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만큼 행복한 선수 없을 것" 이대호, 은퇴식서 눈물 펑펑... '10번' 거인의 영원한 전설이 됐다 (종합)

부산=심혜진 기자  |  2022.10.08 21:49
롯데 이대호가 고별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뉴스1 롯데 이대호가 고별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뉴스1
이대호(40)가 은퇴식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와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 경기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반에는 투수로 마운드에 '이도류'로 모습을 드러내 많은 환호성을 받았다. 최고 구속 129km를 뿌렸다. 그가 상대한 타자는 LG 세이브 1위 투수 고우석이었다. LG 역시 팬서비스에 화답하며 고우석을 대타로 내보냈다. 이대호는 고우석을 투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데뷔 첫 홀드를 적립했다. 경기는 롯데의 3-2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대망의 이대호의 은퇴식이 거행됐다. 외야 좌석에는 LED로 조선의 4번타자, 롯데의 심장, 자이언츠의 영원한 10번 글자가 새겨졌다.

이대호는 단상에 올랐다. 그리고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추신수, 최준석, 오승환, 이우민, 정근우 등 동료들과 강민호, 김태군, 손아섭 등 후배들이 영상 편지를 보내 그의 은퇴를 축하했다. 그리고 '국민타자' 이승엽, 조성환, 심수창, 박용택 등 은퇴를 먼저 한 선배들도 영상에 등장했다. 여기에 일본 전현직 동료들도 나섰다. T-오카다, 쿠도 키미야스, 마쓰다 노부히로와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감독이었던 스캇 서비스와 로빈슨 카노도 이대호에게 축하의 인사말을 전했다.

가장 큰 환호성을 받았던 선수는 롯데를 거쳐간 외국인 동료들이다. 카림 가르시아와 전 감독이었던 제리 로이스터다. 그들 모두 그의 은퇴를 축하했다.

구단이 이대호에게 감사 선물도 전달했다. 신동빈 구단주가 직접 나섰다. 영구결번 커플 반지를 선물해줬다. 이대호에게 직접 영구 결번 반지를 선물했다. 이대호가 롯데에서 보낸 시간, 사직구장에서 친 두 번의 장외 홈런, 이대호의 타격 7관왕 기록과 이대호의 타격폼, 그리고 10번을 새긴 반지를 아내 신혜정 씨가 함께 착용하도록 커플 반지로 선물했다. 그리고 이대호는 신동빈 구단주에게 직접 사용한 글러브를 전달했다.

이어 가족들의 영상편지가 상영됐다. 딸 이예서, 아들 이예승이 등장해 '아빠, 사랑해요'를 외쳤다. 마지막은 아내 신혜정씨였다. 신 씨는 "고생했다. 정말 고마워. 당신의 제 2인생에 무조건 편이 되서 같이 나아갈게.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롯데 이대호가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롯데 이대호가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대호도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았다. 고별사를 위해서다.

이대호는 "우선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사실 오늘이 3살 때 돌아가신 제 아버지 기일이었다. 기일에 은퇴식을 한다는게 감회가 새롭고 슬프다"고 울먹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팬들에게 먼저 감사함을 전했다. 이대호는 "항상 더그아웃에서 사직야구장 팬들을 보는 진풍경은 없었을 것이다. 부산 팬분 함성만큼 든든한 함성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20년 동안 사직야구장 더그아웃과 타석에서 이대호만큼 행복했던 사람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전 항상 부족한 선수였다. 가끔 눈을 감으면 제가 한 실수와 날린 기회들이 떠올라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실수보다 제가 때려낸 홈런을 기억해주시고, 타석에 설 때마다 믿고 응원해주셨다. 그 순간만큼은 실수했던 기억들을 잊고 정말 잘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팬들의 절대적인 응원 덕분이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뛰어왔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동시에 미안함도 전했다. 이대호는 "하지만 팬 여러분이 꿈꾸던 롯데 우승은 이뤄내지 못했다. 돌아보면 너무 아쉬운 순간,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지만 팀 중심에서 선수들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가장 부족했다. 후배들이 흔들릴 때 더 강하게 잡아주지 못했던 일, 흥분할 때 진정시키지 못했던 일, 기회서 해결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 순간 그런 일들이 자주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롯데에 기회만 주어지고 경험만 쌓이면 몇 배 활약할 젊은 후배들이 있다. 팬분들이 변치않은 믿음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제가 그랬듯이 남아있는 동료와 후배 선수들이 팬 여러분과 한마음이 돼 포기하지 않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면 롯데의 세 번째 우승이 멀지 않다고 믿는다. 늘 선수들을 지원해주신 롯데 관계자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길 바란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롯데 자이언츠를 만들어달라는 부탁 말씀 드리고 싶다"고 팬들과 롯데 구단에게 바라는 점도 강조했다.

