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40. '불안'이라는 이름의 방황

채준 기자  |  2024.07.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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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에 찬 어투 안에는 불안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자기 삶에, 시간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불확실한 어투로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을 받아서 기쁘시지요?'라고 물어보면 '기쁜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자기의 감정을 말하는데 기쁘면 그대로 기쁘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기뻐요.'가 아니라 '기쁜 것 같아요.'로 말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데 확신이 서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겸손하게 보이기 위해서일까? 작품을 발표할 때도 본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표현된 것인지 과연 사람들이 공감을 해줄지 몰라서 불안해 할 수 있다.

불안은 두려움과 짝이다. 불안 또는 '불안감'이란 특정한 대상이 없이 막연히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 안도감이나 확신이 상실된 심리 상태라고 사전에서는 말하고 있다. 또한 두려움은 나를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내가 상상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 때가 많다. 사실 나는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다. 매일 세상은 두렵고 불안하다. 내가 하려는 일이 '과연 괜찮을까? 결과가 나쁘면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하며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이 불안함이 무심하게 지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간이 멈추어 있을 때가 꽤나 많았다. 그래서도 사람들은 목적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목적이 있는 삶, 목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불안과 두려움에서 탈출할 수 있다. 목적에만 집중하고 전념하는 동안 불안하고 두려운 생각을 잊어버릴 수 있다.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나의 목적을 세우면 좋겠다. 그 목적은 매일 많은 일들이 생기는 삶 중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목적을 세우면 그것에 집중해서 잔가지들을 쳐내고 하려고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가 쓴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대문호인 톨스토이도 이렇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불안해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며 위안을 받는다. 과연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자녀들을 위해서 사는 것일까? 요즘 너튜브를 보면 어떤 신부님이 노년의 삶에 대해서 강의를 흥미롭게 하고 있다. 거기에서는 '자식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겨라! 자식은 자식이고 나는 나다! 자식에 기댈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잘 살도록 해라!'라고 강의하고 있다. 많은 노년의 청자들이 그 강의를 보면서 아주 즐거워하고 있다. 그러나 더러는 즐길 수만은 없는 형편이 어려운 경우도 많을 것이다. 자식을 나의 전부로 생각하며 모든 생을 다 바쳐서 살아온 인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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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자신의 노후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경우가 허다할 테니 말이다. 과연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까?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고 괴테가 60년을 쓴 파우스트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노력이 있는 한 방황한다.'로 번역되었던 것을 이렇게 '노력이 있는 한'을 '지향이 있는 한'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괴테학자인 전영애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노력이라고 하든, 지향이라고 하든 인간은 방황한다는 말로 귀결이 된다. 방황하는 게 인간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로뎅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에 공감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무엇인가를 지향한다.'는 것은 목적을 가진다는 뜻이고 하다. 목적을 가졌을 때 내가 터득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부딪쳐 보라는 것이다. 어찌 해결할 것인지 부딪쳐서 생각해 보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딪쳐 보지도 않고 걱정만 하기도 한다. 더러는 결정을 못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오늘을 부딪치며 살아봐야 결론이 내려질 것이다. '종이 위에 쓰면 이루어진다'고도 어떤 이는 말했다. 종이 위에 자신의 목표, 지향점을 쓰면서 나쁜 일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성경을 읽으며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너무 두려워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들킨 것 같았다.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니 두려워서 불안해서 위축된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세어본 것은 아니지만 '두려워 하지 말라'는 말이 365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하나님은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두려워하지 말고 부르짖으라!"라고 하신다. "'찾으라, 두드리라.'고 하셨지!"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위안을 받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에서도 성공을 원한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성공하지 못할까 걱정하기 보다는 부딪쳐 보라는 말이다. 깨지고 싶지 않지만 깨져야 또 다른 세계를 알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라고 알랭 드 보통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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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래서 불안 대신 확신을 붙잡기로 했다. '정면으로 부딪쳐 보자'는 것이다. 내가 극도의 불안에 떨었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읽었던 『데미안』의 한 구절이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이다. 많은 이들이 인용하는 구절이어서 그 시절 나도 유행병처럼 붙잡았던 구절이다. 그러나 그 시절에 나는 그 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지금도 다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구절처럼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확신하면서 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 한다. "짓던 집은, 무슨 집이든 마저 지어야지요."라고 지금도 '괴테의 정원집 짓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친구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불안을 깨뜨리면서 오지 않았나?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닌 온리 원(Only One)이 돼라"라고 이어령 선생님은 생전에 많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나의 세계에서 온리 원Only One으로 또 방황하고 있다.

- 서승옥행정사법인 CST 부설 ICST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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