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KIA 감독 솔직 고백 "KBO 환경 열악해 선수 불리... 감독은 책임 너무 많다" [단독인터뷰]

신화섭 기자  |  2022.03.21 11:03
맷 윌리엄스 샌디에이고 3루 코치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맷 윌리엄스 샌디에이고 3루 코치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맷 윌리엄스(57) 전 KIA 감독만큼 한국과 인연이 많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도 드물다.


그는 메이저리그 워싱턴 감독 지휘봉을 잡았던 2014년 기자와 인터뷰에서 "대학생이었던 1985년 일본을 거쳐 한국 대학팀과 경기를 하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며 첫 번째 한국 방문의 추억을 들려줬다.

메이저리그 선수 시절인 2001년에는 김병현(43·은퇴)과 함께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합작했다. 은퇴 후에는 애리조나 코치-워싱턴 감독-오클랜드 코치를 거쳐 KIA 감독으로 2020~2021 두 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활동했다.

지난 겨울 미국으로 돌아온 윌리엄스에게 다수의 빅리그 구단이 손을 내밀었지만 그의 선택은 김하성(27)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3루 코치였다.

스타뉴스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에서 윌리엄스 코치를 단독 인터뷰했다.

- 여러 팀의 코치 영입 제안 중 샌디에이고를 택한 이유는.

▶ 우선은 밥 멜빈(61) 샌디에이고 감독과 인연이 작용했다. 감독과 나는 과거 1980년대 한 팀에서 뛰었던 동료였다. 2001년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때는 나는 선수였고 멜빈 감독은 수석코치로 함께 우승했다. 아울러 그와 나는 오클랜드에서도 감독과 코치로 함께한 경험이 있다.

또다른 이유로는 샌디에이고의 빼어난 선수층이 나에게 그들과 함께 좋은 성적과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게 해줬다. 이런 점들이 내가 다수의 영입 제안을 받은 뒤 샌디에이고를 택한 이유다.

- KBO리그 KIA 감독을 지냈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가장 큰 문화충격을 꼽는다면.

▶ 먼저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정말 즐겁게, 그리고 미국과 다른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한국의 문화도 그랬다. 내 삶에 있어 정말로 소중한 시간이었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제한이 있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또한 야구를 대하는 한국 선수들의 열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미국 야구에 대해서도 알려주려고 했다. 혹 그들 중에 가까운 장래에 우리 팀의 김하성처럼 메이저리그에 올 수 있는 선수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종합해보면 문화충격이라고 말할 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미국과 다를 뿐이었다. 하나 언급하자면 메이저리그에 비해 한국 감독들은 챙겨야 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KIA 시절 윌리엄스 감독의 모습.  /사진=OSEN KIA 시절 윌리엄스 감독의 모습. /사진=OSEN
- 메이저리그와 비교했을 때 KBO의 문제점을 찾는다면.

▶ 우선, 열악한 환경을 선수들이 감수해야 하는 탓에 선수들이 불리하다는 점을 꼽고 싶다. KBO 대다수 구장들은 원정팀 시설이 무척이나 열악하다. 실내 타격연습장도 없고, 클럽하우스 시설도 좁거나 낙후됐다. 때문에 원정을 떠나면 고생길이 열린다.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메이저리그는 모든 시설이 다 잘 구비돼 있다. 선수들이 오롯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것이 KBO와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부족한 선수층이다. 이곳 메이저리그는 선수층이 두텁다. 반면, 한국은 선수층이 무척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수를 수급하기 어렵고, 제한된 인원 안에서 육성해 가면서 써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KBO에서 우승하고 성공하려면 선수 육성을 잘해야 한다.

- 지난해 부진했던 김하성이 부활하자면 무엇이 필요할까.

▶ 투수들의 실력을 놓고 보면 이곳 메이저리그가 한국에 비해 수준이 높다. 때문에 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김(하성)의 수비는 이미 검증이 끝난 상태라고 할 만큼 흠 잡을 게 없다. 김은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 수비도 다 잘한다. 김이 수비에서 이미 편안함을 느끼고 있고, 지난 한 해 동안 메이저리그를 경험해 봐서 올해는 공격에 치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최소한 작년보다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김(하성)처럼 일정 수준에 도달한 선수는 경험을 쌓고 시간이 지나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며칠간 김의 타격을 지켜봤는데 지난해에 비해 선수 본인이 일정 부분 타격폼을 수정하는 등 변화를 줬고, 매우 편해 보이더라. 경험과 시간, 게다가 선수 스스로 깨우치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맷 윌리엄스(왼쪽) 코치와 김하성(오른쪽)이 스프링캠프 훈련 전 통역을 사이에 두고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맷 윌리엄스(왼쪽) 코치와 김하성(오른쪽)이 스프링캠프 훈련 전 통역을 사이에 두고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희 통신원
- 샌디에이고 코치로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 코치인 나의 임무는 선수들이 비교적 짧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정규시즌을 잘 치를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준비를 해주는 것이다. 우선은 스프링캠프 18경기를 잘 치르게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정규시즌 준비도 빈틈 없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물론, 짧은 준비과정은 우리 팀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나와 선수 모두가 열심히 준비를 잘한다면,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기에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

- 끝으로 당신을 기억하는 한국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 한국야구 팬들 모두가 소중하지만 나에게는 KIA 팬들이 정말 고맙고, 대단하다고 기억한다. 내가 감독으로 한국에 있는 동안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팀을 발전시키고 팬들에게 더 사랑받는 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과정에서 KIA 팬들이 우리에게 보내준 사랑과 열정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사랑이 선수들에게 지속된다면 KIA는 분명 더 좋은, 그리고 강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환대해 주고, 한국이 마치 고향인 것처럼 편안함을 제공해준 한국야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그들 모두의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빈다. 참, 올해는 팬들 모두가 다시 야구장에 가서 마음 놓고 야구를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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