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논란' KBO 통합 마케팅, '1000만 관중 눈앞' 지금이 기회다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2024.06.10 16:03
KBO 10개 구단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G-KT-SSG-NC-두산-키움-한화-삼성-롯데-KIA. /사진=각 구단 홈페이지 캡처 KBO 10개 구단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G-KT-SSG-NC-두산-키움-한화-삼성-롯데-KIA. /사진=각 구단 홈페이지 캡처
1) 2018년 1월 3일 정운찬 제22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임기 3년 동안의 기본 로드맵을 제시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에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처럼 KBO 또한 KBO.com을 만들어 통합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2) 2020년 9월 21~22일 KBO 사무국과 프로야구 10개 구단 마케팅 담당자들이 통합 마케팅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1박 2일 일정의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KBO 사무국은 구단별로 독자 진행하는 홈페이지 운영, 티켓 예매, 상품 판매 등 세 항목을 하나의 창구로 일원화한 뒤 2021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2년 통합을 제안했다.

3) 2021년 7월 6일 KBO는 제7차 이사회를 통해 통합 마케팅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관련 사업 영역을 크게 커머스(티켓, MD), 마케팅(CRM, 멤버십), 콘텐츠(중계, VOD, 기록 등)로 나누어 단계별로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KBO의 통합 마케팅 사업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사실 KBO 통합 마케팅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는 사상 처음으로 구단주(두산 베어스 박용오) 총재가 KBO 수장을 맡으면서 KBO의 리더십이 여느 해보다 적극적으로 발휘되던 시기였다. 2002년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가 만들어져 구단들의 상품화 사업을 통합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구단들이 독자적으로 상품화 사업을 진행하던 때와 비교해 상품의 퀄리티도 나아지지 않았고 구단 수익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다시 이전처럼 구단들이 상품화 사업을 개별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내 모습.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내 모습. /사진=뉴스1
이후에도 KBO의 통합 마케팅 시도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졌다. 2010년대 초반 KBO는 통합 홈페이지 사업을 추진했는데 전 구단이 참여하는 '대통합'이 어렵다면 일부 구단만의 '소통합'을 1차적으로 진행하자는 것이 골자였고 여기에 동참하려는 구단들이 절반을 넘었다. 필자는 당시 구단의 홍보팀장이었는데 실행 단계에서 보직이 변경됐다. 그리고 아쉽게도 통합 홈페이지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필자가 경험한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22년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통합 사업이었다. 이 사업이 성사될 경우, 구단으로서는 개별적으로 업체와 계약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해지는 장점도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 트래킹 데이터의 상당 부분을 공개함으로써 야구 팬들의 데이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댜는 기대가 컸다. 당시 거의 모든 구단들이 A사의 트래킹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메이저리그가 B사의 트래킹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는 B사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구단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한 구단이 B사와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통합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당초 분위기처럼 나머지 구단들도 B사를 선택하면 10개 구단 모두가 참여하는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이고 B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9개 구단만의 '일부 통합'으로 출발해야 됐다.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는 A사가 B사를 압도하면서 9개 구단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A사가 KBO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통합 사업의 우선사업자로 선정돼 '소통합'이라도 실현되는 듯했다. 그러나 KBO와 A사가 우선협상 기간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서 '소통합'마저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통합 홈페이지 사례와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통합 사례는 그나마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로서 통합의 가능성이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KBO 홈페이지. KBO 홈페이지.


MLB 홈페이지.  MLB 홈페이지.
그렇다면 KBO의 통합 마케팅 사업은 왜 지지부진한 것일까.

우선 10개 구단이 '10인 10색'이다 보니 이해관계를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운영, 홍보, 마케팅과 관련해 KBO와 구단 담당자들의 회의에 참석했을 때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한 것은 마케팅 회의였다. 운영팀은 경기 승패에, 홍보팀은 기사에, 마케팅팀은 돈에 민감하다. 경기 승패는 선수단의 역할이 크다 보니 구단 프런트(운영팀) 간에 직접적인 갈등은 적은 편이고, 구단 간에 기사로 인한 갈등은 그리 흔치는 않다. 그러나 돈이 걸린 마케팅은 제도나 규정이 바뀔 때마다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10인 10색이 가장 두드러지는 게 마케팅 부문인데 그러다 보니 합의가 어렵다. 그나마 운영팀 소관인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통합이나 홍보팀 소관인 통합 홈페이지는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이 역시 전 구단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KBO와 구단 간에 통합 마케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 구단 입장에서는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즉 수익이 크게 늘어난다면 KBO의 통합 마케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구단들은 통합의 효과에 대해 시큰둥하다. 필자가 구단 입장에서 KBO의 제안을 접하다 보면 구단 현실과 동떨어지고 계획이 막연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통합 마케팅의 대명제만 있지, 그 안의 디테일이 부족하다 보니 구단들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고 매번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일이든 방법이 잘못되면 성공을 못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 가지의 변화를 추천한다. 먼저 KBO가 구단을 고객이라고 생각하면서 구단을 설득하고 외부 컨설팅 업체의 제안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KBO와 구단 관계자가 함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통합 마케팅 사업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KBO 통합 마케팅의 엔드 픽처(end picture)를 구단들의 수익 개선이 아닌 KBO 사무국의 자립에 두는 방법이다.

현재 KBO 사무국은 매년 구단(이사회)들로부터 예산을 승인받고 사업을 집행한다. 구단도 모기업으로부터 자생력 강화를 압박받는 상황에서 KBO가 예산이 새롭게 발생하는 신사업을 추진하기에는 구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MLB 사무국처럼 조직의 독립성을 갖는 차원에서 KBO 사무국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해 본다.

허구연 KBO 총재. /사진=OSEN 허구연 KBO 총재. /사진=OSEN
물론 이 역시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제안서만 그럴 듯하게 만들어서는 회원사인 구단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KBO리그를 혁신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KBO가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구단은 매년 팀 성적과 수익 개선에 매몰될 수밖에 없어 리그의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실행하기 어렵다. 이 역할은 KBO의 몫이다.

KBO리그에서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의 대표격은 단연 중계권이다. 특히 올해 TV와 유무선 중계를 합친 연간 프로야구 중계권료가 990억 원에 달하면서 통합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KBO리그는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경신이 확실시되고 있다. 시즌 320경기를 치른 10일 현재 누적 관중은 467만 9967명(경기당 1만 4625명)으로 산술적으로 최종 1052만 9926명(720경기)이 예상된다. 1000만 관중 시대도 더 이상 허황된 꿈이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르네상스가 다가온 것인데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또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 지금의 기회를 발판삼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퀀텀 점프'이자 블루 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KBO와 구단들이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통합 마케팅을 바라보길 기대한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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