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05. LCC '저가항공사' 아니다 ②

채준 기자  |  2023.02.01 10:32
/사진제공= tway /사진제공= tway


K-LCC업계에서 자신들을 '저가항공사'로 해석하여 부르는 것을 꽤 강한 어조로 거부하면서 실용성과 지역색 등 차별화된 정체성을 부각하는 별도의 슬로건 경쟁에 나선 것은 '저가'를 벗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컸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외에 2009년 1월7일 취항한 이스타항공 역시 "'저가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는 개념이 다르다. 저비용항공사는 무슨 싸구려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거품을 빼는 경영전략을 갖춘 항공사를 말한다. 우리 항공사를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 달라. 우린 제4의 저가항공사가 아니다. 거품을 뺀 제1의 국민항공사다"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이에 '짜릿한 가격으로 추억을 파는 국민항공사'란 슬로건을 줄곧 사용했다. 줄여 말하면 '국민항공사'다. 이스타항공은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온 국민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국민항공사'가 목표"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2016년경 '지역항공사'로의 변신을 꾀했다. 거점은 대구·경북 지역이었다. 티웨이항공의 지역항공사 변신은 최대주주인 오너일가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였다. 대구는 티웨이항공 최대주주인 나춘호 예림당 회장의 고향이다. 티웨이항공과 대구의 남다른 인연은 2014년 티웨이항공이 대구공항에서 대구~제주 노선을 취항하며 본격화됐다.

당시 신규 노선과 추가 도입 항공기 대부분을 대구에 투입했다. 2015년엔 국적항공사 최초로 대구 거주자를 대상으로 객실승무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당시 대구공항 전체 23개 국제노선 중 16개 노선을 운항해 국제선 노선점유율 69.5%, 국제 여객의 절반이 넘는 52%를 수송했다. 티웨이항공의 활발한 대구노선 개척으로 대구공항 이용객은 매년 증가해 2019년에는 연간 이용객 467만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급기야 티웨이항공이 현재의 서울 강서구 본사를 대구로 이전한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는 2022년 7월5일 대구공항 계류장에서 티웨이항공 본사의 대구 이전, 지역 거점 항공사 육성,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성공적인 건설과 지역 경제·산업 활성화 기여에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본사 '주소지'를 대구로 옮길지, 아니면 더 나아가 회사를 통째로 대구로 옮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한다. 거점항공사와 지역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 선택하는 미래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또한 K-LCC들과 전국 지자체들 간의 본사 유치는 K-LCC 역사에서 늘 있어왔지만 늘 동상이몽으로 끝나곤 했다.

/사진제공=t-way /사진제공=t-way


K-LCC업계의 이 같은 '저가항공사가 아니다'는 기피현상은 K-LCC에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특히 독립형 LCC 지원자들이 면접시나 자기소개서에서 '저가항공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이 지원자는 탈락될 확률이 매우 높다. K-LCC업계의 고위 인사책임자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공통적으로 "항공사 직원을 뽑는 게 아니라 우리회사 직원을 뽑는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항공사 직원'이란 기존항공사와 LCC를 가리지 않고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을 말하고, '우리회사 직원'이란 K-LCC 입사를 희망하고 미리미리 LCC에 대한 업의 개념을 파악한 상태에서 LCC 비즈니스 모델까지 이해하고 있는 지원자를 말한다.

왜냐하면 LCC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항공사든 K-LCC든 가리지 않고 그저 항공사 취업을 원하는 지원자를 채용할 경우 조기퇴사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 두 부류를 가려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저가항공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사태가 이런 데도 많은 지원자가 저가항공사라는 귀에 익은 명칭을 꽤 오랜 기간 사용했다.

이 같은 현상은 K-LCC 지원자 가운데 상당수가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다녔거나 항공관련 취업학원에서 공부한 데 따른 것이었다. 우리나라 많은 대학의 항공관련학과 교수들이 LCC의 우리말 해석에 대해 특별한 고민 없이 그저 편하게 '저가항공사'라는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해왔고, 학생들은 귀에 익은 용어를 쓴 것뿐인데 해당 K-LCC에서는 우리회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안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회사에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우리회사를 비하한다고 오해하며 심지어 불쾌하게 생각했다.

-양성진 항공산업평론가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