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이대호(맨 위)가 동료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이대호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에서 드림 올스타의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는 드림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에서 팬 투표(125만 5261표)와 선수단 투표(171표) 모두 1위에 오르며 당당히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이로써 그는 2018년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10번째 올스타전 출전을 이뤄냈다.
이대호의 첫 올스타전은 입단 4년 차인 2005년이었다. 전반기 돌풍을 일으킨 롯데의 활약 속에 동군 3루수 올스타에 선정된 이대호는 인천 문학야구장(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첫 세 타석에서 병살타 포함 모두 범타로 물러났던 이대호는 4-5로 뒤지던 8회 말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서군 투수 지연규를 상대한 그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왼쪽 담장 밖으로 타구를 넘겨버렸다. 6-5 역전을 만들어내며 이대호는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2005 KBO 올스타전에서 MVP를 수상한 이대호. /사진=롯데 자이언츠
과거를 추억하던 이대호는 "또 그런 상황이 와야 하고, 그렇게 운이 있어야 한다"며 마지막 올스타전에서도 짜릿한 손맛을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욕심을 낸다고는 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시작된 올스타전, 이대호는 기대했던 홈런을 터트리지는 못했다. 1회 말 1사 1, 3루 찬스에 등장한 그는 나눔 선발 양현종(KIA)과 7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중견수 방향 짧은 플라이를 기록,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은퇴 전 마지막 올스타전을 맞아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를 등에 새긴 이대호. /사진=OSEN
7회 말 드디어 안타를 터트린 이대호는 팀이 3-6으로 뒤지던 연장 10회 말 1사 1, 2루 찬스를 맞이했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도 가능한 상황, 그러나 그는 나눔 마무리 고우석(LG)의 빠른 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그는 고우석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이대호(맨 위)가 동료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공교롭게도 이대호의 첫 올스타전이었던 2005년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당시 KBO는 그해 6월 은퇴를 결정한 장종훈(당시 한화)을 위해 이벤트를 열었다. 홈런레이스 명단에 그를 올리고, 서군의 특별초청선수로 올스타전 본 경기에도 나설 수 있게 했다.
경기 내내 벤치에만 앉아 배트를 잡고 있던 장종훈은 이대호의 홈런이 나온 후 5-6으로 뒤지던 9회 초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타석에 들어선 그는 정재훈(당시 두산)의 공을 받아 쳤지만 2루수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장종훈(맨 위)이 2005년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당시 장종훈을 헹가래 치던 선수들 중에는 이대호도 있었다. 당시 23세의 어린 선수였던 그는 17년이 지나 일본과 미국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산전수전 다 겪은 40세의 베테랑이 됐다. 훌쩍 커버린 그는 동료와 후배들의 사랑 속에 마지막 올스타전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