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준(왼쪽부터), 이준호, 김재욱 /사진=스타뉴스
악역은 여전히 많은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주인공을 괴롭히거나 위기에 빠뜨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권선징악'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에서 궁극적으로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때문에 악역의 존재감이 강할수록, 주인공의 매력도 배가된다. 올 한해 방송을 탄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악역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김과장'의 준호, '보이스'의 김재욱, '피고인'의 엄기준의 그 주인공들이다. 2017년 브라운관에서 악역으로 존재감을 발산한 세 사람의 매력을 짚어봤다.
/사진='김과장' 방송 화면
◆'김과장' 준호, 밉지 않은 악역 서율..남궁민과 '앙숙 케미' 톡톡
준호는 지난 3월 30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김과장'에서 TQ그룹 재무이사 서율 역을 맡아 첫 악역에 도전했다. 중앙지검 회계범죄 수사부 검사 출신의 서율은 극 중 TQ그룹 비리를 덮어주며 권력을 쥐기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던 인물. 사사건건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과 대립하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준호는 악역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 연기를 소화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중반으로 갈수록 남궁민과 유쾌한 '앙숙 케미'를 뽐내며 시청률 상승에 견인 차 역할을 했다. 먹음직스럽게 먹는 연기로 '먹소'(먹보 소시오패스)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그룹 2PM 멤버로 데뷔한 준호에게는 '아이돌'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김과장'에서 연기력을 증명한 준호는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통해 첫 멜로에 도전, 주연으로 우뚝 섰다.
/사진='보이스' 방송 화면
◆'보이스' 김재욱, 소름 또 소름..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 열연
김재욱은 지난 3월 12일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극 중 모태구는 살육을 게임처럼 즐기던 잔혹한 인물이었다. 김재욱은 살인마 모태구로 완벽히 변신해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경찰 무진혁(장혁 분) 앞에서 살인범임을 숨기지 않고 되려 뻔뻔하게 "사람 찢어본 적 없잖아요?"라고 되묻는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웃음 소리마저도 소름을 돋게 만드는 열연으로 몰입감을 높인 그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진가를 드러내며 역대급 악역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평을 얻었다.
김재욱의 연기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는 매력 넘치는 젊은 CEO 박정우로 변신해 전작의 악역 이미지를 벗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사진='피고인' 방송 화면
◆'피고인' 엄기준, 분노 유발자 차민호..지성과 긴장감 팽팽
지난 3월 21일 종영한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 엄기준의 활약은 주인공 지성의 열연 만큼이나 빛났다. 엄기준은 극 중 차명그룹 회장의 쌍둥이 아들 차선호, 차민호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형 차선호를 살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차선호로 살아가며 악행을 일삼는 차민호로 분해 극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밝혀내려는 주인공 검사 박정우(지성 분)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분노 유발자'로 등극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박정우의 아내 지수(손여은 분)를 살해하고, 아버지 죽음마저 싸늘하게 외면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매회 벌어지는 팽팽한 기 싸움은 극의 흥미와 긴장감을 더했다.
'피고인'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엄기준은 요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천재 로봇 공학박사 홍백균으로 분해 코믹함과 허당기 넘치는 캐릭터로 열연를 펼치고 있는 것. 엄기준이 기존의 강렬한 악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 작품을 통해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