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청부사+리더십' 김경문 돌아오나...한화 "후보 맞다, 결정 오래걸리지 않을 것"

안호근 기자  |  2024.05.31 15:42
국가대표와 두산, NC를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이 한화 새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대표와 두산, NC를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이 한화 새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일했던 1999년 우승 이후 프로야구 최약체 이미지가 굳어졌던 한화 이글스가 반등을 위해 불씨를 강하게 당기고 있다. 시즌 초반 감독이 물러났고 리빌딩 기조를 접고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 수 있는 명장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에 9전 전승 금메달을 신화를 이끈 김경문(66) 감독이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확인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31일 "후보 중 한 분인 건 맞다"고 인정했다.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에서 감독으로 896승 774패 30무를 기록한 명장이다.


2021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하며 리빌딩을 선언했던 한화다. 3년차이던 지난해 초반 부진이 길어지자 한화는 수베로를 경질하고 퓨처스 사령탑 최원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리빌딩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문동주라는 신인왕을 배출했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노시환은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하며 국가대표 투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문현빈도 주전급 선수로 떠올랐고 2년 연속 전체 1순위 김서현과 황준서도 품에 안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데려왔고 2차 드래프트에서외야수 김강민,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포수 이재원까지 영입하며 전력 보강과 함께 약점이었던 경험의 부족까지 메웠다.

정경배 감독 대행(왼쪽)과 박승민 투수코치가 경기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경배 감독 대행(왼쪽)과 박승민 투수코치가 경기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왕년의 소년가장' 류현진도 돌아왔다. 11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78승을 거둔 류현진은 빅리그 구단들의 제안도 뿌리치고 건강할 때 친정팀에 복귀하길 희망했다. 한화는 8년 170억원이라는 KBO 역대 최고 대우로 '왕의 귀환'을 알렸다.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고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연일 만원사례를 이뤘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달리며 무려 10년 만에 단독 선두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4월 연패가 이어지며 팬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최원호 감독도 부담을 느끼고 이때부터 사퇴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최하위로 추락하자 결국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했고 결국 26일 감독에 이어 박찬혁 대표이사까지 책임을 통감하고 함께 물러났다. 현재는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한화는 지난 29일 박종태 아쿠아플라넷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고 이날 오전 구단 사무실에서 취임식을 치렀다.

박 대표는 취임사에서 "지난 3년 6개월 동안 한화이글스의 도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주신 박찬혁 대표, 손혁 단장을 비롯한 우리 임직원, 선수단 모든 분들의 노력과 헌신과 희생에 감사드린다"고 취임 소감을 밝히며 "구단주이신 회장님을 비롯해 우리 이글스를 사랑하시는 팬들과 한화이글스 모든 구성원들은 한화이글스와 더불어 행복하길 희망한다. 그 행복의 길은 360도 여러 방향이 있겠지만 우리는 승리의 길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준비한 모든 것을 토대로 우리는 승리의 길을 갈 것이고, 그 승리의 자양분으로 한화이글스는 높이, 멀리, 오래 비상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가 쌓은 토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저와 더불어 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종태 한화 이글스 신임 대표이사가 31일 취임식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박종태 한화 이글스 신임 대표이사가 31일 취임식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당초 취임식은 다음주 중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새로 감독을 앉혀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새 대표이사가 취임한 만큼 감독 선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경문 감독의 선임을 장담할 수는 없다. 구단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계약이 마무리 돼야만 얘기를 할 수가 있다. 아직까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당장 오늘, 내일 발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는 긴 암흑기 동안 다양한 감독을 거쳤다.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과 준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을 비롯해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10회를 이끈 명장 김응용 감독, '야신' 김성근 감독도 한화 지휘봉을 잡았지만 명성에 비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하고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과 달리 김응용,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선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김응용 감독은 KBO 역대 감독 중 최다승(1554승), 김성근 감독은 2위(1388승)에 올라 있다. 김인식 감독은 3위(978승). 전설적인 명장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던 게 한화였다.

한용덕 감독이 2018년 11년 만에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끌었지만 이후 수베로-최원호 감독 시절 한화는 꼴찌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이 아닌 프로 무대에서도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우승엔 번번이 실패했지만 두산과 NC 다이노스를 이끌며 14시즌 중 단 4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을야구에 나섰다. 시즌 도중 사퇴한 2011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가을야구 실패는 단 두 차례뿐이다. 공교롭게도 김경문 감독이 복귀한다면 현역 감독 중엔 최다승 기록의 보유자로서 계약 기간 내엔 김인식 감독의 기록 경신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한화에서의 김인식 감독의 임팩트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화는 당장 우승을 노리는 팀이 아니다. 선수단과 팬들 모두 가을야구에 나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한화의 지휘봉을 잡게 될까. 한화에서도 '가을야구 청부사'로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김인식 감독(왼쪽)과 김경문 감독. /사진=뉴스1 김인식 감독(왼쪽)과 김경문 감독.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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