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11. 국내LCC-해외 LCC는 많이 다르다①

채준 기자  |  2023.03.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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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의 조상'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비즈니스 모델은 초기 우리나라 LCC들이 국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수정을 강요 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미국에서는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들을 모두 물리치고 탑승객 수 기준 미국 1위 항공사로 발돋움했지만 그 방식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운항했을 경우에는 실패가 자명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의 항공소비자와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가 항공운임에 대한 인식구조였다. 미국의 항공소비자들은 항공운임이 싸다면 그 어떤 불편도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당위성의 태도가 있었다. 예들 들어 도심에서 가까운 공항이 아닌 자동차로 1~2시간 더 가야 탈 수 있는 대체공항을 이용하는 것도 기꺼이 감수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은 도심에서 먼 공항을 이용하는 것을 꺼렸다. 운임은 개의치 않았다. 예를 들어 김포공항보다 청주공항에서 제주행 항공편을 이용하면 운임이 더 낮더라도 수도권 이용자들은 한사코 김포공항만을 이용하려 했다.

청주공항은 안중에도 없었다. 일부 지역 소비자들의 경우 교통혼잡도 등을 고려하면 김포공항과 청주공항 도착시간이 동일하거나 혹은 청주공항이 더 적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한사코 김포공항을 이용하려 했다. 수도권 항공소비자의 김포공항 이용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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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유럽 LCC들의 설립 초기 경쟁 상대는 기존항공사라기보다는 고속열차나 고속버스였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항공소비자에게 있어서 LCC는 고속열차나 고속버스를 대체하는 더 편리한 새로운 교통수단일 뿐이었다.

그런데 교통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LCC가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에게는 교통수단 이상의 감성이 존재했다. 즉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공항을 가야 하고, 카운터에서 짐을 맡기고 항공권을 받아야 하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공항에서 쇼핑을 하는 등의 시간을 보내고, 항공기에 탑승해서는 객실승무원의 환한 미소와 극진한 대접을 받아야 하고, 기내식이나 음료서비스를 맛보는 모든 과정 전체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일종의 문화체험이자 감성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기차나 버스를 타는 것과는 절대 바꿀 수 없는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이 같은 우리나라 항공소비자의 감성에 굴복한 국내 LCC들은 이후 김포공항 출발편과 청주공항 출발편의 항공운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제주항공이 취항 전이었던 2005년경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항공운임 책정에 따른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설문항목은 김포~제주 항공편에서 대한항공 대비 어느 수준의 항공운임을 책정하면 제주항공을 타겠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현재시점에서, 즉 LCC가 이미 자리잡은 시기에 동일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무조건 싼 항공운임에 대다수가 응답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당시 설문결과는 대단히 의외였다. 대한항공 대비 50% 이하의 운임을 받으면 제주항공을 안 탈 것이라는 응답률이 매우 높았다. 즉 기존항공사 대비 너무 많이 싸거나 반값 이하의 운임을 받으면 제주항공을 타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즉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항공운임이 너무 싸면 뭔가 불안하고 꺼림칙하게 생각했다. 우리나라 항공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운임수준은 놀랍게도 20~30% 할인된 가격이었다. 대한항공보다 20% 혹은 30% 정도 싸면 제주항공을 이용할 것 같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물론 20% 미만의 차이라면 그냥 대한항공을 이용하겠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의 뜻(?)에 따라 국내 LCC 대부분은 취항 초기에 기존항공사 대비 20~30% 할인된 수준을 정상운임으로 정했다.

-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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