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12.국내 LCC와 해외 LCC는 많이 다르다②

채준 기자  |  2023.03.22 13:45
제주항공에서 처음 도입했던 퍼보프롭  비행기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에서 처음 도입했던 퍼보프롭 비행기 /사진제공=제주항공


국내 LCC들은 취항 초기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의 뜻(?)에 따라 기존항공사 대비 20~30% 할인된 수준을 정상운임으로 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은 K-LCC 취항이후 5년여가 지나는 2000년대 후반까지도 LCC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FSC 방식을 원했다. 즉 기존항공사와 거의 동급의 고품격 서비스에 운임만 20~30% 싼 방식을 요구한 것이다.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LCC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지만 초기의 K-LCC들은 근거리 국제선에 취항한 직후 LCC에 대한 몰이해로 말미암아 뭔가 기내식류의 음식물을 탑재해야 했다. 아직 초창기였기에 기내식을 유료로 판매한다는 전형적인 LCC 방식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했다.

궁여지책으로 일본행 항공편에서는 삼각김밥 등 가벼운 요기거리가 준비되었지만 문제는 태국 방콕행 항공편이었다. 비행시간이 4~5시간씩 걸리는 노선인지라 기내식을 준비해야 했다. 초창기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은 LCC에 탑승하면서 기내식을 기대하고 승객 스스로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국내 LCC에서 준비를 해주지 않으면 승객들은 4~5시간 동안 굶어야 할 참이었다.

하지만 국내 LCC는 취항 초 방콕 노선 항공운임을 기존항공사 대비 절반까지 할인된 취항특가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따라서 저운임 정책에 따른 저비용 운송에 나서야 했다. 이에 따라 국내 LCC의 방콕 노선 기내식은 기존항공사의 기내식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즉 식사라기보다는 요기 수준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제주항공이 국내 LCC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선을 취항했을 당시 승객들은 방콕 노선에서 기내식이 부실하다고 불평과 항의를 일삼았고, 심지어 기내식을 항공기 복도 바닥에 내동댕이친 사례도 보고되었다.

미국의 항공소비자와 우리나라 항공소비자의 달라도 너무 다른 또다른 사례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승객들은 보잉사의 B737-800 기종 180여석짜리 항공기에 구겨넣듯 채곡채곡 태워져도 큰 불만이 없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피치(Seat Pitch)는 31~33인치로 알려져 있다. 피치는 항공기 기내의 앞뒤 좌석 간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피치가 클수록 좌석의 편안함을 좌우한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은 좌석 간격을 31~33인치 정도의 피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승객을 많이 태워 비용을 줄여야 하는 LCC들은 이 간격을 줄여 29~31인치 정도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B737-700 기종을 500대 가까이 보유하고 있으며, B737-800 기종도 200여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737-800 기종은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이 주력기종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항공기와 우리나라 LCC의 항공기 탑승 환경이 거의 비슷하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사우스웨스트항공 승객들은 피치 31인치짜리 항공기에 탑승하고, 좌석 구조는 복도를 중심으로 3ⅹ3 배열이어서 가운데나 창가에 앉은 소심한 성향의 승객은 비행내내 화장실 가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항공소비자들은 좌석 간격에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없다. 그 이유는 좌석 간격이 넓은 기존항공사보다 항공운임이 더 싸기 때문에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은 LCC 좌석 간격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게다가 사우스웨스트항공 항공권에는 좌석번호가 없다. 선착순 탑승이다.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여유 있게 라운지에 있거나 터미널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가 느긋하게 항공기에 탑승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 승객들은 공항에 더 일찍 도착해서 앉지도 못하고 긴 줄을 늘어서서 탑승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자칫 공항에 늦게 도착하거나 식사를 하느라고 줄을 늦게 서면 일행과 떨어져 앉거나 가운데자리에 나홀로 끼어 앉는 등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승객일행이 부부이거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일 경우에는 각각 떨어져 앉아 항공여행을 할 수 있으므로 더 서둘러서 공항에 도착한 후 줄을 서거나 아니면 추가운임을 내고 좌석번호를 받아야 했다.

-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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