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가 맛 칼럼 '음식지도 강원의 맛'을 김민희 요리연구가와 함께 진행한다. 김민희 연구가는 아리부엌양조 대표이자 정선맛연구회 회장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 간단하지만 소중한 아침 한 끼, 옥수수풀어죽 "
아침 공기가 제법 차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조금 추워지니 그새 여름이 그리워진다.
간단한 아침식사 대용으로 무얼 해먹을까 고민하며 냉동고 문을 열었다가 반가운'여름'을 만났다. 옥수수다! 냉동된 옥수수에서는 여전히 여름의 기운이 느껴진다. 기분 좋아지는 식재료를 찾았으니 이에 걸맞은 요리를 해보자.
스프나 죽처럼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면 좋겠는데, 옥수수풀어죽이 제격이다. 요리프로그램에서는 옥수수채소죽으로 주로 소개되는데, 강원도에서 부르는 대로 옥수수풀어죽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더 정감 있고 입맛을 돋운다.
사실 옥수수는 우리 역사 속에서 가슴 아픈 음식 재료이다. 한국전쟁 이후 가난했던 시절 쌀을 대신한 음식이 옥수수죽이었다. 특히 산골짜기 마을에서는 1년 내내 옥수수를 보관해두고 겨울나기 음식으로 유용하게 활용했다. 그러다보니 옥수수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게 됐고, 그 중 하나로 옥수수풀어죽이 지금까지 대표적인 산촌음식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개념 정의를 하고 가면 좋겠다. 흔히들 시골음식을 일러 산촌음식, 토속음식, 향토음식 등으로 부른다. 좀 더 정확하게는 산촌음식은 살아온 역사 속에서 생성된 것(옥수수풀어죽), 토속음식은 자연환경 속에서 얻어진 것(곤드레나물밥), 향토음식은 지역 특색을 살려 개발한 것(전주비빔밥)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지금은 크게 개의치 않고 이들 용어를 섞어 쓰고 있고, 또 그렇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하지만 음식을 공부하고 계승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음식에 대한 명확한 분류와 각각의 스토리텔링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왜냐하면 우리 음식이 갖고 있는 고유의 가치가 무형의 유산으로써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후대에까지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산촌음식 옥수수풀어죽은 옥수수를 갈아 물에 풀어 끓이다가 채소류를 식성에 맞춰 넣고 끓여주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지만 오늘 아침 식탁에서 우리만의 역사와 교감을 이루는 소중한 한 끼로 기억되길 바란다.
◈ 옥수수풀어죽 레시피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재료>
옥수수 1kg, 애호박 3/4개, 풋고추 7개(식성에 맞는 채소류로 대체 가능), 물 적당량, 국간장 1큰술
<만들기>
1. 옥수수는 알알이 따서 분쇄기에 진득하게 될 때까지 간다.
2. 솥이나 냄비에 물을 넣고 팔팔 끓을 때 갈아둔 옥수수를 숟가락으로 떠서 넣는다.
3. 애호박과 풋고추 등 채소류를 채 썰어 넣는다.
4.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마무리하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