배들, 남자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했다.

-차기작은. 드라마? 영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드라마는 시청자들과 같이 만드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고, 영화는 오래 고민하면서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어떤 즐거움을 더 선호하진 않는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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