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제훈의 질주, 구교환의 추격..탈북 그 이상의 '탈주'

영화 '탈주' 리뷰

김나연 기자  |  2024.06.23 10:00
사진='탈주' 스틸컷 사진='탈주' 스틸컷
한 곳을 바라보고 질주하는 이제훈과 집요하게 추격하는 구교환. 탈북을 위한 단순한 추격전처럼 보이지만, '탈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념과 체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내일'에 대한 갈망이며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 위한 처절함이다. 탈북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 '탈주'다.


'규남'(이제훈 분)은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말년 중사다.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인건만, 제대해 봐야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스스로 정할 수 없는 삶이다. 그는 이러한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철책 너머로 탈주를 준비한다.

그러나,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병사 '동혁'(홍사빈 분)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이에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 분)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주병이 아닌, 노력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실적을 올리려고 한다.


'규남'은 '현상'을 만난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고, 오랫동안 계획했던 탈주를 목숨 걸고 실행에 옮긴다. "실패할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 볼 자유가 있는 곳"으로의 탈출을 감행하자 '현상'은 물러설 수 없는 추격을 시작한다.

사진='탈주' 스틸컷 사진='탈주' 스틸컷
'탈주'에서는 인물에 대한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북한을 배경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이의 욕망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운명을 벗어나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망에 '규남'은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도 멈추지 않는다. 그는 포기를 밟고, 오로지 직진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내달린다.


'규남'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현상'인데, '현상'조차 이 영화에서 단순히 주인공의 앞을 막는 장애물이자 악인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규남'에게 탐험가 '아문센'의 책을 선물해준 '현상'은 '규남'이 탈주를 꿈꾸게 되는 시작이자 끝이다. 무자비한 추격자의 모습을 하면서도, 자신은 포기한 꿈을 위해 질주하는 '규남'을 보는 '현상'의 복잡한 눈빛에 관객들은 충분히 녹아들어 공감할 만하다. 여기에 '현상'의 과거를 추측하게 하는 선우민(송강 분)이 짧은 등장에도 큰 역할을 차지한다. '현상'의 존재가 '탈주'의 메시지를 완성하는 셈이다.

이제훈과 구교환의 숨 막히는 열연 덕분에 '탈주'가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와닿는다. 장애물을 넘어 질주하는 과정에서 이제훈은 쉴 새 없이 달린다. 지뢰밭을 넘고, 늪을 지나는 필사의 탈주는 이제훈의 몸을 아끼지 않은 혼신의 열연과 그의 생생하고도 단단한 표정으로 완성됐다. 첫 등장부터 강렬한 구교환은 거칠고도 다정하고, 잔혹하고도 유약한 특유의 양면적인 매력을 뽐내며 극을 가득 채운다. 그간 많은 작품에서 새로운 매력과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준 이제훈과 구교환은 '탈주'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진가를 발휘한다.

주인공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지만, 또 다른 곳으로의 '탈주'와 내일을 꿈꾸는 열망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터. 모두가 무모하다고 할지라도, 실패라도 꿈꾸며 내딛는 한 발 한 발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94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도 '탈주'의 긴박감을 더해준다. 오는 7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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