선후배, 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대호는 "저에게 프로 유니폼의 자부심을 가르쳐주셨던 최동원 선배님, 악바리 근성과 끈기를 알려주신 박정태, 조성환 선배님, 롯데 4번타자로 크게 해주셨던 강병철, 우용득, 양상문 감독님 감사드린다. 노피어 정신을 심어주신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과 가족같은 분위기 형님같은 리더십을 보여주신 조원우, 허문회 감독님께도 감사말씀 드린다. 야구 선수로 이끌어준 친구 (추)신수, 함께 고생했던 (이)우민이 (최)준석이 고맙다. 힘들게 땀 흘리다 다른 팀으로 간 내 동생 (강)민호, 악바리 (손)아섭이, 오늘까지도 함께 한 내 생애 마지막 캡틴 전준우, 이 순간에도 울면서 듣고 있을 정훈, 그외 많은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고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할 때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대호는 "남들처럼 방학 때 해운대 해수욕장에 데려가지 못한 못난 아빠에게 웃은 얼굴로 힘내라고 해준 예서와 예승이, 1년의 절반도 함께 하지 못하고, 독박 유아를 하며 희생해준 사랑하는 아내 혜정아 고맙다. 하늘에 계신 사랑하는 할머니. 늘 걱정했던 손자가 이렇게 많은 팬들 앞에서 박수 받고 떠나는 선수가 됐다. 지금 많이 보고 싶습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끝으로 이대호는 "저는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예서와 예승이를 데리고 야구장에 오겠다. 롯데 선수였던 이대호는 내일부터 롯데팬 이대호가 되겠다. 조선의 4번타자로 불러주셨던 이대호. 이제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하겠다. 팬여러분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신동민 회장님,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고 은퇴사를 맺었다.

롯데 이대호가 8일 영구결번식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롯데 이대호가 8일 영구결번식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다음 순서로 영구결번식이 거행됐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이 영구결번됐다. 롯데 선수로는 최동원(11번)에 이어 두 번째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이대호는 투수에서 타자로 포지션을 바꾼 후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한국 야구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2006년 타율(0.336), 홈런(26개), 타점(88점), 장타율(0.571) 등 4관왕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4번타자로 발돋움했다. 압권은 2010시즌이었다. 당시 타율(0.364), 홈런(44개), 안타(174개), 타점(133점), 득점(99득점), 출루율(0.444), 장타율(0.667) 부문 1위에 오르며 전무후무한 7관왕을 달성했다. 특히 2010년 8월 4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8월14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9경기 연속 아치를 그리며 비공인 세계 기록을 수립했다. 그해 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이대호의 차지였다.

이대호에게 한국 무대는 좁았다. 2011년 시즌을 마친 뒤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대호는 오릭스 버팔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활약하며 KBO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특히 2014년 소프트뱅크 이적 첫 시즌에는 일본시리즈 정상을 밟으며 우승도 경험했다. 소프트뱅크의 2연패를 이끈 2015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시리즈 MVP를 받기도 했다. 일본 다음은 미국이었다.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 104경기에 나가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2017년 국내로 복귀, 당시 리그 최고 대우인 4년 150억원을 받고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복귀 첫 시즌에 롯데를 5년만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2018시즌에는 지명타자 부문 골들글러브를 수상하며 변함없는 기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가 염원했던 롯데 우승은 하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이날 사직구장은 경기 개시 전인 약 3시간 전인 오후 2시 15분에 2만2천990석이 모두 팔렸다. 시즌 3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마지막으로 사직구장을 한바퀴 돌면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또 한 명의 별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롯데 이대호가 은퇴식에서 동료들에게 헹가레를 받고 있다./사진=뉴스1 롯데 이대호가 은퇴식에서 동료들에게 헹가레를 받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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