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7. 품격있는 섬 관광 정책사업을 바라며

채준 기자  |  2023.02.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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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도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섬 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문화관광부가 '가고싶은섬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추진해 보고자 했던 섬 관광 활성화 정책사업이 예산을 확보하고 현재 사업대상 섬을 선정하고 있다고 하니 섬 관광의 중요성을 주장해 온 필자로서는 감개무량하다.

우리나라는 3,348개의 유·무인 섬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4대 섬 보유국가 중 하나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약 470개로 섬 면적은 전 국토 면적의 3.8% 정도 되나, 섬은 국토 영역의 한계선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고 주변 국가와의 영토 문제 등으로 인하여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섬에 살고 있는 인구는 점점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 등의 문제로 인하여 섬의 인구소멸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섬에 대한 관심은 정부 부처별로 그리고 각 지자체별로 계획과 사업을 추진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9년 섬의 날이 제정되고 2020년 12월 도서발전촉진법을 일부 개정하여 '도서'를 '섬'으로 바꾸는 등 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었다. 또한 섬을 종합적으로 조사·연구·정책을 진흥시키기 위하여 2021년부터 한국섬진흥원이 발족·운영되는 등 본격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섬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섬관련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한편으로 국민들의 섬 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도시권에서 가까운 지역의 섬들은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관광휴양의 대상지로 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현명한 공존을 위해서 관광 측면에서 어떻게 정책적 접근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관광을 고려하기 이전에 섬 정책에 고려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섬을 둘러싼 변화 중 기후위기로 인한 어업의 변화와 섬 생태환경의 변화, 섬 인구의 육지로의 이동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교육 및 보건 인프라 쇠퇴, 빈집 증가 등의 현 실태이다. 특히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섬 및 어촌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이슈다. 기온상승은 해수온도 상승으로, 이는 어업생산 여건 변화, 어족자원과 바다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는 곧 어촌생활상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정책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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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섬은 다른 지역보다도 더 빠르게 초고령화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섬에서 정주하거나 체류할 사람을 끌어들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동력화하여 생산방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섬의 새로운 전환을 위하여 문화예술, 관광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을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섬에 적용하여 섬이 변화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보고자 한다. 먼저 일본 나오시마 사례이다. 이 섬은 3,200여 명이 거주하는 섬이다. 1986년 베네세 그룹에 의하여 시작된 문화예술 섬 프로젝트는 황폐된 섬을 자연과 함께하는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12년간의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성공 이후 나오시마는 론리 플래닛이 선정한 세계 인기 여행지 10위에 올랐다. 이런 배경에서 수많은 소규모 예술제와 지역사회 프로젝트가 세토 내해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오시마와 세토 내해의 섬 사례를 통해 문화예술이 섬에 정체성을 부여해 나가고 섬 지역 발전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덴마크 중앙에 있는 삼소도의 사례이다. 이 섬은 약 4,200명이 거주하는 섬으로 노인인구가 섬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화 섬이었다. 삼소도는 바람을 이용하여 에너지 섬으로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1999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13%에 불과하였으나 2008년에는 풍력·태양열·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 섬 에너지 수요의 99.6%를 충당하였다고 한다.

에너지 절감, 환경 개선, 섬 주민들의 투자 소득 증대, 섬 내 고용창출, 관광 수입 증대 등의 효과를 창출하였다. 삼소도 개발은 중앙정부의 개발계획이 아니고, 저소득·저학력·고령의 농민들이 대부분인 섬 주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기반으로 추진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에는 휴양지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발리가 워케이션 적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과 바다 경관이 좋은 리조트는 물론 발리의 예술 정신 문화 중심지인 우부드(Ubud), 디지털 유목민을 겨냥하여 지은 리조트 등 다양한 형태의 워케이션 공간이 운영 중에 있다. 이와 같이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소 및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므로 우리의 섬도 워케이션의 개념을 활용한 방향 모색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섬 정책사업을 추진해 옴에 따라 청산도, 증도, 퍼플섬, 매물도, 욕지도, 금오도, 선유도, 대이작도 등 셀 수 없이 많은 섬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섬들이 이미 개발되어 있는데, 이번에 추진하는 섬 관광 활성화 정책사업은 과연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바는 앞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 나오시마와 삼소도와 같이 해당 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 있는 사업을 통하여 내국인은 물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도 반드시 한번은 가보고 싶은 품격있는 섬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섬만의 독특한 테마성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콘텐츠 프로그램과 매력성일 것이다. 정주여건에서부터 관광기반 및 서비스에까지 테마의 일관성을 가지고 해당 섬의 관광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섬이 지닌 입지 및 접근성 등의 한계로 시설만으로는 섬 관광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섬 관광 계획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섬 관광 활성화 사업에 참여 가능한 조직과 인력을 구성하여 혁신적인 융복합 정책, 지역 발전 및 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는 섬 관광 활성화 사업 추진 이후 운영·관리 등과 같은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전에 고려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섬 대상의 정책과 사업은 일반 육지부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먼저 '섬'이 공적 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섬에 사는 지역주민과 섬의 자연, 섬의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또한 항상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대부분 섬은 물과 전기의 부족, 접근성의 어려움이 항상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관광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곧 다가올 미래 시대에 섬에서의 최적의 삶의 형태는 무엇일까, 그리고 섬에서의 휴양이나 관광은 어떤 형태로 변화·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상상과 이를 현실에 옮기는 열정이다!.

-김향자 CST 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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