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쥐락펴락 '유대인 구단주' 파워... 최근 10년간 무려 8번 우승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4.05.29 15:25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조 레이콥(오른쪽) 구단주와 스티브 커 감독.  /AFPBBNews=뉴스1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조 레이콥(오른쪽) 구단주와 스티브 커 감독. /AFPBBNews=뉴스1
미국 프로농구(NBA)의 주요 스타들은 예나 지금이나 흑인 선수들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 내 NBA 팬층도 다른 미국 주요 프로스포츠 리그에 비해 흑인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NBA 구단주들 중에는 유대인의 비율이 높다. 2023~2024 시즌을 기준으로 NBA 30개 팀 가운데 16개 팀의 구단주는 유대인이다. 이 중에는 1990년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61)과 함께 시카고 불스 시대를 이끈 구단주 제리 라인스도프(88)와 스테픈 커리(36)를 앞세워 21세기 최고의 NBA 팀으로 평가받았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구단주 조 레이콥(68)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봄에도 유대인 구단주들의 파워는 NBA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2023~2024 NBA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16개 팀 가운데 10개 팀의 구단주가 유대인이다.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서 29일(한국시간) 4차전까지 3승(1패)을 기록하며 NBA 파이널 진출에 1승만을 남기고 있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도 유대인이다. 동부 콘퍼런스에서 우승해 NBA 파이널에 오른 보스턴 셀틱스는 엄밀히 말해 유대인 구단주가 이끄는 팀은 아니지만 구단 운영에 지분 참여하고 있는 파트 오너 중에는 유대인이 포함돼 있다.


댈러스 메버릭스의 루카 돈치치(왼쪽)와 P.J.워싱턴이 지난 27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서부콘퍼런스 결승 3차전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댈러스 메버릭스의 루카 돈치치(왼쪽)와 P.J.워싱턴이 지난 27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서부콘퍼런스 결승 3차전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최근 10년간 NBA 우승 팀을 살펴봐도 유대인 구단주가 이끄는 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무려 8번이나 유대인 구단주가 투자한 팀이 챔피언에 올랐다(팀 수는 총 7개 중 5개). 같은 시기 NBA 준우승 팀까지 고려하면 유대인 구단주가 이끄는 팀의 비율은 더 높아진다. 10차례 NBA 파이널 진출팀 가운데 85%(17/20)에 달한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인구(약 3억 3000만 명) 중 유대인 비율이 2.4%(약 76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NBA의 유대인 구단주 비율과 팀 성적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성과는 놀랍다. 더욱이 NBA의 유대인 구단주 비율은 MLB(미국프로야구)나 NFL(미국프로풋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근본적으로 유대인의 농구 사랑에서 찾아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이 펼쳐지기 전에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스포츠는 야구였다. MLB는 기독교를 믿는 프로테스탄트 상공업자들이 주도했다. 1920~30년대에 유대인 선수들이 MLB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프로야구 구단을 이끌고 있는 수뇌부들은 유대인들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대인 기업가가 MLB에 투자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으며 유대인 야구 지도자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농구는 달랐다. 상대적으로 프로화가 늦게 진행된 농구는 민족이나 인종적 편견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자연스레 농구는 유대인들이 미국 주류 사회에 합류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플랫폼이었다. NBA의 전신인 BAA(아메리카농구협회)의 명문팀으로 불리는 필라델피아 워리어스에서 코치와 단장을 역임했던 에디 고틀립(1898~1979)은 우크라이나계 유대인으로 미국에서 유대인 농구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고틀립과 함께 초대 NBA 회장을 역임한 모리스 포돌로프(1890~1985)와 신기의 농구 쇼를 선보였던 할렘 글로브트로터스 농구단의 구단주 에이브 세이퍼스타인(1902~1966)도 유대인들 사이에서 농구 대중화를 이끌었다.

유대인들은 NBA에서 슈퍼 스타급으로 불릴만한 선수는 별로 없었지만 농구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1950~60년대 보스턴 셀틱스를 9차례나 NBA 정상에 올려 놓은 레드 아워백 감독(1917~2006)이 대표적이었다.

아담 실버 NBA 총재. /AFPBBNews=뉴스1 아담 실버 NBA 총재. /AFPBBNews=뉴스1
이뿐만이 아니었다. 1990년대 NBA를 단순히 미국의 농구 리그가 아니라 글로벌 농구 리그로 변신시킨 데이빗 스턴 전 NBA 총재(1942~2020)와 미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NBA가 최초로 유니폼 스폰서십 시대를 여는 데 공헌한 현 NBA 총재 아담 실버(62)도 모두 유대인이다. 심지어 NBA 최고의 에이전트였으며 현재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안 텔렘(70)도 유대인이다.

최근 NBA 구단주 가운데 유대인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월 스트리트 금융투자업계나 실리콘 밸리 IT 업계 인사들이 NBA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5명이 한 팀을 이뤄 펼치는 농구는 미국의 다른 프로 스포츠와 달리 몇 명의 스타급 선수 영입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농구가 투자 대비 성과를 가장 빠르게 낼 수 있는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NBA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나 IT 업계는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큰 분야라는 점과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이 농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NBA의 높은 유대인 구단주 비율을 이해할 수 있다. IT 업계 출신의 대표적인 NBA 구단주는 LA 클리퍼스의 스티브 발머(68)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이사로 재직했다. 유대인 NBA 구단주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출신 인사는 매우 많은 편으로 골든스테이트의 레이콥이 대표적이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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