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인천공항] 조용운 기자= 스포츠에서 '무사귀환'이란 단어가 어울릴 줄 몰랐다. 기상천외한 3박4일의 평양 일정을 마친 축구대표팀이 무사히 귀국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17일 오전 0시4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험난했던 원정길을 마무리했다. 지난 일요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던 대표팀은 귀국할 때도 똑같이 베이징을 경유한 뒤 한국땅을 다시 밟았다. 16일 오후 5시20분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으로 이동한 대표팀은 3시간 가량 대기한 뒤 오후 9시40분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육로로 두 시간이면 될 거리를 배 이상 소요한 끝에 입국했다.
이동부터 자유롭지 않았던 대표팀의 평양행은 기이한 일로 가득했다. 경색된 남북관계 탓에 북측은 시종일관 소극적인 협조로 일관했다.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을 거절했고 선수단 및 대한축구협회 임원진에게도 휴대기기 반입을 금지했다.
평양에 도착한 후에도 뭐하나 자유롭지 않았다. 국내서 준비한 메인 식재료 세 박스는 반입이 안 됐고 선수들은 호텔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선수단을 대표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호텔에서는 우리 문앞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외부인의 출입도 막았다. 사실상 호텔은 우리 선수단만 있었다. 말을 시켜도 눈도 안 마주쳤다"라고 사실상 감금과 다름없던 평양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의 기이한 행동은 경기서 정점을 찍었다. 북한은 생중계 거부에 이어 무관중 경기 진행을 택했다. 김일성경기장을 찾을 5만 관중을 걱정하던 대표팀은 텅 빈 관중석에 놀랐고 선수들 숨소리, 말소리만 울리는 고요한 90분을 치러야 했다.
경기는 너무 거칠었다. 손흥민은 "그쪽(북한)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더라. 작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며 "승점 3점을 얻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도 수확으로 생각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터프한 스타일에 놀란 건 손흥민 뿐만이 아니다. 벤투 감독도 "상대가 워낙 거칠게 나왔는데 판정도 자주 끊겨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선수단을 대표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북한 선수들은 안 지려는 눈빛이 강했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축구했다면 상대는 정신력을 앞세웠다. 부상 없이 끝나 다행"이라고 비교했다.
선수들은 생소한 원정을 다녀온 탓인지 피곤한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섰는데 새벽에도 공항에 모인 팬들 덕에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평양 체류 내내 그리웠을 팬들의 응원과 "고생했어요" 등 따뜻한 말에 간단히 응한 뒤 공항을 떠났다.
손흥민을 비롯한 16명의 선수들은 별다른 행사 없이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김민재와 김신욱, 백승호, 이강인, 권창훈 등 9인은 베이징에서 곧바로 팀에 복귀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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