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홈구장 수입 1200억→1800억 폭발적 증가, 대변신 '성공'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4.05.24 08:56
EPL 토트넘의 홈구장 홋스퍼 스타디움 전경. /AFPBBNews=뉴스1 EPL 토트넘의 홈구장 홋스퍼 스타디움 전경. /AFPBBNews=뉴스1
유럽 축구 산업을 지탱하는 재원은 주로 중계권료에서 나온다. 유럽의 빅 클럽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가운데 45% 정도가 중계권료이다. 나머지는 스폰서십과 경기장 입장료 수입에서 발생한다. 평균적으로 스폰서십은 전체 클럽 수입 가운데 35% 수준이며 나머지 15% 정도가 입장료에서 나온다.


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계권료는 리그 차원의 계약에 의해 각 클럽에 분배되는 형태다. 물론 인기가 높고 성적도 좋은 빅 클럽의 경우 중계권료 분배액이 중소 클럽에 비해 매우 큰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해당 리그의 지명도가 중계권료 수입을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유럽 축구 빅 클럽들은 최근 수입 가운데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큰 경기장 입장료 수입 확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팬층이 두터운 빅 클럽들은 구장 관중석을 늘리고 팬들에 대한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노력을 통해 경기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 방식으로 가장 큰 재미를 본 구단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기존 3만 6000명 수용 규모의 홈구장을 2019년 4월 6만 2000명 수준으로 확장해 개장했다. 회계연도 기준으로 2018년 8500만 유로(약 1257억 원)였던 토트넘의 경기장 입장 수입은 2023년에는 1억 2500만 유로(약 1849억 원)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최고급 요리를 맛볼 수 있는 VIP 관중을 위한 공간 'H 클럽'에서 발생한 수입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2022년 10월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NFL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2022년 10월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NFL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축구와 무관한 경기장 수입도 늘어났다. 토트넘 구장에서는 2023년 미국 팝 스타 비욘세의 공연이 5일 동안 펼쳐졌고 두 차례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경기도 열었다. 유럽 프로축구 클럽이 기껏해야 한 시즌에 축구 경기를 채 30차례도 열지 못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이벤트 개최는 경기장 수입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었다. 축구 이외의 각종 이벤트가 열리다 보니 구장 광고 수입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새로운 토트넘 구장이 생긴 이래 광고 수입은 약 2배 가까이 확대됐다.

2023~2024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안착해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경기장에 큰 변화를 줬다. 레알 마드리드는 악천후에도 관중들이 경기나 콘서트 관람을 쾌적한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개폐식 지붕을 홈구장에 장착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는 향후 홈구장에서 수익성 높은 스타들의 콘서트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 실제로 오는 30일과 31일(한국시긴)에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AFPBBNews=뉴스1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AFPBBNews=뉴스1
레알 마드리드는 이와 같은 대형 공연이나 이벤트를 홈구장에서 개최할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잔디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공연이 펼쳐지기 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의 그라운드 잔디는 자동 시스템에 의해 6개 조각으로 나뉘어 지하 보관 시설로 옮겨진다. 이 곳에서는 빛, 온도, 습도 등을 잔디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만들어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클럽 박물관도 새롭게 확장했다. 이를 통해 연간 200만 명이 박물관에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관객 유치 목표가 달성된다면 클럽은 박물관 입장과 기념품 판매 수입으로 5000만 유로(약 74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액수는 프리메라리가 중하위권 클럽의 한 시즌 중계권료 수입과 비슷한 수준이다.

EPL 역사상 최초로 리그 4연패를 달성한 맨체스터시티(맨시티)도 경기장 수입 확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맨시티는 현재 5만 3400명 수용 규모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7000개의 좌석을 새롭게 설치할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여기에다 경기장 주변에 호텔과 클럽 박물관을 신축하고 대형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는 2만 3500명 수용 규모의 '코오프 라이브 아레나'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맨체스터 시티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EPL 경기가 열리고 있는 에티하드 스타디움.   /AFPBBNews=뉴스1 맨체스터 시티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EPL 경기가 열리고 있는 에티하드 스타디움. /AFPBBNews=뉴스1
맨시티 클럽을 소유하고 있는 시티풋볼그룹(CFG)의 CEO 로엘 드 브리스는 올해 초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 축구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클럽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경기장 수입 확대가 절실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유럽 축구 빅 클럽들의 경기장 수입 확대 전략은 사실 미국 프로스포츠 클럽들의 경기장 비즈니스 방식에서 비롯됐다. 미국 프로스포츠 클럽은 오래 전부터 경기 당일 발생하는 수입 증대는 물론이고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날에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 왔다.

고작 1년에 25~30일 정도만 축구장으로 활용되는 경기장을 엔터테인먼트와 상업시설 복합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유럽 축구 빅 클럽들의 경쟁은 향후 유럽 축구의 산업 지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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