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께 죄송, 맹목적 사랑의 순간이었다" 한화 떠난 박찬혁 대표 고백, 후속 업무까지 책임진다

안호근 기자  |  2024.05.28 13:07
한화의 스프링캠프에 방문에 설명을 듣고 있는 박찬혁 전 대표이사.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스프링캠프에 방문에 설명을 듣고 있는 박찬혁 전 대표이사.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에 크나 큰 충격파가 전해졌다. 최원호 감독이 물러나고 박찬혁 대표이사까지 책임을 지고 떠나게 됐다.

한화 이글스는 27일 최원호 감독의 사퇴와 더불어 박찬혁 대표이사도 물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지난 23일 최 전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박찬혁 대표이사 또한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제일기획과 IB스포츠를 거쳐 2011년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팀에 입사했고 이후 한화 이글스 마케팅 팀장, 한화생명 크리에이티브 팀장-브랜드전략담당-e스포츠 단장을 거쳐 2021년 구단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이후 정민철 전 단장과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과 함께 하기 시작했고 팀의 리빌딩을 도모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팀은 여전히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해 5월 팀이 최하위에 추락하자 수베로 감독과 작별을 고하기도 했다.

이후 퓨처스 감독을 맡던 최원호 감독을 1군 사령탑에 앉혔다. 이후 8연승을 달리기도 했고 2019년 이후 4년 만에 승률 4할로 회복하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 외야수 김강민, 방출된 포수 이재원을 데려오며 타선과 함께 그간 팀에 부족했던 경험까지도 보탰다.

박찬혁 대표이사(오른쪽)가 손혁 단장과 함께 스프링캠프 현장을 방문해 지켜보고 있다. 박찬혁 대표이사(오른쪽)가 손혁 단장과 함께 스프링캠프 현장을 방문해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류현진이 방점을 찍었다. 류현진은 빅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마다했고 한화는 그를 붙잡기 위해 8년 170억원이라는 국내 최고 대우로 화답했다.

시즌 개막 전부터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한화는 개막전 패배 이후 7연승을 달렸다. 10년 만에 단독 선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4월 연패를 거듭했지만 팬들은 한화에 대한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한화는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마운드에선 믿었던 류현진의 적응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시즌 전 최 감독으로부터 "가장 공이 좋다"는 평가를 들었던 김민우는 3경기만 던지고 부상으로 이탈했다. 리카들도 산체스도 부상을 당해 회복 중이고 펠릭스 페냐와 문동주 지난해와 달리 부진을 거듭했다. 페냐는 결국 27일 방출됐다.

타선에서도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를 제외하면 제 역할을 해주는 타자를 찾기가 힘들다. 지난해 타격 2관왕 노시환을 비롯해 FA 이적생 안치홍, 주장 채은성, 지난해 급성장한 문현빈 등이 모두 기대를 밑돌고 있다.

운영상의 아쉬움도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 최 전 감독에 대한 사퇴 움직임이 일었던 이유가 단순히 성적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앞서 22차례 홈경기 중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진을 이뤘으나 최근 홈 4경기에서 모두 매진에 실패한 것과 무관치 않다. 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러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최 전 감독이다.

박찬혁 대표이사는 최 감독에게만 책임을 씌우진 않았다. 26일 SSG 랜더스 경기가 끝난 뒤 최 전 감독과 손혁 단장이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박 대표이사도 자신의 뜻을 전했다.

지난 2월 류현진(오른쪽)의 계약을 마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박찬혁 전 대표이사.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 2월 류현진(오른쪽)의 계약을 마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박찬혁 전 대표이사.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박 대표이사는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3년 간 저희 선수단과 직원들 모두 어려운 시기에 혼신을 다해 노력해주었고 우여곡절 속에서도 각 단계별로 많은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올 시즌은 이 성장을 증명해 나가야하는 출발점으로써 중요한 시기"라며 "그러나 계획과 달리 시즌 초반 부진으로 기대하셨던 팬 분들께 죄송스럽고 우리 선수단과 임직원에게도 조직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에 반등 기회를 남겨둔 시점에 이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그간 선수단과 직원들이 하나하나 쌓아 올린 수많은 토대는 조만간 모두가 염원하는 지속적인 강팀으로 이어질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독창적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력을 보강하고 팬덤을 키워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입니다"라며 "부디 분위기 쇄신과 보다 유능한 조직 운영을 통해 반등하고 이글스의 길이 열리길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끝까지 남은 사업들에 책임을 질 생각이다. 그는 "신축구장, 파트너십, 브랜드 정비 등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사업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빠른 기간 내 후속 업무를 정리할 예정입니다"라며 "끝까지 믿고 지원해주신 한화그룹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 각 단계별로 함께 노력해주신 정민철 전 단장, 수베로 전 감독을 비롯하여 최원호 감독, 손혁 단장, 선수단 및 프런트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한화 관련 자리에서만 10년 이상을 보냈다. 구단에선 마케팅 팀에서도 일했고 대표이사 4년차로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지난 이글스와 함께한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시기였고, 맹목적인 사랑의 순간들이었다"며 "앞으로도 마음 깊이 이글스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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